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김창수 에프앤에프 대표 - “동양의 감성으로 즐기고 소통하자”
최근 ‘자본주의 4.0’에 대한 논의가 이슈화되고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 강조되고 있다. 아나톨 칼레츠키는 저서 ‘자본주의 4.0’에서 향후 치열한 무한 경쟁의 자본주의가 아닌 따뜻한 자본주의 시대가 올 것임을 언급했다. 사회 불평등이 심화되면서 그 속에 나타난 계층간의 격차와 경제적 문제들로 고통 받는 사람들이 늘게 되고 이제 착한 기업, 착한 브랜드를 논하는 시대가 왔다.
서구의 물질주의에 위기가 왔다. 세계의 중심이었던 유럽, 미국도 마찬가지다. 스티브 잡스는 서양적인 물질에 동양적인 사상을 녹여냈다. 기술 중심의 밋밋한 상품이 아닌 그 속에 문화와 디자인, 장인정신을 담았다.
이제 세상은 물질만을 가지고 지배력을 유지할 수 없게 됐다. 물질 이상의 패러다임이 요구된다. 최근 ‘상생’이 화두로 던져지는 것은 기업이 단순히 이윤추구에 이어 사회적으로 기여해야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는 것으로 이는 동양적 공생사상에서 출발한 것이다. 새로운 정치, 경제 패러다임은 아시아에서 나오게 될 것이다.
1인당 GDP가 2만 달러를 넘기고 주5일 근무, 수업제가 시행되면서 레저와 여행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으며 다양한 아웃도어 활동도 늘어나고 있다. 이에 아웃도어 시장 규모도 급속히 커지면서 고무적인 성장을 지속하고 있다.
아웃도어 브랜드가 태동한 해외 아웃도어는 우리나라 산과는 지형적 특성이 다른데서 출발한 고기능성 제품이 주를 이룬다. 전문 산악인을 위한, 한국 산 실정에 맞지 않는 고기능성 제품이 국내 일반 소비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인식되고 있다.
극한의 자연을 정복하고 등반하는 서양의 개념과 달리 한국의 산은 예로부터 정신적인 가치를 중시하는 장소였다. 국내산에서 산꼭대기에 깃발을 꼽기 위해 산을 오르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산에 오르는 과정을 즐기고 산위에서 보는 달, 태양을 보며 개인적인 기원을 하며 자연을 느끼는 사람들이 있을 뿐이다. 자연을 정복과 탐험의 대상으로 여기는 사람을 쉽게 찾을 수 없다.
현대의 도시인들은 지친 일상에서 벗어나 자연 속에서 잠시나마 휴식을 취하고 여유로움을 만끽하길 원한다. 도시에서처럼 끝없는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닌 자연 속에서 모두가 평등하고 평온하며 위안을 받는 것이다.
따라서 자연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를 반영한 진정한 아웃도어 라이프를 즐길 수 있는 문화가 필요하다. 척박한 극한의 자연을 ‘정복하기 위한 도구’로서의 고기능 아웃도어가 아닌 자연 속에서 ‘즐기기 위한’ 아웃도어가 요구되는 시점이기도 하다.
덧붙여 한국 패션에 대해 언급하자면 지난 20여 년간 유럽의 컬렉션을 재해석하고 서양 복식을 빠르게 받아들이면서 성장했다. 이제는 달라졌다.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겠지만 앞으로 동양적 가치를 반영한 한국 패션이 세계 패션을 만들어 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