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성동제화사업주협회 이한영 회장 - 성동구 제화업체들의 미래를 연다

2012-07-08     한국섬유신문

“지역밀착 ‘현실성’ 있는 사업 추구할 것”
‘공동매장’ 이어 ‘공동생산공장’ 계획

2호선 성수역 1번 출구를 나서자마자 전면 유리창이 환한 구두 매장이 눈에 띈다. 성동제화사업주협회(회장 이한영)가 연 서울성수수제화타운(SSST)이다.

서울시와 성동구청의 마을기업 인증을 받은 이 매장에는 ‘엘리자벳’ ‘마린’ ‘라플로체니’ 등 성동 제화 생산 업체의 15개 브랜드가 한데 모여 있다. 성동구 구두 생산 업체들이 의기투합해 유통 거품을 걷어내고 여러 브랜드 제품을 한 눈에 둘러볼 수 있게 자체 매장을 냈다.

천연 가죽으로 국내 생산된 고품질과 마진을 뺀 8~15만 원대 가격의 수제화를 판매해 별다른 홍보 마케팅 없이 하루 평균 100~130명의 고객이 드나든다.

이 매장을 낸 성동제화사업주협회는 성동지역의 제화사업주 및 관계자들이 모여 2009년 설립했다. 지난달까지 100개 남짓 됐던 회원 업체는 매장 오픈 한 달 만에 150개로 불어났다. 매장을 오픈한 뒤 이 지역 업체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어, 300~400개에 달하는 성동구 제화업체들의 단결력을 높일 것으로 기대된다. 향후 이 같은 형태의 가두매장을 추가 확보해 성동구 수제화를 널리 알릴 방침이다.

이한영 회장은 성동구 제화업체 중 하나인 엘리자벳 인터내셔날의 대표이기도 하다. 그는 “정부 등 여러 곳에서 성동구 제화산업을 지원하려고 애썼지만 업계 현실과 동떨어진 지원 정책으로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아 효율을 내지 못했다”고 아쉬워 했다. 성동구 제화사업주들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지역에 밀착된 사업 계획을 세워 생존하기 위해 결국 업체들이 스스로 발 벗고 나선 것이다.

회원사 중 단독매장을 보유한 업체는 엘리자벳 인터내셔날, 마린, 코박스 세 업체뿐이다. 자체 매장은 물론 브랜드도 갖지 못한 채 제품을 생산하고 납품하는 업체가 대부분이다. 좋은 품질과 디자인으로 백화점에 입점한 뒤에도 수수료 장벽에 전개를 포기하고 도매 시장 브랜드로 전락한 곳도 있다.

엎친데 덮쳐 중국에서 생산된 합피 구두가 가두에 대량 유통 되면서 성동구 수제화는 위기를 맞았다. 중국 합피 신발의 리테일 가격은 최저 1~2만 원이라 10만 원대 성동구 수제화는 로드샵에서도 가격 저항에 부딪치게 됐다.

성동구 수제화는 합피 원가의 3~5배에 달하는 천연가죽을 소재로 쓰는데다 국내 기술자의 공임비가 높고 생산성은 낮다. 제조원가만 3만 원을 웃돌며 디테일이나 고급 부자재를 쓸 경우에는 5만 원 이상으로 올라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성동구의 천연가죽 수제화는 중국 합피 구두와 제작기술 및 공정과정이 완전히 달라 천연 소재와 핸드메이드 공정을 고수하고 있다.

오랜 세월 천연 가죽을 다뤄왔고 현재도 95% 이상 천연 가죽을 소재로 구두를 만들고 있는 성동제화업체들이 성동제화사업주협회와 SSST 매장 오픈을 시작으로 돌파구를 찾고 있다. SSST 매장은 판매장인 동시에 성동구 수제화의 디자인력과 품질을 알리는 홍보의 장도 된다.

이 곳에서 판매되는 ‘디플랫’의 ‘만두신발’은 특허청에 디자인권을 출원해 등록됐을 만큼 독창적 디자인을 보여준다. 코박스의 ‘라플로체니’는 디자이너 이진윤의 2012 S/S와 F/W 컬렉션에 콜라보레이션 슈즈를 담당, 국제적 패션위크 오트쿠튀르 런웨이에도 손색 없는 감각을 자랑한다. 협회는 공동매장 개업을 계기로 수제화 기능인의 자부심과 중소영세 장인기업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높이려고 한다.

성동제화사업주협회는 공동매장에 이어 성동구 업체가 사용할 수 있는 제화 제조 공동 공장도 계획하고 있다. 성동구는 최근 ‘산업뉴타운’으로 지정되면서 지가가 평당 3000만 원 가량으로 치솟아 새 공동 공장부지 확보에 서울시와 성동구의 지원이 절실하다.

건물 임대료도 높아져 영세기업들이 발붙일 곳마저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 회장은 생산 공장의 ‘막내’ 기술자들의 연령이 40대 중반으로 업계가 고령화 되면서 젊은 기술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라고 한다.

“이대로면 몇 년 후 성동구에서 구두 장인들을 찾아볼 수 없게 될 겁니다. 40대 중반을 넘기면 시력이 급격히 떨어져 섬세한 작업이 힘들어 인력 보충이 절실합니다. 성동공업고등학교에 제화학과를 마련하면 2~3년 집중 교육된 기술자를 배출할 수 있을 겁니다. 성동구 제화생산업체들의 최우선 과제인 공동 매장과 공장 확보, 제화 제조 인력 육성을 통해 성동구 제화업계의 새로운 미래를 만들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