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워인터뷰]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이의열 이사장

2012-01-04     한국섬유신문

자연 터치 세섬도 박직물로 ‘홈런’
인력난 타개·노후설비 개체 현안 대두
대구경북 가장 주목받는 기업
감성·차별화 직물 해외 인기 상종가

이유 없이 바쁜 때. 한 해를 마무리하는 연말. 일정을 잡기 위해 수 차례 신호음을 보냈다.
거듭되는 불통. 평소 같으면 가볍게 안부인사 정도는 어렵잖게 건넬 수 있었다. 연말은 연말인가 보다.
드디어 연결. -어디 계십니까. “공장...”
-시간 좀 주셔야 되겠습니다.
한참 뒤에야 “00일 00시에 비워 놓지요.”
직물협동화사업단 회장, 왜관산업단지 관리공단 이사장, 대구경북섬유직물조합 이사장을 겸하고 있는 이의열 이사장(덕우실업 대표).
한·미 FTA, 한·EU FTA체결에 따른 대 업계 준비와 대구경북 현안과제 타개, 최근 불거진 태광산업 직기증설 문제가 맞물려 시간을 나누는 바쁜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그다.


“섬유가 잘될 것 같은 느낌이 오네요.”
-예, 10년 만의 화려한 부활입니다.
“아니지. 부활이라기보다는 지난 10여 년간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변화를 두려워하지 않았던 결과로 생각해야 돼요. 그냥 온 게 아닙니다.”
90년 초. 현재의 덕우실업을 설립, 17년간 기업을 경영해오면서 마음 고생이 심했음을 이 한마디로 실감했다. 부활이 아니라 고생한 결과라고. 준비해온 얘기를 꺼낼 타이밍을 잡았다.
-올해 비전 어떻게 보십니까. 흐름은 좋은 것 같은데요.
“글쎄요. 몇 년간 상승 곡선을 그려왔으니 계속 이어갈 것이란 예상은 되는데… 무엇보다 섬유인의 자세가 중요하다고 봐요. 결과는 나중 얘기죠. 그동안 해온 노력 이상의 각오와 비전을 갖고 신제품 개발을 통해 품질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봅니다. 대구경북은 화섬 직물이 강한만큼 화섬 직물을 차별화하는 개발전략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세계 소비시장이 요구하는 품질은 높아만 가고... 어떻게 해야 되겠습니까. 화섬을 자연 섬유화하는 방법 밖엔 답이 없어요. 원사부터 준비, 제직, 염색, 후 가공에 이르기까지 전 공정을 연결한 자연 섬유화 개발이 중요합니다. 이것이 선행된 후에야 슈퍼섬유, 메디텍스 등 차세대섬유로 넘어갈 거 아닙니까.”
물론 화섬 직물 고유의 영역과 수요가 있는 법이지만 이 이사장은 의류용 감성섬유와 차별화 직물을 전제로 강조한 말인 듯싶다.
-지난해 대구경북지역 섬유가 20%대의 높은 성장세를 기록한 것도 같은 맥락일까요.
“당연하지요. 여러 가지 화섬 직물이 있지만 화섬의 자연섬유화가 대세입니다. 간과할 수 없는 핵심과제지요. 그러나 지난해 높은 성장은 제품 차별화 못지않게 마케팅 강화, 설비투자, 개발방향, 개방의지 등에서도 찾을 수 있다고 봅니다. 한국섬유마케팅센터와 대구섬유마케팅센터 등 정부와 지자체가 지원하는 마케팅지원 사업이 잘해주고 있어요. 업계 입장에서 본다면 큰 힘을 받은 게 아닙니까. 이뿐 입니까. 기업마다 나름의 고유아이템을 개발, 부가가치를 창출해 온 것도 수출증대에 큰 몫을 했다고 봅니다. 이같은 결과로 수량은 줄었지만 수출 금액은 오히려 늘어났지 않습니까. 바로 대구경북 섬유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올해 성장에 걸림돌도 많을 것 같은데요.
“역시 가장 고민거립니다. 조합과 관련 단체가 나서 현안과제 타개를 위한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지만 기업인들이 직접 나서야 일이 되는 거 아닙니까. 설비노후도가 심하고, 인력난에 힘들어하고, 직수출이 어려워 간접수출에 매달려 있고, 생산설비가 부족해 수출을 포기하는 사례도 발생하고 있지요. 다행히 리딩 기업이 앞장서 이들 현안 과제들을 공격적으로 해결하고 있어 고무적입니다.”
인력난은 대구경북산지가 안고 있는 최대 고민거리지만 이 이사장은 경영자들이 작업환경을 개선하고 근로자 대우에 높은 관심을 보여주고 있어 점진적인 성과가 나타날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기업들이 형편이 좋아지게 되면 이젠 변화를 꾀할 시기가 왔음을 많은 경영자들이 인식을 같이하고 있습니다. 이같은 분위기가 지난해부터 강하게 일고 있고 확산되고 있어 전망은 매우 밝은 편이지요. R&D역시 그동안 소외된 기업들이 점차 공격적으로 나서는 등 흐름이 매우 좋습니다.”
-2세 경영인들이 늘어나고 활약도 대단합니다. 느낌이 좋은데요.
“장남이 스스로 들어와 5년째 해외마케팅을 배우고 있습니다.”
지난해 미주, 유럽시장에서 세섬도 박직물이 호평을 받으며 신시장을 개척하는데 역할을 톡톡히 해낸 터였다.
“처음엔 비전 운운해서 걱정도 많이 했는데 5년이란 시간과의 싸움을 겪은 지금은 열의가 대단합니다. 나도 인정하고 있고요. 일부 기업들은 아직도 2세들이 섬유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지만 나는 환영입니다. 비전이 있고 성장성도 있습니다. 대구경북지역에서도 리딩 기업을 중심으로 2세 경영인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지 않습니까.”
사실 지역섬유산업은 지난 몇 년간 2세 경영인들이 크게 늘어나 요직에서 역량을 발휘하고 있으며 각종 모임 결성과 교육프로그램 등에 동참하는 등 산업에 역동성과 젊음을 불어넣고 있다.
-내 사업으로 돌아가 지난해 큰 성장세를 보였지요.
“최고의 해였지요. 대충 계산해봐도 전년에 비해 60% 정도 성장한 것 같습니다. 150억 원에서 240억 원(2000만 불 돌파)으로 껑충 뛰어올랐으니까요.”
덕우의 이같은 성장배경은 이 이사장이 늘 강조해온 화섬의 자연섬유화에서 찾을 수 있다. 사용한 원사는 폴리에스터지만 촉감은 실크, 린넨, 면, 레이온 등으로 착각할 만큼 정교한 제품들이다.
-대구경북 평균 성장세의 3배인데요. 그럴만한 배경이 있다면.
“차별화가 관건이죠. 늘 강조하듯이 화섬의 자연섬유화에 매진해온 결과로 봅니다. ‘실패를 두려워하지 말고 목표를 향해 달려라. 책임은 내가 진다.’ 개발, 영업, 생산 모두 목표를 설정하고 앞만 보고 달려왔지요. 어떻게 보면 큰 모험일 수 있지만 그렇게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 결과가 지금의 제품 포토폴리오로 구성된 겁니다.”
덕우실업은 세데니어 화섬사를 사가공을 통해 자연섬유 터치를 이끌어 낸데다 각종 후 가공, 코팅기법을 적용해 쉽게 모방할 수 없는 자연섬유 터치의 세섬도 박직물을 생산하고 있다.
야드당 평균중량은 30~50g. 그러나 평균 단가는 3불 대를 크게 웃돈다. 이같은 고단가에도 제품 차별화에 힘입어 유럽, 중동, 중국, 미주시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구가하며 매년 수출이 증가추세에 있다. 덕우 17년 역사상 최고 매출액을 기록한 이유이기도 하다. 덕우의 이같은 경쟁력을 높이 평가한 경북도는 지난해 12월28일 경북중소기업대상에서 벤처기업대상을 수여했다.
/김영관 기자 ykkim@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