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t People] ‘스튜디오케이’ 홍혜진 디자이너

2012-10-19     한국섬유신문

“뿌리가 있는 디자인 불변의 멋이 있다”

“트렌드 초월 고유아이덴티티” 격찬
‘여왕의 귀환’ 소녀시대의상 참여

입김이 하얗게 어리는 가을밤, 경복궁에서 우리 문화유산을 주제로 한 디자이너들의 의상 작품이 런웨이에 올랐다. 홍혜진 디자이너는 전통놀이 그네에서 영감을 얻은 케이프, 스커트, 액세서리를 선보였다. 이색적이면서도 한 벌 한 벌이 실용적인 의상이어서 더욱 주목됐다.

홍혜진 씨는 “문화재청 50주년을 기념한 작품인 동시에 한 벌의 의상이 돼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패션쇼를 준비하면서 살펴본 우리 전통문화유산에 새삼스러운 감동을 느꼈다고 말했다. 웅대하고 고색창연한 문화재들에 대한 경외심이 아니라, 세월이 무색할 정도로 모던한 우리 선조들의 디자인 감각에 놀랐다.

“패션쇼 준비기간 문화재청장으로 재직 중이셨던 최광식 문화부장관님이 디자이너들과 한 자리에 모여 전통문화를 보고 듣는 기회를 가졌어요. 소박함과 무구함이 느껴지면서도 모던한 디자인 감성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는 “근원이 있는 패션은 시대의 트렌드를 뛰어넘을 수 있는 철학과 고유의 아이덴티티가 깃들어 있다”고 한다. 또한 아무런 근간이 없는 패션은 그 붐이 수그러들고 나면 기괴해 보이기도 한다. 그는 현대적인 컨템포러리 패션 디자이너이지만 우리 문화와 전통을 돌이켜 보아야 할 필요성을 느꼈다고 한다.

“80년대 여대생들의 진한 립 라인에 과장된 펌 헤어, 부자연스러운 여성 정장이 지금 돌이켜 보면 어떤 감성도 느껴지지 않고 촌스럽게만 보이는 이유는, 그것이 어느 시대의 어느 모드를 근원으로 한 것인지 알 수 없는 정체불명의 패션이기 때문입니다.”

홍혜진 씨의 ‘스튜디오케이(studio.k)’는 디자이너 본인에게서도 느껴지는 현학적인 분위기와 모던한 브랜드로 여겨지지만, 의외의 대중성과 파격적인 면모도 갖고 있다. 올 가을에는 소녀시대의 의상을 맡게 됐다. 올해 열렸던 소녀시대 일본 콘서트에서 멤버 윤아의 스왈로브스키 턱시도를 디자인하면서 인연이 닿은 홍혜진 씨가 이번 소녀시대 각 멤버 의상 제작 및 스타일링에 참여했다.

“소녀시대 멤버들이 어린 나이에도 프로의식이 강했던 것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제가 담당한 의상 외 독일 아디다스 본사로부터 디자이너 라인 Y3 의상협찬도 이뤄졌는데, 올해 흥행에 성공한 파리 공연이 현지에서 큰 파장을 일으켰기 때문이라는 후문이 있습니다. 한때 붐을 일으켰던 일본의 J-POP보다 세련되면서도 우리 고유의 특색이 있는 K-POP이 알려지게 된 거죠. 대중음악과 패션을 비롯한 모든 ‘한류’는 민족의 유구한 역사에서 비롯된 우리만의 감성이 있기에 가능한 것이라고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