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 민영우 한국화섬협회 회장

2010-06-03     한국섬유신문

“고부가 신 섬유 시대는 공동기술개발에 달렸다”

삼성·LG 반도체개발 협력했듯
한국섬유산업 발전의 견인차는
업·다운스트림간 협력이 관건

섬유 의류 해외에 섬유투자하려면
반드시 최소한의 기술 뒷받침돼야
8월 숭실大서 경영학박사 학위받아

“한국 섬유산업의 발전은 지금부터 신 섬유 시대에 어떻게 대응하느냐에 달렸다고 봅니다. IT BT NT ET 등의 융합으로 탄생하는 신 섬유는 초기 기술개발에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것인 만큼 개별 기업이 독자적으로 진행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여의치가 않아요. 그래서 요구되는 게 화섬업계를 중심으로 한 공동기술개발입니다.”

민영우 한국화섬협회 회장은 “지금까지 화섬산업은 한국섬유산업 발전의 큰 근간이 되었지만 앞으로 역시 그 역할은 더욱 크질 수밖에 없다”며 화섬업계의 공동기술개발에 큰 의미를 부여했다. 그리고 올해 안으로 첫 공동기술개발에 나설 수 있도록 협회가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과거 삼성과 LG가 반도체 원천기술 개발을 위해 협력했듯이 화섬업계가 신 섬유 시대를 앞당기기 위해서라도 공동기술개발에 힘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그는 “회원사 연구소장들이 이에 적극 공감하고 있다”며 “빠른 기간 안에 가시적인 성과가 도출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높였다.
민 회장은 지난 4월1일 한국화섬협회 새 회장에 취임했다. 기자와 만난 6월1일은 그가 취임한지 딱 2개월째다. 그는 19회 행정고시에 패스한 이후 32년간 관료생활을 거쳤다. 민 회장은 상공부 시절 섬유산업과는 오랜 연을 이어가지는 않았지만 80년대 초반 예산계장으로 일하면서 섬유근대화촉진법을 근간으로 한 기금조성과 산업기술정책과장 재임 시 밀라노프로젝트 실시를 처음 검토했다며 관료시절을 회고했다.


“지난 2개월 동안 섬유산업과 화섬 산업의 현황을 파악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어요. 솔직히 화섬공장도 처음 들러 봤어요. 섬유산업이 발전하려면 화섬을 중심으로 하는 업스트림과 직물 염색 봉제패션 등 다운스트림이 서로 유기적으로 협력하는 시스템 구축이 요구됩니다. 과거 생산 등 물량지향 섬유산업 구조에서 앞으로 기술을 바탕으로 하는 차별화 제품시대를 열어나가야 한다는 뜻이죠. 이를 위해 클러스트 체제 구축이나 스트림간 협력사업 확대가 시급합니다.”


민 회장은 “한국섬유산업은 IMF 이후 혹독한 구조조정을 거쳤다는 전제아래 이제는 고부가가치 창출에 적극 나서야 한다”며 “화섬업계가 이를 이끄는 견인차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화섬업계는 구조조정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기 때문에 화섬 각사를 중심으로 본격적으로 클러스트 구축과 스트림간 협력사업 확대에 앞장서 줄 것을 주문하기도. 그는 이의 근거로 “국내 화섬업체 대부분이 일본 화섬업체가 생산하는 의류용 원사를 거의 생산할 수 있는 기술력을 지녔다”며 “이제는 이를 적극 활용하는 수순을 밟아야한다”고 덧붙였다.


“의류 직물 등 해외로 진출하는 섬유업체가 많습니다. 그러나 단순히 생산기지로 만 여겨 해외에 진출하는 것은 성장에 한계가 따를 수밖에 없어요. 바로 기술이 뒷받침 돼야 한다는 것이죠. 많은 의류봉제업체가 중국을 비롯 베트남 등 동남아 후발국으로 옮겨갔지만 기술이 없는 업체는 거의 도산하거나 철수하는 사례가 비일비재해요. 앞으로 해외진출은 최소한의 기술을 요구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합니다.”


그는 마지막 공직생활 2년6개월여를 베트남 호치민 주재 총영사로 일했다. 그가 총영사로 일했던 호치민시는 한국의 섬유업체가 많이 진출한 곳이다. 그렇지만 그가 일할 당시만 하더라도 경쟁력이 없는 한국 의류봉제업체들의 야반도주 사태가 속출했었다. 베트남이 중국에 이어 섬유·의류 생산기지로 각광받았지만 기술 없이는 버틸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제 베트남 정부가 더 이상 봉제투자는 받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제 베트남은 우리의 생산기지로서 뿐만 아니라 내수시장으로 삼아 나가는 전략이 필요합니다. 의류분야는 최적이 될 수 있어요. 베트남은 아직 내수시장 규모가 크지는 않지만 인구가 8500만 명에다 현재 韓流 열풍이 최고조 상황입니다. TV가 방영하는 외국 드라마 가운데 2/3가 한국제작 드라마일 정도예요. 한국패션이 먹혀들 수 있다는 것이죠. 베트남에 진출한 의류업체를 중심으로 이제 이를 십분 활용해 나가야 합니다.”


민 회장은 오는 8월 숭실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 박사학위를 받는다. 박사학위 논문 제목은 ‘우리나라 중소기업의 해외직접투자 성과영향요인’분석이다. 그는 “논문에는 베트남 호치민 주재 총영사로 일하면서 지켜 본 한국 중소기업들의 투자, 특히 섬유·의류 관련업체들의 사례를 많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 논문은 앞으로 해외진출을 앞둔 중소 섬유·의류업체들의 투자지침서로 활용에 기대를 모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