대한민국 패션의 힘 대표 디자이너 - 홍미화 편

2008-11-21     한국섬유신문

“눈만 감으면 표현하고픈 이미지가 떠올라요”
‘홍미화는 돌이고 산이고 자연이다’ 4년 만의 컴백

그녀가 돌아왔다. 2004 S/S 컬렉션 이후 4년 만이다. 신세계백화점 본점 77주년 기념 전시회 ‘창조적 진화(Creative Evolution)’가 그녀의 컴백 프로젝트다. 94년 파리, 빈센느 숲에서 열었던 첫 쇼를 시작으로 매번 독특한 발상과 창조적인 작품으로 패션계의 주목을 받았던 홍미화씨. 아직도 “눈을 감으면 표현하고 싶은 이미지가 떠오른다”는 ‘디자이너 홍미화’를 작업실에서 만났다.

-공식적으로 4년 만에 돌아왔다. 공백 기간 동안 어디서 무얼 했는지 궁금하다.
“2004년 S/S 컬렉션을 마지막으로 한 동안 쇼를 쉬었다. 그간 양수리에 집을 직접 디자인하고 꾸몄다. 10년 전, 주변이 아무리 변하더라도 남산은 언제나 그 모습 그대로일 거라는 사실 때문에 남산 언저리에 작업실을 꾸몄다. 양수리 역시 같은 이유로 선택했다. 그 주변은 ‘소나기 마을’로 지정돼 도시화될 가능성이 없다(웃음). 서울과 1시간 거리에 이렇게 자연을 충만하게 느낄 수 있는 편안한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고 만족스럽다.”


-이번 전시회를 기획하게 된 계기는?
“신세계백화점이 본점 77주년을 기념해 제의해왔다. 홍미화 브랜드의 첫 시작이 신세계백화점이었기에 지금까지의 작업을 정리하면서 새로운 출발을 알리는 의미 있는 작업이 될 것 같아 받아들였다.


-이번 전시회 역시 ‘홍미화의 자연주의’에 포커스가 맞춰졌다. ‘홍미화는 자연주의 디자이너’라는 평가에 대해 만족하나?
“하나의 컨셉이나 이미지에 고정되는 게 달갑진 않지만 남편조차 나더러 ‘홍미화는 돌이고 산이며 그 자체가 자연’이라고 평가하는 걸 보면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는 내 본성이 반영된 평가라고 생각한다. 이점 때문에 오해도 많이 받았지만 권위나 형식에 얽매여 본질에서 벗어나길 거부하는 기본 마인드엔 변함없다. 파리컬렉션을 열 땐 관람객들에게 미리 술을 한 잔씩 권했다. 팔짱 끼고 다리 꼬고 싸늘한 시선으로 내 쇼를 보는 게 싫었다. 그저 편하고 행복하게 즐기길 바랐다. 그 컬렉션의 주제는 ‘눈물이 나도록 행복한 쇼’였다.”


-‘자연주의자 홍미화’가 이루고 싶은 인생의 목표는 무엇인가?
“패션을 뛰어넘어 인생을 디자인하는 것. 그게 내 삶의 목표다. 난 20대에서 40대까지는 ‘습득’의 기간이라고 생각한다. 프로페셔널을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베풀고 익히는 시간. 40~50대는 그걸 바탕으로 활약하는 시기이고, 50~60대는 추수하는 때다. 그리고 60~70대는 가진 것을 되돌려줘야 한다. 지금 열심히 활동해서 그 시기엔 내 분야에 공헌할 수 있는 의미 있는 ‘환원’으로 채우고 싶다.”


-앞으로의 계획과 바람이 있다면?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방해받지 않고 하는 것이다. 진정 원한다면 골목어귀에서 재봉틀 한 대로 작업한다고 해도 행복할 것이다. 전시회를 시작으로 패션디자인은 물론이고 하우스디자인 작업도 본격적으로 진행할 것이다. 파리 무대도 다시 문을 두드릴 계획이다.”


-중견 디자이너로서 후배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를 능가할 수 있는 사람이 나오길 원한다. 내가 파리를 선택한 것은 그곳이 스페셜리스트들이 모여드는 인터내셔널한 곳이었기 때문이다. 후배들이 서울을 패션중심지로 가꿔나가길 원한다. 또 큰 무대로 나갔으면 한다. 디자이너는 발상이 궁핍해선 안 된다. ‘내가 없으면 이 브랜드가 죽는다’는 각오로 100% 완벽을 추구한다면 무엇이든 자기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
이영희 기자 yhle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