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송미선 피플오브테이스트 대표 - 편집매장 잦은 개폐업…치킨게임 “그만”

2013-11-21     한국섬유신문

‘식을 줄 모르는 편집매장 열풍’이라는 며칠 전 전문지 기사의 헤드라인이 못내 신경 쓰이는 건 나뿐일까? 그 기사에 나온 도표에 의하면 2012 F/W를 기점으로 새로 선보인 편집매장만 해도 19개가 넘는다. 그 동안 시장 규모의 양적, 질적인 확대, 소비자의 인식 제고, 유통 업체와 디자이너의 상생에 방점을 찍고 일을 진행해온 나로서는 쌍수를 들어 환영해야 할 일이건만, 엄습해 오는 불안감을 지울 수가 없다.

2000년대 초 분더샵, 쿤 등의 1세대 편집매장이 탄생한지 10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여주고 있다. 동종 업계 종사자로서 혹자는 긍정적인 현상이 아니냐며 묻는다. 물론 반가운 일이다. 불과 몇 년 전만 하더라도 일본 시장과의 격차를 30년이라고 평가한 것이 다수의 의견이었지만, 이제 그 격차가 몰라보게 좁혀지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반가움의 이면에는 일견 아쉬움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소비자들에게 편집매장 문화가 제대로 정착하기도 전에, 게다가 아직 B2C 시장에 비해 B2B 시장이 채 정착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저렇게 분야를 막론하고 대기업과 중소기업에서 뛰어들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으로 내심 불안하다.

이미 독창성과 개성을 바탕으로 인지도가 꽤나 있던 매장 3개가 2012 S/S를 기점으로 폐업 신고를 했다. 그 밖의 몇몇 업체도 위태롭다는 풍문이 여기저기서 자주 들린다. 수많은 편집매장 중 이익을 창출하는 매장은 한 손에 꼽을 정도라고 한다.

가까운 업체들에게 물어봐도 사정은 크게 다르지 않다. 하지만 저렇게 많은 곳에서 너도나도 앞장서서 비슷한 컨셉과 디자이너들로 매장을 채우는 이유는 무엇일까? 수익 모델을 구축하기도 전에 ‘오픈’에만 집중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디자이너 브랜드와 편집매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이 확산되기도 전에 이렇듯 대형매장의 잦은 개업 및 폐업은 괜찮은 것일까? 디자이너에는 과연 한 시즌에 19개의 편집매장 오픈이 반가운 일이기만 할까?

B2B, B2C 시장의 확산을 위해 양방향으로 일을 진행 중인 업체로써는 물론 편집매장 규모의 성장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허나 이러한 성장 이면에는 일방성과 비대칭성이 존재한다. B2C 시장만의 성장, 인프라의 구축과 질적 성장이 배제된 작금의 현실에는 걱정이 앞서는 것이 사실이다. 이렇게 시장이 커지는데도 힘들어하는 디자이너 수와 위태로워지는 편집매장 수는 오히려 많아지고 있고,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인식은 제자리걸음이다.

현 시점에서 시장에 자연스럽고 실속 있는 성장세를 기대하는 것은 무리인 것일까. 이러한 치킨게임은 그만 되어야 한다. 이 게임의 결말은 불 보듯 뻔하다. 가로수길만 보아도 몇 년 뒤의 편집매장 시장의 미래가 보인다. 대기업과 S.P.A. 브랜드가 메인 도로를 잠식하고, 기존의 색깔 있던 매장, 카페 등등 은 모두 없어지거나 뒤로 쫓겨 난지 오래다. 엄청난 권리금과 월세를 물고 오픈한 대형 매장도 손해를 메우려다 보니 점점 산으로 가고 있다. 남의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