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박상태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 이사장(성안 사장)
소롯트 다품종 고급화 정착
“한국 직물산업 미래 밝습니다”
프리미에르 비죵 출전 직물산업 재평가의 장
중국에 밀린 직물 경쟁력 고부가 수출로 만회
이전투구식 과당경쟁 없어져 다행 수출 청신호
조합 구조조정 변신 주도 3연임 이사장 추대
지난해 관장품목 수출 증가 섬유수출 견인차
3천 야드 수출도…2년 연속 2자리수 성장 의욕
“프리미에르 비죵은 세계최고 직물업체가 참가하는 글로벌 직물 경연장입니다. 짧은 기간이지만 국내 18개 업체가 프리미에르 비죵 출전자격을 획득한 것은 세계가 한국의 직물산업을 새롭게 평가하고 있다는 뜻이죠. 조합이 앞장 서 한국직물산업의 위상을 한 단계 높인데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습니다.”
지난 4일 역삼동 박상태 (주)성안 사장 집무실. 박 사장은 기자와 만나자마자 “직물산업은 프리미에르 비죵 출전으로 새로운 도약을 맞는 전기를 마련했다”며 한국 직물산업의 미래에 강한 의욕을 피력했다. 그의 말 속내엔 지난 7년간 되풀이 해 온 침체와 퇴보 즉 고난의 사슬을 끊어 냈다는 희망적인 메시지가 녹아 있었다. 그리고 이를 전화위복의 기회로 삼자는 뜻까지 내비췄다.
그는 3월3일 열린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 정기총회에서 3연임 이사장으로 추대됐다. 박 사장은 조합 정기총회를 앞두고 “새로운 인물을 이사장으로 옹립해 달라”며 3연임을 한사코 거부했지만 뜻대로 안됐다. 지난 6년간 이사장직을 수행하면서 조합의 구조조정과 새로운 변신을 주도해 온 그의 역량을 높이 산 조합 회원사들이 그를 놓아주지 않았다. 박 이사장의 3연임은 백영기 동국무역 사장이 기록한 이후 2번째다.
이 날 박 이사장은 기자에게 뜻있는 말을 던졌다. 지난 7년 간 적자를 면치 못했던 조합재정을 제로베이스로 맞췄다는 것이다. 지리멸렬 상태를 답습했던 조합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신호탄이라는 의미까지 부여했다. 과거 최고 섬유단체 하나로 꼽혔던 조합이 새 변신을 위한 징검다리를 놓았다는 것이다. 그는 이 같은 변신의 주체는 조합 사무국 직원들이라고 추켜세웠다.
지금 원사를 비롯한 직·편물산업은 한국섬유산업을 지탱하는 큰 버팀목이다. 한때 의류가 섬유산업을 이끌었지만 80년대 중반을 전후해 원사 직물이 주도하는 산업으로 면모를 일신했다. 섬유산업이 장치산업으로 위용을 과시한 것이다.
90년대는 원사 직물의 전성시대였다. 이 품목을 중심으로 한 연간 수출규모는 100억 달러를 웃돌았다. 또 2001년 한국섬유수출이 사상최대치인 180억 달러를 돌파하는 견인차가 됐다. 견인차의 엔진역할은 한국섬유직물수출입조합이 맡았다. 원사 직물 주도의 수출시대에 쿼터관리를 통한 수출조율사로 한 몫을 담당해온 것이다.
그렇지만 조합의 역할은 2002년을 기점으로 큰 변곡점에 부딪힌다. 미국 중동 등 우리의 주요 시장에 중국산이 엄습한 것이다. 저가에 물량을 앞세운 중국의 쓰나미 공세는 주력 수출제품인 직물의 경쟁력을 송두리째 앗아갔다. 수출시장 초토화는 조합의 운신에 직격탄을 날렸다. 그리고 꼬인 매듭을 풀기까지 장장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지난해 조합의 관장품목 수출내용을 보면 상당히 고무적입니다. 우선 2002년부터 매년 곤두박질만 쳤던 수출이 증가세로 전환됐어요. 지난해 국내 전체 섬유수출 규모는 전년대비 감소했지만 조합 관장 품목은 되레 늘어난 것이죠. 게다가 수출규모 역시 3년 만에 80억 달러대로 올라섰습니다. 특히 전년대비 수출이 7.5% 증가한 장섬유직물류의 선전은 눈에 띄는 대목이지요.”
박 이사장은 지난해 악재를 딛고 조합 관장품목이 수출증가세를 보인 것은 업계의 경쟁력이 되살아나고 있다는 반증으로 의미를 부여했다.
그 동안 많은 회원사들이 경쟁에서 이기지 못하고 도태되는 서러움을 당했지만 이를 딛고 일어선 회원사가 많아졌다는 뜻이다. 내용도 좋아졌다고 덧붙였다. 물량은 줄었지만 금액이 늘어난 것은 고부가가치 수출이 정착되는 징조로 해석했다. 그리고 국내업체간 과당경쟁이 없어진 것은 앞으로 수출에 청신호를 켠 것이나 다름없다고 강조했다.
“사이징직물과 연사직물 일색이었던 화섬장섬유 직물류가 최근 교직물, 복합직물, 박지물, 기능성 직물 등으로 생산품목 확산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덩달아 생산업체 군도 다양해 졌어요. 그렇다보니 국내업체간 경쟁도 서서히 없어지는 추세입니다. 우리끼리 泥田鬪狗하는 양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이죠.”
그는 이를 국내 직물산업이 고급화를 향한 진화의 과정이라고 평가했다. 최근 미국 바이어들이 한국산 직물이 이태리 제품에 비해 품질대비 가격경쟁력이 높다고 평가한 것은 이의 연장선상으로 봐야 한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또 소롯트 다품종 생산 체질화는 직물 경쟁력을 확실하게 확보하는 원천인 동시에 궁극적인 과제로 삼아야 한다고 주문했다.
“덤핑하면 다 망합니다. 덤핑 친 기업치고 살아남은 회사 한 곳도 없어요. 이는 원사업체가 더 잘아요. 이제 덤핑한다는 소문만 나면 원사공급을 중단합니다. 이는 최근 되살아난 직물산업의 경쟁력을 더욱 강화하는 수단이 될 수도 있어요. 그동안 우리 업계를 좀먹었던 고질적인 과당경쟁이 사라지고 있는 것은 큰 다행으로 생각합니다.”
박 이사장은 한계를 넘는 덤핑은 毒이라고 잘라 말했다. 우리는 이를 수없이 되풀이했지만 결과는 좋지 않았다고도 했다. 정도를 지키는 것, 다시 말해 최저가격을 지키는 것만이 시장을 키우고 바이어를 보호할 수 있다는 뜻이다. 직물류 수출이 성장세를 탔을 때 이는 더욱 요구된다고 강조했다.
“최근 대구산지를 중심으로 모방과 카피를 하지말자는 섬유산업 신문화 창조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16개 직물회사가 앞장서고 있는 것으로 알아요. 뒤늦은 감이 없지는 않으나 전 업계로 확산됐으면 하는 바램입니다.”
그는 그렇지만 직물의 개발은 한계가 있다고 단서를 달았다. 이 때문에 카피를 막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고 덧붙였다. 또 카피는 시장의 흐름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시 말해 선의의 카피는 시장을 키우는 긍정적인 면도 있다는 것이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카피 생산업체가 제품가격을 지키면 승수효과는 배가된다고 의미를 더했다. 그리고 카피를 원천적으로 봉쇄하려면 원사업체의 독보적인 기술이 선행될 때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2004년 이사장을 처음 맡을 당시 (주)성안도 수출부진 때문에 어려움이 이만저만이 아니었습니다. 매년 수출규모가 감소하는 데 탈출구가 안보였어요. 달리 손쓸 방법도 없었고요. 그래서 결단을 내렸습니다. 직원들에게 시장을 잃더라도 이윤확보 수출만이 살길임을 강하게 주문했지요.”
그는 지난해 성안의 수출규모는 7천만 달러를 약간 웃돌았다고 말했다. 한때 연간 2억5천만 달러를 수출한 것에 비하면 이는 규모도 아니라고까지 했다. 그렇지만 이제부터 시작이라고 의욕을 곧추 세웠다. 미국發 금융위기가 지구촌 경제를 꽁꽁 얼어붙게 했지만 해 낼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이다. 그는 올해 수출목표를 7800만 달러로 설정했다고 말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두자리수 성장을 이끌어내겠다는 승부수를 띄운 것이다.
이유는 다름이 아니었다. 성안만의 독특한 수출이 시장에 먹히고 있다는 판단에 근거를 뒀다.
“이제 3000야드 수출도 마다않습니다. 리핏트 오더를 겨냥한 것이죠. 아직은 이윤확보가 안돼 어려움도 있습니다만 바이어 서비스라는 측면에서 진행합니다. 선제적인 투자가 이루어질 때 떠났던 바이어를 다시 끌어 모을 수 있어요. 지금이 그 시기입니다. 당장은 어렵고 힘들겠지만 이를 강하게 추진해야 한국 직물산업은 새로운 경쟁력을 갖추는 직물강국으로 거듭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