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김기복 (주)뇌성 대표이사 회장

2010-05-09     한국섬유신문

남성패션 외길인생 반세기, 도전은 계속된다
‘런던포그’ 런칭 ‘토탈 남성복 기업’ 재도약
‘생산 노하우’ 최대 원동력
‘좋은 옷, 좋은 가격’ 실현

김기복 회장은 45년전 남성복업계에 발을 내딛어 거의 반세기를 한 우물만 파왔다.
생산현장에서 시작해 이제는 ‘솔루스’ ‘제니스옴므’ ‘런던포그’에 이르기까지 남성토탈기업을 경영하는 ‘패션경영인’으로서 뇌성을 탄탄하게 다져나가고 있다.


김기복 회장은 올 추동에 런칭하는 ‘런던포그’를 통해 ‘좋은 옷을 좋은 가격에 멋진 스타일’로 제안하겠다고 강조한다. 불황속에 어려운 시점이지만 이럴때 일수록 ‘치고 나아갈’ 기반을 닦아야 하지 않겠냐고 반문한다. ‘좋은 옷, 좋은 가격’의 ‘런던포그’ 런칭을 위해서는 원가절감과 빠른 반응생산이 중요하다는 것을 화두로 던졌다. 무릎이 발바닥처럼 될 정도로 원단과 원단사이를 누벼 패턴을 뜨며 몸소 터득한 ‘노하우’는 지금의 ‘뇌성’을 만든 원동력이다. 김 회장은 비수기를 잘 활용한 생산과 원부자재 구매, 반응생산을 강조한다.
이러한 기본요소가 갖춰지면 다품종 소량생산을 통해 적기적소에 로스없이 제품을 공급하고 효율도 올릴수 있다고 밝힌다. 그러기위해 소요량을 타이트하게, 군살 없는 패턴을 고집한다. 내장재 또한 최대한 경량화해 가볍고 심플한 옷을 탄생시킨다. 이를 통해 제품력 강화는 물론 원가를 최소화하게 되고 결국 소비자들은 실속 있는 가격에 제품을 구입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스타일을 소량 생산하지만 빠른 반응 생산으로 기동성을 강화함으로써 재고량을 줄여 효율을 배가할 계획이다.


김 회장의 인생은 남성복 역사와 함께 한다. 60년대부터 45년 동안 남성업계에 헌신해 왔

다.그 과정에서 유명기업의 부평공장에서 6년간 생산과 기획을 맡았다. 그 당시 삼성그룹 고 이병철 선대회장에게 저지소재로 엘라스틱밴드를 넣어 활동성을 둔 기능성 골프바지를 만들어 제안했고 만족도가 높았다고 한다. 이에 자부심을 느낀 김기복 회장은 1977년 미싱 7대를 놓고 생산라인을 직접 구성, 독립해 ‘뇌성’을 창립했다.
‘런던포그’는 지난 80년대 삼성물산의 에스에스패션이 미국 본사로부터 라이센스를 받아 ‘런던포그 신사’의 레인코트로 남성소비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았던 브랜드다. 이 같은 명성을 그대로 가져가되 젊은 감성을 풀겠다는 것이 김 회장의 전략 핵심이다. 뇌성에서 새롭게 전개하는 ‘런던포그’는 젊은 사람들도 입을 수 있도록 전체적으로 슬림한 라인을 선보이고 있어 다양한 고객층의 흡수가 기대된다.


삼성물산 에스에스패션(현 제일모직)과의 인연은 실로 깊다. 당시 신사복브랜드들을 생산해 주면서 ‘우수협력업체’로 선정되기도 했으며 ‘갤럭시’의 전용 생산라인으로 기술을 인정받았다. 현재는 ‘런던포그’까지 런칭하게 됐으니 그 인연이 길게 이어지는 셈이다.
‘런던포그’는 9월 본격 런칭을 앞두고 7,8월 대대적인 마케팅을 실시할 예정이다. 내년 춘하까지는 경기를 감안해 60~70개의 유통망을 확대하며 브랜드 2년차에는 그동안 다진 내실을 바탕으로 100개점 운영을 목표로 하고 있다. ‘런던포그’는 캐주얼부터 스포츠라인까지 시도할 수 있는 장점이 많은 브랜드이기 때문에 공격적으로 움직여도 좋다고 김 회장은 판단하고 있다. 향후 여성라인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뇌성’의 독특한 회사명은 오픈식 때 갑자기 천둥이 치고 비바람이 불다가 행사가 끝날 무렵 언제 그랬냐는 듯 환한 하늘이 드러나는 ‘상서로운 징조’에 따라 지어졌다. “구름이 지나가고 맑은 하늘이 드러났다. 이는 세상의 이치이고 고난을 극복하면 반드시 맑은 하늘이 펼쳐짐을 의미한다. 이에 착안, 우뢰 ‘뇌’ 소리 ‘성’의 뇌성이라는 이름이 지어졌다”고 에피소드를 설명한다. 김기복 회장은 “전직원이 본인의 뜻을 잘 알고 따라주고 있으며 오랫동안 거래해 온 협력회사들이 물심양면으로 도와주고 있다. 어려운 시기에도 서로 신뢰를 철저하게 지킨 덕분에 튼튼한 신뢰가 구축되었다”며 오늘날 뇌성이 있기까지 원동력을 설명했다.


김 회장은 장남 김태승 씨를 상품기획실 이사로,영업부 차장직에는 차남 김태웅 씨를 선임해 노하우를 전수하며 2세대 경영을 준비해 가고 있다.
“자식들에게는 물고기를 많이 잡아서 냉장고에 넣어주면 평생 배부르게 먹고 살 것 같지만 한계가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낚시를 하는 방법을 제대로 알려주는 것이 오히려 중요하다. 요즘 젊은이들은 샤프하고 머리가 좋지만 과거 우리처럼 고생을 많이 안 해봐서 의지력이 부족한 것이 흠이다. 그러므로 스파르타식 교육은 불가피하다. 두 아들 모두 잘 따르고 있고 끈기가 있어 흐뭇하다. 최근 큰아들은 개성공단을 발빠르게 오가며 수급에 차질이 없을 정도로 기동성을 보이고 있다. 이런 점에서는 고집스러움을 고수하는 것보다 젊은이들의 유연함이 때로는 큰 도움이 된다”고 밝혔다.


현재 ‘솔루스’는 뇌성의 토종브랜드로서 12개 점포에서 1등, 2등도 12개 점포에 달할 정도로 경쟁브랜드에 밀리지 않고 있다. ‘런던포그’는 홈플러스를 중심으로 대형마트와 중소백화점을 우선 겨냥한다. 가두점에 비해 고객집객력이 높아 초반 성장 기반을 닦는데는 무리가 없을 것이란 판단에서다. ‘제니스옴므’는 ‘솔루스’ 매장에서 샵인샵 형태로 일부 전환해서 효율성을 높일 계획이다. ‘솔루스’에서 올해 200억원 정도를 목표로 하고 있다. ‘뇌성’은 분명 대기업이 아닌 남성복전문기업이지만 아직까지 은행 융자없이 알뜰하게 자급자족해 온 회사이다. 무엇보다 김기복 회장의 뼛속까지 스며든 ‘현장감’과 기술노하우, 불굴의 의지가 앞으로 ‘뇌성’의 성장을 가늠하게 한다.

이영희 기자 yhle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