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이승범 두산타워 대표 - “트렌드 선도해 한류 SPA로 발돋움할 것”

2012-09-02     한국섬유신문

동대문 활성화 위해 브랜드력 키워야
“디자이너는 하나의 벤처기업, 육성책 필요”

토종 패스트 패션의 메카로 불렸던 서울 동대문이 최근 그 명성에 걸맞지 않게 점차 상권 파이가 축소되고 있다. 일대 대형 쇼핑몰은 고객들의 발길이 뜸해진지 오래. 그러나 두타는 1999년 개점이후 패셔너블한 상품력과 고객 만족 서비스로 인지도와 신뢰를 쌓으며 인근 대형 쇼핑몰 중 가장 높은 효율과 집객력을 보이고 있다.

특히 셀렉트 샵 컨셉의 선진화된 매장 구성뿐 아니라 화려한 인테리어, 신진 디자이너 육성 및 영입, 호객행위 금지, 정찰제 시행 등이 고객 집결의 가장 큰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평이다.

“고객들이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고객 입장에서 늘 고민하고 연구한다”는 두타 이승범 대표는 “‘패스트 & 퍼스트’를 회사 슬로건으로 내세운 만큼 ‘가장 빠르게, 가장 먼저’ 트렌드를 선도하려고 노력하다 보니 좋은 결과가 나타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승범 대표는 지난 2000년 두타에 공식 취임한 후 두타뿐 아니라 동대문 상권의 발전을 위해 다각도로 노력해왔다. 동대문 혁신 포럼을 조직해 초대회장을 역임했으며 동대문 관광 특구 협회 부회장으로 활동하는 등 상권 활성화를 위해 발 빠른 행보를 보였다.

“동대문은 디자인, 생산, 판매, 원부자재까지 밀집된 국내 의류·패션의 클러스터(cluster)”라며 “한 때 이곳에서 전국 보세의류 60%가 공급되며 성황을 이뤘지만 현 시점에 맞는 트렌드와 시스템 체계 등이 접목되지 않으면서 갈 곳을 잃었다”고 안타까움을 토로했다. 또 “어떠한 상권이든 상권 자체가 확장돼야 손님들도 많이 찾게 된다”며 “인근 몰들과 경쟁하기보다 상권 영역을 넓혀 함께 상생하는 구조를 갖춰나가야 이 일대가 발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이 외국 바이어 및 관광객들에게 하나의 브랜드로 각인돼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힌 이 대표는 “점차 동대문을 찾는 해외 바이어들의 방문 빈도수가 줄어들고 있다”며 “동대문이 한국 패션 브랜드의 구심점 역할을 해야 한다. 이를 위해 과거의 품질 좋은 싸구려 상품 이미지를 탈피, 브랜드력을 가질 수 있도록 쇼핑몰과 입점 업체들간 파트너십 구축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패션이 산업 발전의 한 축으로 큰 역할을 해나갈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이 대표는 “동대문 일대가 디자인 및 패션 산업의 메카가 되고 유명 인재들이 동대문을 중심으로 활동을 전개할 수 있도록 더 노력해야 한다”면서 “정부와 민간, 학계가 패션 특구 지정에 따른 패션산업 발전방안에 대해 지속적인 교류를 활발히 해나가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동대문에 위치한 기존 대형몰들은 6.61 ~9.91㎡(약 2~3평) 규모 남짓의 좁은 매장들이 줄지어 포진해있고 매장 사이의 폭이 좁아 손님들의 동선에 많은 제약이 따른다. 또 지나친 호객행위와 상술, 때에 따라 달리 책정되는 가격 등으로 신뢰를 얻지 못하며 인터넷 쇼핑몰과 대형 SPA 브랜드들 틈에서 설 자리를 잃고 있다.

반면, 두타는 “글로벌 유통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가격 정찰제를 도입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이 대표의 일념으로 2003년부터 동대문 일대 쇼핑몰 중 유일하게 가격 정찰제를 실시하고 있다. 이를 통해 포스(POS)를 도입시켜 전체적 매출 규모 및 결산 시스템을 체계적으로 구축했다.

이 대표는 “정찰제 도입은 전체 사업 규모 파악에 도움이 되고, 고객들과 가격에 관한 신뢰도 구축에 상당히 중요한 역할을 한다”면서 “가격 정찰제가 도입되지 않은 곳들은 매장들이 가격표를 붙이지 않고 팔거나 변동 가격에 대한 고객들의 불만이 제기돼도 어떤 제재 조치를 할 수가 없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가격 정찰제는 고객들이 일정하지 않은 가격에 대해 고심하지 않도록 돕는 역할을 한다”면서 “고객들이 가격보다 품질에 더 관심을 가지고 질 좋은 상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라도 정찰제는 꼭 필요한 요소”라고 전했다.

두타는 5년마다 대대적 리모델링을 실시해 고객들의 편의를 위한 환경 개선에도 적극적이다. 2009년에 행한 리모델링을 통해 기존 1951개 매장을 540개 까지 줄였고 한 매장당 26.4㎡(약 8평) 정도의 면적을 확보, 쾌적함을 더했다.

하루에 한 번 직접 전 매장을 둘러보며 개선점을 찾는다는 이 대표는 “현 흐름에 맞는 매장 구성을 하기 위해 해외 시찰을 다니며 눈높이를 키우고 유통 트렌드를 연구했다”면서 “그러던 중 기존 브랜드 매장보다 앞선 유통 체계로 인정받으며 미국, 일본, 유럽 등지에서 활발하게 운영되고 있는 셀렉트샵 컨셉을 벤치마킹 요소로 도입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두타는 백화점 같은 대형 유통 업체들과 달리 모든 층에 셀렉트샵 컨셉을 도입해 운영할 수 있다”며 두타만의 브랜드력과 상품력을 강조했다.

보세 의류가 집결된 타 대형 쇼핑몰들과 달리 두타는 국내 유통 기업 중 신진 디자이너 발굴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또 해외 유명 브랜드 모시기에 혈안이 돼 있는 국내 대형 유통업체들과 달리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들을 적극 유치시켜 지하 1층 두체, 1층에 디자이너 존을 형성해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 대표는 “국내 신진 디자이너들 중 창의성과 실력을 갖고 있지만 그 끼를 발산할 만한 충분한 여건이 마련돼 있지 않아 꿈을 펼치지 못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젊은 인재들이 발탁돼 자신의 브랜드를 만들어 사업을 전개한다는 것이 너무 어렵다”고 말했다. 또 “두타는 갈 곳 잃은 신진 디자이너들을 육성하고 자체 브랜드력을 높이기 위해 디자이너 샵을 적극적으로 입점시키고 있다”며 “개점 후 13회째를 맞고 있는 벤처 디자이너 컨퍼런스를 개최하는 것도 디자이너 육성책의 일환”이라고 전했다.

지난해까지 120명의 디자이너들을 배출한 벤처 디자이너 컨퍼런스는 점차 디자이너를 꿈꾸는 인재들의 등용문으로 불리며 질적, 양적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다.

이 대표는 “향후 컨퍼런스 수상자나 독창성에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디자이너들을 선별해 입점 외에 코웍을 통한 디자이너 브랜드 라인업도 고려 중”이라며 “지난 6월 상해 ‘두타 쇼룸’ 개설을 비롯, 라스베가스 매직 쇼, 북경 CHIC 등에 두타룸을 만들어 디자이너들을 소개하는 등 해외 진출 돕는데도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또 “알리바바닷컴에서 활발히 전개하고 있고 타오바오닷컴에도 입점을 추진, 온라인 유통망 확장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중국 컨설팅을 통해 직원들이 직접 부딪히며 경험을 쌓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등 역량을 키워 추후 여건이 좋으면 해외 쇼핑몰 진출도 고려해볼 생각”이라고 덧붙였다.

하루 평균 12시간 업무에 시간을 소진하는 이 대표는 두타를 찾는 외국인 관광객들에 대한 관심도 높았다. “개점 초부터 외국을 잠재적 고객으로 생각하고 정책을 세워나갔다”며 “내년부터 외국인 관광객과 관련한 데이터를 디테일하게 조사해 그들의 니즈에 맞는 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두타 자체를 브랜드화 시키면 여타 SPA 브랜드와 다를 것이 없다”고 전한 이 대표는 “국내 유통 업체가 아닌 글로벌 SPA 브랜드가 우리의 경쟁상대다. 두타가 한류 패션 브랜드의 중심이 돼 세계로 뻗어나가는 디자이너들을 발굴하고 패션 수출 활성화를 도모하는 창구 역할을 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장유미 기자 yumi@ayzau.com
사진=서현일 기자 hiseo@ayzau.com

이승범 대표는 누구?

이승범 대표(59)는 성균관대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1980년에 동양맥주에 입사하며 두산과 인연을 맺었다. 1984년부터 두산전자에서 17년간 근무한 후 2000년 1월 두산타워 대표이사로 공식 취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