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포멀협회 제 3대 신임회장 오은환 디자이너
“패션문화 선진화는 우리 전통의 계승·발전에서 출발해야”
쿠튀르는 한국 패션의 산역사…기본에 충실해야 ‘퓨전’도 있는 것
세계패션기구(WFO)와 MOU체결·쿠튀르 협의위원회 발족도 추진
“일본에서 손님이 오셔서 호텔 한식당을 찾아봤는데 마땅한 곳이 없더군요. 이것이 한식세계화를 부르짖는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오은환 회장은 인터뷰에 앞서 최근 일류호텔에서 외면당하는 한복과 한식의 안타까운 현실을 언급했다.
“저는 서양복식을 디자인하지만 인도에 갔을 때 그들의 전통 의상을 보고 너무 아름답다고 느꼈고 우리도 한복을 입고 다니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지요.”
한국포멀협회 제 3대 회장으로 선임된 오은환 회장은 일복이 많은 사람이다. 세계패션그룹(FGI)과 SFAA의 회장을 역임했고 지난달 말에 한국포멀협회의 회장으로 취임하자마자 28일 개최할 포멀한복페어쇼 준비로 바빠지게 됐다. 뿐만 아니라 올해 세계패션기구(WFO)와 한국포멀협회가 MOU를 체결함에 따라 한국패션업계의 결속과 위상 강화를 위해 앞으로 풀어야 할 많은 과제를 안게 됐다.<본지 4월18일자 21면 기사 참조>
포멀협회는 ‘패션문화’라는 카테고리 안에 한복, 의상, 주얼리 등 관, 혼, 상, 제에 해당하는 장르들이 공존하며 각 분야별 최고의 전문가들이 회원으로 활동한다. 오은환 회장은 취임과 함께 ‘쿠튀르 협의 위원회’를 만들겠다고 선언했고 준비작업에 한창이다.
“맞춤복, 즉 부티크를 하는 많은 장인들이 일을 그만두거나 떠나고 있습니다. 젊은층들이 ‘퓨전’패션에 심취하고 있지만 쿠튀르는 우리 복식문화의 산 역사이며 계승 발전시켜야 합니다. 기본을 알고 무르익었을 때 새로운 퓨전이나 응용이 나오는 것이죠” 오은환 디자이너의 제 3대 회장 취임에는 심오한 의미가 있다.
패션문화를 이끌어갈 구심점, 즉 멘토의 역할을 제 1세대 디자이너가 앞장선다는 것이다. 점점 정통성을 찾고 회귀하는 인구가 늘어나는 만큼 전환기적인 시점에서 오은환 회장을 중심으로 패션계가 구심점이 돼 계승과 새로운 발전을 도모하겠다는 의지가 느껴진다.
‘계승과 발전’은 오은환 회장이 최근 직접 실천한 사례로 주목받고 있다. 최근 SFAA정기컬렉션에서 오 회장의 2세인 유혜진실장이 데뷔를 한 것이다.
“브랜드라는 것은 고령화될 수도, 없어져서도 안되는 것입니다. 다음 세대가 브랜드의 고유색깔을 지키면서 현대적으로 재해석해 리프레시함으로써 젊은 고객도 수용하고 영속하는 것입니다. 제 딸과 아들은 적극 찬성하고 있고 본인들도 열정을 갖고 참여하고 싶어해요.”
오 회장은 “내 뱃속에서부터”라고 표현했다. “뱃속에 있을 때도 나는 일을 했고 아이들이 자라면서 제 모습을 보고 자연스럽게 가족간에 형성된 문화이기 때문”이라고 한다. 다만 ‘패션디자인’의 한계를 극복하고 한 차원 발전하기 위해 ‘미술’을 공부하도록 당부했는데 잘 따라줘 브랜드 밸류를 높이는데 기여할 것으로 자부하고 있다.
“제가 회장이 된 만큼 회원을 늘리고 결속력을 다져 세계패션기구의 한국대표 단체로서 손색이 없도록 정기자 부회장과 많은 논의와 노력을 해야할 것 같습니다. 정기자 부회장은 열정과 오랜 노하우를 축적한 사람이고 이제 꽃피울 때가 됐습니다. 국제적 안목에다 누구보다 열정이 있기 때문이지요. 저는 든든한 버팀목이 돼 줄 작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