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이명호 - “수영장에선 수영복, 산에 갈때는 등산복”
아웃도어 고객을 자세히 보면 참으로 보수적이다. 보통 패션 브랜드는 3년 정도 투자하면 고객들이 알아보고 브랜드를 인지해 투자 대비 수익을 낼 수 있다고 하지만 아웃도어는 전혀 다른 얘기가 될 수 있다. 그만큼 이 시장이 어려우면서도 재미있다. 아웃도어 고객들은 기능에 대한 기본적인 니즈가 있다. 등산을 위해 옷을 사게 되는 것이 브랜드를 접하는 출발점이 되기 때문이다.
두 마운틴(Do-Mountain)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새롭게 진입하기가 쉽지 않다. 아웃도어 가 갈수록 파이가 커지다 보니 시장성을 보고 올해 다양한 브랜드들이 많이 런칭했다. 내년에도 라이프스타일형 아웃도어가 다수 등장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아웃도어는 펑션이 기본 바탕이 되어야 패션도 가능하다는 것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즉 우리가 수영장 갈 때는 꼭 수영복을 입어야한다는 것이 상식인 것처럼, 등산을 가기위해서는 등산복을 입어야한다. 수영복을 입는다는 의미는 무엇인가? 기본적으로 물속에서 저항력을 최소화시켜 몸의 움직임을 편안하게 하는 기능성이 우선된다. 여기에 심미적인 디자인은 2차적인 문제인 것이다. 등산복도 마찬가지 원리이다. 확고한 펑션이 갖춰지고 나서 패션이 가미되면 금상첨화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이 아웃도어 매장에 들어와서 가장 먼저 생각하는 것은 산에 갈 때 입을 수 있냐는 것이다. 흡한속건, 방투습, 방수, 방취, 방오 등의 기능성은 산에 오르내릴 때 중요하다. 동네 뒷산이나 가볍게 즐기는 산책은 다를 수 있겠지만 한국은 전체 지형의 3/2가 산지이고 차를 타고 30분 이내로 도착할 수 있어 당일치기 트레킹이나 주말 산행 문화가 자리잡고 있다.
그만큼 한국 아웃도어 시장은 독특한 문화가 있다. 그런 의미에서 아웃도어 시장의 가능성은 진행형으로 가게 될 것이다. 기능이 기본으로 받춰주면 디자인적인 측면은 벌써 세계 시장을 리드하고 있다고 본다. 과거와는 달리 요즘 해외시장으로 나가보면 유럽쪽에서 오히려 한국 제품을 모티파이 많이 한다. 일부 생산오더의 경우 반드시 한국 시장에서 샘플 진행을 주문하는 경우도 다반사인 것이 현실이다.
아웃도어 시장의 지속성에 대한 물음은 10년 후를 상상해보면 답이 나올 것이다. 10년 후에 사람들이 산에 갈 때 어떤 옷을 입고 가게 될까? 코오롱스포츠 재직 당시(12년 전쯤)에 코오롱본사 앞에서 산에 가는 단체 관광버스가 출발하곤 했다. 그 당시 사람들은 골프 티셔츠, 청바지 입고 버스에 올랐는데 지금은 어떠한가?
이런 상황에서 현재의 아웃도어 브랜드들은 엄청나게 진화했으며 앞으로도 그럴 것으로 예상된다. 익스트림한 기능성을 기본으로 완벽하게 갖춘 브랜드들은 이제 디자인과 패션을 통해 제품을 보다 업그레이드하고 브랜딩이라는 덧칠을 통해 작품을 완성하는 일이 마지막 관건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