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파워인터뷰] 메트로프로덕트 이호선 이사(前 베르사체 수석디자이너)
“골프웨어의 新마켓을 개척할 것입니다”
‘트렌드’ 명확하게 읽고 ‘고유 자부심’ 잃지 않아야
‘열정’이 ‘아이덴티티’ 창출의 근간…욕구 ‘추종’보다 ‘주도’하길
라일 앤 스콧, ‘타탄’ 필두로 선진국 형 디자인 기대
소비자 이끌 수 있는 진정한 ‘명품 브랜드’로 우뚝
지난 97년 타계한 故지아니베르사체의 최측근으로, 14년간 이탈리아 ‘베르사체’ 수석 디
자이너를 역임한 이호선 이사는 최근 들어 가장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올 하반기 새롭게 선보이는 ‘라일 앤 스콧’ 디자인 총괄로 그 어느 때보다 뜨거운 열정과 투혼을 불사르고 있는 것이다.
또한 공인된 패션인으로 국내 실무자들의 획일화된 컬러 및 라인 등 디자인 벤치마킹에 안타까움을 피력하며 ‘트렌드’에 대해 좀 더 명확한 지식과 고유의 자부심을 당부하고 있다. 브랜드 아이덴티티에 대한 노력과 열정 특히 창의적이고 차별화된 이미지를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지 않는다면, 고객들로부터의 외면은 물론 브랜드 존립 자체의 위기가 올 것이라고 강조한다.
차별화된 선진국형의 디자인으로 올 하반기 본격 출사표를 던진 ‘라일 앤 스콧’은 패션업계 하이브랜드로 우뚝 서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선진국형 고급디자인 ‘시선집중’
‘라일 앤 스콧’을 지난 80년대의 고급 골프웨어 라인으로 다시 부활시킬 계획입니다. 영국 스코틀랜드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타탄’을 앞세운 다양한 디자인과 화려한 컬러 및 기능성에 비중을 두고, DO는 물론 비포&에프터까지 커버하는 토탈 골프웨어로 선보일 계획입니다.
이에 스포츠·아웃도어와 연관 있는 디자인실 인력을 추가로 구성했으며, 트렌드에 휘둘려 잘 팔리는 옷을 무작정 따라가는 것이 아닌 획기적이고 신선한 선진국형의 차별화된 디자인으로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계획입니다.
한 예로 의류 중에서는 아무래도 진(Jean)의 세련미를 따라갈 만한 것이 없기 때문에, 올 하반기 컬렉션에서 스판 소재가 5% 정도 첨부된 진(Jean) 제품 라인을 2~3가지 정도 선보일 계획입니다.
유통은 백화점 및 가두점을 병행하며, 상반기 전격 리뉴얼된 제품의 마켓테스팅을 지켜본 후 F/W 컬렉션 진행과 함께 본격 전개할 방침입니다.
▲국내社, 고유 아이덴티티 부재…실무자들에게 바란다.
좋은 기업, 좋은 브랜드가 되기 위해서는 소비자들 입장을 무작정 따라가기보다 그들을 이끌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물론 소비자들의 인식이 우선적으로 바뀌어야하지만, 업체 실무자들 또한 해외에서 유행하는 트렌드를 맹목적으로 좇아가면서 정체성 없이 무분별하게 벤치마킹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한국에 들어와서 시장조사 차 주요 백화점 골프조닝을 둘러봤습니다. 조사 후 가장 절실히 느낀 점은 브랜드별 제품의 경우 라인이나 색상 등의 디자인이 너무 획일화 되어있어서 구분하기 힘들 정도였다는 것입니다.
실제 ‘A’社 브랜드 로고를 ‘B’社 브랜드에 갖다 붙여도 ’A’社의 제품이 될 정도로 디자인들이 모두 흡사합니다. 유럽·일본·미국 등 해외의 트렌드를 너무 따라가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라이센스 브랜드들의 경우 일본에 가면 일본풍의 옷으로, 한국에 오면 한국풍의 옷으로 둔갑해버리는 등 고유 아이덴티티의 부재가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또 업체들 모두 유사한 동물 로고 및 심벌을 사용하기 때문에, 소비자들 입장에서는 라인 및 컬러 등의 제품력으로 브랜드를 선택하는 것이 아닌 로고로서 브랜드를 판단하며 선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실례로 얼마 전 국내에서 진행하는 한 트렌드설명회에 참석했었는데, 주최 측에서 업체별 디자인 실무자들에게 하나같이 당부하는 것이 “해외에서는 올해 OO한 트렌드가 유행할 것으로 판단, 이를 포인트로 제품 기획을 하는 것이 좋을 것”이라는 말이었습니다.
이렇게 된다면 결국 브랜드별로 출시하는 제품의 경우 라인이나 색상 등의 디자인 및 제품 기획 방향이 오로지 잘 팔리는 트렌드에만 국한되어 획일화 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물론 기업의 최우선 목표는 이익 창출이겠지만, 그렇다고 해서 브랜드 마다 가지고 있는 고유의 정체성까지 잃어버린 채 무분별하게 트렌드를 좇아간다면, 한 번 반짝이는 회사에서 더 이상의 발전은 기대하기 힘들 것입니다. 해외나 국내를 막론하고 런칭 후 금방 브랜딩 사업을 정리하는 회사 대부분이 그들 고유의 아이덴티티를 상실한 채 운영을 해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디자이너를 비롯 브랜드 실무자들은 국내외 유행에 휘둘려 잘 팔리는 옷에만 포커스를 맞춘 채 맹목적으로 트렌드를 따라갈 것이 아니라, 이에 대한 좀 더 명확한 지식을 쌓으며 자신만의 감각을 키워내야 합니다. 물론 패션 사업이란 것이 사람이 하는 일이고, 인류를 대상으로 사람이 직접 만드는 것이기 때문에 해외에서 유행하는 트렌드에 대한 어느 정도의 벤치마킹도 매우 중요하겠지만, 디자이너 및 실무 종사자들은 각자 기본부터 견고하게 다지고 창의적인 마인드를 갖도록 노력해야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기업들은 직원들 자신이 갖고 있는 능력을 최대한 100% 이상 발휘할 수 있도록 아낌없는 투자를 해야 할 것입니다. 근로시간 및 복지시설 등 회사 시스템이 이에 해당됩니다.
탁월한 인력이야말로 곧 기업들의 재산이며, 직원들이 오고 싶어 하는 회사가 되도록 시스템이 뒷받침 돼야 비로소 고객들로부터 신뢰받는 기업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전통 있는 브랜드로 도약할 수 있을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