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 인터뷰 디자이너 이진윤
세계가 인정하는 전도유망한 신진디자이너
‘망고패션 어워드’ 대상 수상 “세계 무대로!”
해외유학파 꺾고 국내파 토종 위력 과시
내년 전세계 1260개 ‘망고’매장에 옷 선보여
연구·도전정신 승부 ‘새로운 시도’ 담금질
이진윤 디자이너. 아직 한국에서는 낯선 이름이다. 하지만 해외에서 그는 전도 유망한 한국 대표 디자이너로 알려져 있다.
최근 화제가 됐던 ‘제 2회 망고 패션 어워드’ 대상 수상은 이진윤 디자이너를 세계 무대로 한걸음 더 나아가게 만들어준 기회가 됐고 한국에서도 그의 이름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리는 계기가 됐다.
이진윤 디자이너에게 잊지 못 할 ‘망고 패션 어워드’ 수상 이야기와 의미, 그가 생각하는 ‘꿈’에 대해 들어봤다.
최근 스페인에서의 일정을 끝내고 5월9일 귀국한 이후 전 세계 ‘망고’ 매장에서 선보일 옷을 준비하고 새로운 작업실을 구하느라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지냈단다.
스페인에서 열린 ‘제 2회 망고 패션 어워드’는 수상자에게 30만 유로(약 5억 원)의 어마어마한 상금은 물론, 전 세계 ‘망고’ 매장에서 자신이 디자인한 옷을 판매할 수 있는 영광스런 기회를 부여한다. 아마추어에서 벗어나 이제 막 프로세계에 뛰어든 젊은 디자이너라면 누구나 탐나는 대회다.
“우수한 실력을 갖춘 경쟁자들이 많이 참가했지만, 그들의 작품을 보는 순간 1등을 예감했어요. 심사 기간 중 바르셀로나 중심거리 그라시아가에 작품이 전시 됐는데, 그 때 많은 사람들이 제 작품에 관심을 가져 1등에 대한 자신감이 더욱 생겼습니다.”
결과는 그의 예상이 맞았다. 세계적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와 미국 ‘마리끌레르’ 편집장 니나 가르시아 등 유명한 심사위원들이 이진윤 디자이너의 작품을 대상으로 선정 한 것.
이진윤 디자이너는 조선 선비들의 옷차림에서 영감을 받아 블랙과 화이트 컬러로 모던한 느낌을 살린 작품을 출품했다. 한복 소재 중에서도 구하기 힘든 오간자와 아나콘다 가죽 등 고가의 가죽을 함께 사용하고, 수공업으로 맞주름을 박는 까다로운 공정을 거쳐 완성했다.
“저는 최고의 실력을 가진 사람들이 아니면 함께 작업 하지 않습니다. 실력이 안되는 사람들은 같이 일하다가도 못 견디고 먼저 그만두더라고요.”
옷을 만드는 동안 하나부터 열까지 그가 관여하지 않은 부분이 없을 정도로, 이진윤 디자이너는 하나의 작품을 완성하기까지 많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한다.
특히 이번 대상 작품은 오랜 기간 고민한 끝에 완성됐다. 어떻게 하면 한복이나 한글을 그대로 사용하지 않고 한국적 미를 표현 할 수 있을까? 하는 이유에서다. 서양인들 눈에는 한복, 한글이 그저 낯설고 이질적인 것이지 한국적 미를 나타낸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국내에서 공부하고 실력을 쌓은 토종 디자이너다. 하지만 그는 해외 유학파 디자이너들도 하기 힘든 해외 대회 수상을 했다.
“어린 시절 시골에서 자랐습니다. 자연 속에서 뛰어놀고 공부하면서 자연스럽게 예술적인 영감을 얻었습니다. 물론 손재주도 뛰어 났고, 사물을 보는 관점도 남들과는 달랐고요. 디자인을 시작하면서 만나게 된 훌륭한 선생님들과 서울 컬렉션에 참가해 경험을 쌓은 것, 이 모든 것이 저에게 행운이었습니다.”
국내에서 11년간 디자이너로 활동하면서 느낀 바가 컸다는 이진윤 디자이너는 국내무대에서 신인 디자이너들이 살아남기 힘들다고 말한다.
또한 매스컴을 이용해 이름을 알리기보단 세계 유명 브랜드들과 경쟁하기 위해 새로운 디자인과 패턴 연구에 시간을 모두 투자했다. 오로지 옷 하나만을 생각하는 이진윤 디자이너의 노력이 해외 대회 수상으로 돌아온 것은 당연한 결과인 것이다.
대학생 시절 외국 바이어들에게 자신이 만든 ‘파티 청바지’를 많은 금액 주문 받았으나, 안 좋은 상황들이 생겨 결국 무산된 일이 있었다. 지금은 웃어넘길 수 있지만 무척 힘든 시간을 보냈다는 이진윤 디자이너. 하지만 그 일이 그가 디자인에 매진하는데 더욱 자극이 됐다고 한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앞으로 다양한 방식으로 해외진출을 구상하고 있다. 우선 내년 1260개의 ‘망고’ 매장을 통해 옷을 선보일 것이다. 그는 “머리부터 발끝까지 풀 착장이 가능하도록 다양한 아이템을 준비 중”이라고 했다. 또 ‘제 3회 망고 패션어워드’의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아 ‘망고’와의 인연은 계속될 예정이다. 이번 시상식의 심사위원이었던 디자이너 오스카 드 라 렌타와 ‘마리끌레르’ 편집장인 니나 가르시아도 그의 해외진출을 돕겠다는 의사를 전했다.
해외컬렉션을 통해서도 자주 모습을 드러낼 예정이다.
“내년 2월에 열릴 뉴욕컬렉션이 그 시작이 될 것입니다. 10월쯤 미국에 가서 백화점 입점을 추진하면서 컬렉션 준비도 진행할 생각입니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지금 ‘프라다’ ‘구찌’ 같은 유명 명품 브랜드와도 견줄 수 있는 우수하고 차별화된 상품을 만들겠다는 자신감에 차있다. 한국적 미는 분명 경쟁력이 있고 전 세계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게 잘 포장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지칠 때마다 저를 믿고 지지해준 고마운 분들을 떠올리며 힘을 냅니다. 그분들을 위해서라도 꼭 성공할 것입니다. 디자인을 계속 연구하고 새로운 것을 선보이는 게 제가 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합니다.” 이진윤 디자이너는 또 다른 도전을 준비 중이다.
/ 글·사진 최가영 기자 cedar@ayzau.com
김지선 기자 sun3@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