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모피공업협동조합 조수형 전무
3~4천억시장…급변화에 발맞춰야
고환율·고유가장애 극복 절실
모피업계는 작년에 이어 올해도 난관에 부딪힐 것으로 전망한다. 작년에는 따뜻한 날씨탓에 거의 모든 브랜드들이 큰 폭의 역신장을 면치 못했고, 올해 하반기 초만 해도 추운 겨울이 예상되면서 호전할 것이라 기대했지만 ‘환율 증가’라는 장애물이 등장했다.
전량을 북미, 유럽에서 수입하는 원피는 3~4년전 100불이었던 것이 130~140불로 올랐다. 피메일 원피 1장이 10만원 이었다면 현재는 13~14만원까지 오른 것. 대부분의 업체가 원피를 미리 구입했기 때문에 올해는 무난히 넘기겠으나 앞으로 고환율이 계속돼 내년까지 이어진다면 많은 혼란이 야기될 것으로 전망한다.
모피업계에서는 날씨와 동업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 정도로 날씨에 민감한 것이 사실인데, 올해 전망으로는 겨울이 빨리 오고 길어진다니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날씨만으로 올해 경기는 회복될 것이라 장담할 수 없다. 언제나 뚜껑은 열어봐야 아는 것. 인지도 높은 상위 브랜드들은 크게 어렵지 않겠지만 그 밑의 브랜드들은 어려움이 배 이상 클 것으로 보인다.
소재개발·트렌드에 유연성 길러야
우리 모피업계는 원자재를 전량 수입하고 있다. 원자재 값이 3년전에 비해 20~30%올랐지만 판매가격은 오르지 않고 있어 체산성의 약화로 이어졌다. 때문에 최근에는 내셔널브랜드보다 완제품을 수입하는 프로모션이 증가하고 있는 실정. 업체수나 매출이 3~4년 전보다 두 배 이상 늘었다. 그 밖에 모피 완제품 뿐 아니라 모피를 이용한 의류가 많아진것도 특징이다. 비싼 밍크나 폭스보다 토끼, 라쿤이 많이 소요되고 있으며 고가보다 중가를 겨냥하고 있다. 이것은 모피가 대중화되고 있다는 긍정적인 시각으로 볼 수 있지만 피혁처럼 기반이 무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낳고 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국내 브랜드의 제품이 잘 팔리고 있고 정상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이에 내셔널 브랜드들이 뒤처지지 않기 위해서는 패션의 나라 이태리처럼 제품을 특화시켜야 할 것이라 강조한다.
과거에는 럭셔리, 고가를 지향하는 국내시장이 주류였다면 점차 현대화·대중화되고 있다. 소비문화의 변경, 날씨 온난화로 인해 모피의 소비 행태와 디자인도 바뀌는 추세, 롱기장의 디자인은 하프코트나 자켓으로 변경됐으며 모피소재의 활용도가 높아져 후드 트리밍, 라펠, 밑단 등 포인트로 이용돼고 있다. 소재가 비싸다 보니 소재를 적게 들이면서 패션성을 높이는 방법도 다양해 졌다. 우븐, 피혁 등 다른 소재와의 믹스나 서로 다른 종류의 털을 섞어 새로운 소재를 개발하는 등 다양한 소재개발이 이루어 지고 있다. 50~60대의 트렌디하고 스타일리쉬한 영모피 소비가 늘어나고 있으며 그 경계가 점차 모호해지고 있다.
장기적 투자·지속 관심이 해결책
소재개발, 모피의 대중화, 프로모션 업체로 인한 모피시장의 확대 등은 반가운 소식이지만 문제점이 없을 순 없다. 모피는 타 업종과는 다르게 정확한 재단, 바느질 고도의 기술과 경험이 있어야만 시장에서 지속적인 발전이 가능하기 때문에 더 많은 투자와, 관심이 필요하며 점차 트렌디해지는 시대에 따라 발맞춰 갈 수 있어야 한다.
앞으로 장기적인 침체가 우려되는 가운데 프로모션 업체는 꾸준히 늘어날 전망이다. 하지만 국내 리딩 브랜드들의 중심이 굳게 있어야 국내 모피업계가 안정되고, 후발업체도 그에 따라 시장 확보가 용이 할 것이다.
보통 한 백화점에 3~4개의 모피 브랜드가 입점해 있다. 저조하면 빼고 다른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등 서로의 경쟁을 유도하고 있다. 모피업계는 각 조합의 구성원들이 서로 협력하고 친목 골프모임을 갖는 등 친밀감을 유지하고 있는데 이러한 경쟁 부추기기는 업계에서도 해결점을 찾아야할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