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워인터뷰] 볼륨원 ‘사바티에’ 최재영 대표 - 사바티에, “글로벌 브랜드를 꿈꾼다”
伊·美·中 유수 업체 제품 경쟁력 인정
퍼 아이템 넘어 풀 컬렉션化 추진
2009년 4월 2개 매장에서만 전개되던 볼륨원의 ‘사바티에’는 최재영 대표를 영입하면서 본격적인 사업 확장에 나섰다. 최 대표는 벤처기업 인큐베이팅, 증권사 해외투자 등에서 활동하며 쌓은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사바티에’에 활력을 불어 넣었다.
최 대표는 “기존에는 여성 디자이너 위주로 경영 시스템이 움직였다. 브랜드를 가꾸는 건 잘할 수 있었지만 2배 이상 외형을 키우기에는 한계를 느끼고 있던 상태에서 합류하게 됐다”며 “당시 ‘사바티에’는 갤러리아와 AK플라자 2개 매장에서 30~40억 원의 매출을 올리던 때였다”고 말했다.
패션 펀드로 도약 발판 마련
최 대표는 정부가 패션 산업 육성을 위해 중소 패션 업체들에게 자금을 지원해주는 ‘패션 펀드(Fashion Fund)’로 ‘사바티에’에 20억 원을 끌어들였다. 이를 바탕으로 ‘사바티에’는 매장 확보에 가속도를 달았다.
그는 “‘사바티에’는 브랜드 이미지가 좋아 강남 일대를 중심으로 매니아층이 형성돼 있었다”며 “브랜드가 4~5년이 되면 도태될 수 있는 환경이었지만 ‘사바티에’는 탄탄한 고객층을 확보하고 있었다. 그만큼 성장가능성이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자금 유입 후 유통망 확장이 비교적 원활했다”고 전했다.
상장 기업이 목표
최 대표가 합류한 뒤 ‘사바티에’는 점차 급성장해 2011년에는 롯데 본점, 잠실점, 강남점과 신세계 본점, 강남점, 센텀시티점, 현대 목동점 등 12개 매장에서 180억 원의 성과를 이뤄냈다. 올해는 총 15개 매장에서 250억 원의 매출을 올린다는 목표다.
최 대표는 “무분별한 확장보다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고, 아이템 개발을 통해 고객들이 만족할 수 있는 상품을 구성하는 것에 더 중점을 두고 있다”며 “외형 확장보다 내실 있는 기업을 만들어가고 싶다”고 의지를 다졌다.
‘사바티에’는 중소 패션 업체지만 최 대표는 증권시장 상장을 목표로 꿈을 키워가고 있다. 투명 경영을 통해 건강한 기업으로 만들겠다는 복안이다. 그는 “상장 기업이 되면 직원들에게도 더 좋은 업무 환경을 만들어 줄 수 있기 때문에 이를 목표로 정진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국내·유럽 생산 비중 높여
‘사바티에’는 반응생산을 통해 모든 제품들을 선보이고, 최소 재고를 유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홍콩-차이나, 이탈리아를 포함한 유럽 등 해외에서 아이템 전량을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그동안의 노하우를 바탕으로 판매를 예측, 그에 맞게 물량을 공급하고 있다.
최 대표는 “영업 목표와 기존 판매 형태들을 비교, 분석해보면 각 매장별 매출이 예상된다”며 “상권마다 매출과 인기 아이템을 예측해 생산 관리 시스템을 가동한다”고 전했다.
‘사바티에’는 그동안 높은 생산 비용과 검품에 대한 어려움으로 제품들의 유럽 생산 비중이 적었다. 그러나 지난해 한·EU FTA가 실효되고 해외 시장 본격 진출에 나서면서 유럽에서의 생산량이 자연스럽게 늘어가고 있다. 또 올해부터 국내 생산을 염두해 이정미 디자인실장을 영입하는 등 적극적인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바티에’ 이은영 CD와 이정미 디자이너가 만난 것에 크게 주목하며 긴장하는 모습을 보였다.
최 대표는 “전에는 홍콩-차이나 지역에서 제품의 70%를 생산했다”면서 “앞으로 홍콩과 유럽 지역의 생산량을 5:5로 맞춰갈 계획이다”고 말했다. 또 “그동안 해외 생산에 치중했지만 국내 생산도 해보려고 한다. 유럽, 미국과 FTA가 이뤄지면서 해외 수출도 고려하게 됐다”며 “FTA 효과를 보기 위해서는 원산지 규정상 생산지가 ‘한국’으로 표기돼야 하기 때문에 국내 공장을 물색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제품 경쟁력, 세계가 인정
올해 런칭 10주년을 맞는 ‘사바티에’는 새로운 동력 확보를 위해 많은 준비를 하고 있다. 특히 국내를 넘어 세계적인 브랜드로 거듭나기 위해 미국, 유럽, 중국 등 해외 시장 확보에 적극 나선다는 계획이다.
최 대표는 “중국 내수 진출에 관해서도 백화점 등 유통 업체들과 꾸준히 조율 중에 있다”면서 “미국이나 이탈리아는 쇼룸을 통해서 해외 진출을 타진하고 있다. 이미 이탈리아는 밀라노 쇼룸을 통해 유럽 진출 교두보를 확보해 놓은 상태다”고 밝혔다. 또 “미국도 뉴욕을 베이스로 시장 조사를 시작해 쇼룸 컨택에 나서고 있다. 시작은 미약하겠지만 이런 노력을 통해 뉴욕 패션 위크나 트라노이 등에도 참가하고 싶다”고 포부를 전했다.
‘사바티에’는 올 하반기나 내년 초부터 올해 출시될 신상품으로 뉴욕 시장 공략에 나설 방침이다. 또 점차 기반을 쌓은 후 2~3년 뒤에는 밀라노와 뉴욕 등에 단독 쇼룸도 구성할 계획. ‘사바티에’는 이미 이탈리아에서 카탈로그, 브로셔 등을 통해 유명 쇼룸이나 생산업체들에게 브랜드의 자체 경쟁력을 검증받아 해외 시장 안착의 성공률을 높였다.
최 대표는 “무턱대고 해외 진출을 하자고 덤비는 것이 아니다”라며 “제품을 보고 해외 업체들이 가능성을 인정해주고 있다. 해외에 있는 크고 좋은 업체들의 진출 요청도 많다”라고 웃으며 말했다.
10주년 패션쇼…‘소통’에 초점
‘사바티에’는 앞으로 고객층을 더 넓혀나가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먼저, 5월 말~6월 초 10주년 패션쇼를 개최해 고객과의 소통 창구를 마련할 계획. 메인 고객층인 30대 후반~40대 초반 고객들을 위한 스타일링 강의와 함께 패션쇼가 펼쳐질 것으로 보인다. 스타일리스트 정윤기 씨가 사회자로 나서 자신의 패션에 대한 철학과 ‘사바티에’와 관련한 얘기들을 풀어갈 예정이다.
최 대표는 “그동안 고객을 이끌어가는 브랜드였다면 이젠 고객 니즈 충족도 생각하는 브랜드가 되려고 한다. 상품 외에 CS 등 다른 것들에 대한 변화를 많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 “이를 위해 이번 10주년 행사는 제품만 선보이는 식상한 패션쇼가 아닌 고객과 가까워지기 위한 여러 프로그램으로 준비했다”고 전했다.
중소기업 해외 진출 롤모델 희망
퍼 아이템의 비중이 높은 ‘사바티에’는 앞으로 여성복, 잡화 등 아이템을 추가해 단계적으로 미니 컬렉션을 출시할 계획이다. 빠른 시일 내에 해외 자체 쇼룸을 확보하면 5년 뒤 풀 컬렉션을 구성하는 것도 염두해 두고 있다. ‘사바티에’는 이미 밀라노 쇼룸에서 프리미엄 라인인 ‘레이 사바티에(Ley Sabatier)’을 출시, 30스타일 정도 먼저 선보였으며 국내는 10주년 패션쇼에서 오픈할 예정이다. 또 해외 유명 디자이너들과 콜라보레이션을 추진, 모피 외 우븐 아우터도 다양하게 선보일 방침이다.
최 대표는 “10주년을 맞아 퍼 아이템에 치중된 브랜드의 한계를 뛰어 넘고 싶었다. 내년 S/S에 밀라노 쇼룸을 시작으로 ‘사바티에’를 토탈 브랜드화 시키고 싶다”고 포부를 밝혔다. 또 “지금도 가방, 드레스 등을 출시해 다양한 시도를 하며 고객들의 반응을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추워서 입는 모피가 아닌 패션으로 입는 모피가 되길 희망한다”는 최 대표는 “우리는 국내에 라이벌이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며 “‘사바티에’가 퍼 아이템을 패션에 접목해 수요층을 확산시켰다는 자부심을 지니고 있다. 앞으로 해외 진출을 성공적으로 이끌어 중소기업들의 롤모델이 되고 싶다”고 당찬 포부를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