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디젠 이길헌 사장 - 비밀병기는 ‘3% 아이디어·2% 핵심기술’

2012-04-14     한국섬유신문

초고속 신기종 내년 발표…매출 1000억 원·세계 일류기업 박차

디젠 이길헌 사장은 좀처럼 대화 주도권을 놓지 않는다. 핵심을 파고들어가는 직설화법은 본인도 시인하는 ‘왕따’ 수준일 만큼 화끈하다.
외모나 말투와는 달리 ‘군대’와 ‘골프’ 얘기는 절대 안 한다는 이 사람. 세계적 수준의 디지털 텍스타일 프린팅(DTP) 기업을 일궜음에도 불구하고 섬유 업계에서는 다운 벨류에이션 돼 있는 대표적 인물 중 한 명이다.
이 사장은 관점에 따라 독설 또는 자만으로 들릴 수도 있는 얘기들을 거침없이 풀어내며 대화를 이끌어 나갔다.
2015년까지 매출 1000억 원의 세계 일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는 청사진을 제시했습니다. 지금 연구중인 신기종이 도약의 계기 인가요?
▶작년 우리회사는 304억 원 매출을 올렸습니다. 14~15년 이라고 말했지만 2~3년 안에도 달성 가능할 걸로 봅니다. 늦어도 2012년 여름쯤인데 예정대로라면 내년 5월 독일에서 신기종을 발표할 수 있습니다. 한국에서는 PIS에서 선보일 수 있겠죠.
염색공장 1일 작업자 인건비가 10만원 이라고 가정해 봅시다. 하루 100㎡를 생산할 수 있다면 미터당 원가는 1000원입니다. 그러나 생산량이 1000㎡라면 100원으로 확 줄겠죠. 이 인건비는 5년 내 2배로 늘어납니다. 지금 날염공장의 1인당 고용비용이 이미 3000만원을 넘어섰어요. 연간 4000만원을 넘어가면 공장 운영이 불가능합니다. 고작 2~3년쯤 남았을 겁니다.
지금 연구·개발중인 신기종은 생산성에 승부를 건 제품입니다. 벤츠 자동차를 우리나라 에쿠스 가격에 판매한다고 생각하면 쉬울 것 같습니다.
해외의 많은 업체들과 공동 개발 중 입니다. 기계만 잘 만든다고 좋은 상품이 되지는 않겠죠. 이런 초고속 기계에 쓰이는 색소, 안료 개발은 생각보다 복잡합니다. 잉크를 뿌리고 마르기 전에 다른 색소가 첨가돼 다양한 색상을 구현하고 한편으로는 이를 빨리 건조시켜야 이염이 생기지 않습니다. 이율배반적이죠? 잉크 개발은 얼라이언스(alliance) 체제가 구축되지 않으면 안됩니다. 디젠도 혼자서 이 모든걸 다 할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겐 세계 각지에 든든한 연합군이 있어요.
기술력을 강조하지만 외부에서는 디젠도 결국 다른 상품을 모디파이(modify)하는 수준 아니냐는 이견도 제기합니다.
▶기계는 혼자 만드는 게 아닙니다. 현대차도 수많은 협력업체와 함께 완성차를 만듭니다. 신제품 자체가 95%는 기존에 나와 있는 기술을 기반으로 합니다. 여기에 우리는 3%의 아이디어와 2%의 핵심기술력이 있습니다. DTP는 기계, 전기·전자, 컴퓨터, 화학 등 다양한 기술이 접목된 제품입니다.
우리 기술력에 이의를 제기하는 곳에 말해 보세요. 그럼 당신네는 얼만큼 할 수 있냐, 여기까지 얼마 만에 올 수 있겠냐고 반문해 보세요. 타회사와 다른 5%의 차이가 세계적 기술력의 차이입니다.
최근 제품인 아트릭스S는 시간당 140㎡를 인쇄하는 고속 프린팅기입니다. 타사도 신제품이면 이정도 속도는 나오지 않나요?
▶최고 스피드로 차를 달린다고 생각해 보십시오. 그 속도로 열흘을 가겠습니까, 한 달을 가겠습니까? 기계 내구성이 감당 못 할겁니다. 명품 또는 1류와 2류 제품의 차이지요. 우리 제품요? 당연히 갑니다.
지난달 기자 간담회를 통해 텍스타일 경진대회에 대해 신랄하게 비판하셨습니다.
▶수상작품이 상용화된 걸 본적이 없어요. 패턴으로 상을 주면 안됩니다. 어떤 제품이 얼마나 많이 팔렸는지 보고 그 제품에 상을 줘야죠. 심사 역시 지금처럼 태반이 대학 교수들로 이뤄져서는 제대로 평가가 안 이뤄 집니다. 그래서 제대로 된 제품이 나오겠습니까? 우리나라에 세계적인 업체들 많잖아요.
세아나 한세, 이런 곳들도 참여해서 평가해야죠. 나서서 뭐가 어쩌네 비판하자는 건 아니에요. 저는 다품종 대량 생산이 가능한 DTP가 똑바로 평가 받길 원합니다. 저변을 확대하자는 의미에 다름 아닙니다. (이 사장은 ‘다른 사람들을 아프게 만들 수도 있다’며 가능하면 이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되기를 꺼려했다.)
디젠이 업계에서 제대로 평가 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화법도 직설적이고.
▶외국 생활을 많이 해서 그런 것 같아요. 결론부터 내리니까 사람들이 당황해 하는 것 같습니다. 또 전에는 적극적으로 회사를 알릴 생각이 없었습니다. 매출의 90%는 수출이고 어차피 엔드유저들은 모두 우리 회사를 압니다. 특히 사인(sign) 업계는 많이들 알죠. 이쪽 디지털 기기 70%는 우리가 공급했습니다. 80년대에는 케드캠 업계를 리드했고 그 다음 10년간은 사인 사이니지(sign signage : 현수막) 시장을 이끌었어요. 향후 10년간은 DTP로 끌어갈 겁니다.
MIS 작업공정 혁신…불량률 극소화
이날 이길헌 사장은 처음 공개한다며 인천시 부평의 디젠 본사 2층 공장을 공개했다. 공장 바닥에는 일반 공장에서 볼 수 있는 쇳조각 한 개 떨어져 있지 않고 금속을 깎거나 두드리는 기계음 조차 없이 조용했다.
그러나 이 곳에서는 디젠의 소형 DTP 장비인 텔레이오스(Teleios)를 기준으로 1개 작업 구역에서 3일에 2대 꼴로 생산하고 여기에 들어가는 볼트·너트만 1400여 개에 이른다. 또 한 사람이 모든 공정을 관리하는 1인 1대 생산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일명 ‘모니터 인스트럭션 시스템(Moniter Instruction System)’으로 불리는 작업 공정의 혁신이다.
이길헌 사장은 “모든 제품의 시리얼 넘버에는 생산을 담당한 직원 정보가 들어가고 부품 각각의 정확한 소비량, 조립 위치까지 상세히 파악된다”며 “마치 사람이 로봇처럼 일할 수 있어 능률이 극대화된다”고 말했다.
실제 조립 순서가 바뀐다던가 볼트 한 개 마저 잘못된 위치에 끼우거나 유실되면 모니터와 연결된 컴퓨터에서 오작동 경보음이 울리며 다음 작업을 진행 할 수 없었다. 하다못해 전동드라이버 선택이 잘못됐을 경우, 볼트와 너트가 제대로 조립돼도 조임 안정성을 경고하는 경고음이 흘러 나왔다.
텔레이오스 생산을 담당하는 정연재 주임은 “1주일이면 숙련공이나 다름없는 생산 능률을 올릴 수 있다”고 말했다. 최신 기종인 아트릭스S의 경우도 보통 2~3인이 한 대를 만들어 낸다. 이 사장은 “MIS 생산으로 불량률을 극소화했고 기존과 비교해 10배의 인력이 절감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