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 디자이너의 亞 개척 분투기 - ‘20th Century Forgotten Boy Band’ 이학림 디자이너
“아시아는 분명 매력있는 시장” 전시회 참가·상담 지속해야
지난 해 서울패션위크 제너레이션 넥스트(GN) 가운데 ‘20th Century For
-gotten Boy Band’라는 긴 이름으로 데뷔한 브랜드가 있었다. 이학림 디자이너의 남성복으로, 펑크 등 음악의 감성과 모티브를 의상에 담아 도발적인 분위기가 눈길을 끌었다. 
2013 F/W 패션위크 GN 최종 심사에서는 고배를 마셨지만, 전시에 참가하고 중국 및 아시아 시장 진출을 모색했다. 4월말 세컨 브랜드 ‘B*Side* Bastard’를 통해 남성 티셔츠 등을 출시할 예정인 이 씨를 홍대의 밴드 공연장에서 만났다.
-그간 소식이 뜸했다. 이번 참가한 중국 전시 성과 및 최근 브랜드 사업은 어떠했는지 궁금하다.
중국 상하이에서 3월 12일부터 14일까지 열린 ‘ENK 모드 상하이’에 참가했다. 전시기간 전후로 중국 상하이에 5일간 머물렀다. 첫 참가로 성사된 신규 수주는 없었지만 기존 바이어들과 만나고 신규 상담을 통해 시야를 넓힐 수 있었다. 중국 전시에 지속적으로 참가해서 바이어와 유통을 늘리기 위해 노력할 계획이다. 브랜드의 이번 시즌 테마는 ‘Juvenile Delinquents’로 10대 문제아를 다루고 있다.
-직접 살펴본 중국 전시와 패션 시장 분위기는 어떠했나?
프라다를 카피한 중국의 지아다라는 브랜드가 있더라. 심지어 디자인과 퀄리티도 좋아서 하이엔드 패션으로 손색이 없었다. 세인트마틴 출신들만 모아 집중 육성하는 프로젝트도 가능성이 보였다. 단순히 한 두가지 디자인이나 아이템의 모방 수준이 아니다. 브랜드를 통째로 똑같이 만들어 내는 규모의 힘이 중국의 강점이라고 느꼈다.
이 때문에 한국의 작은 디자이너 브랜드가 쉽사리 발을 들이기 힘들다. 중국 쪽의 주문 규모나 액수가 국내 유통과는 차원이 다른 수억 원대다. 수주를 받아도 당장에 제품 생산에 들어가기에는 생산 공장과 비용 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계약이 이뤄지면 먼저 수주액의 50%가 입금되고 나머지 50%는 상품을 선적 및 배송해 중국 쪽이 받아본 뒤 입금된다. 거래 금액을 받기까지의 기간 동안 재정 부담도 크고 스케줄 맞추기도 빠듯하다.
게다가 거래가 종종 중도하차 되기도 한다는 소문도 있다. 그럴 경우 디자이너가 재고 부담과 현금 손실을 고스란히 떠안게 된다. 하지만 중국은 분명 매력 있는 시장이고, 더불어 다른 아시아 시장도 살펴보고 싶다.
-중국 외 신흥 아시아 패션 시장 등 다른 대안이 있던가?
접해본 아시아 바이어들 대부분이 한국 패션업체에 원하는 것은 고급 패션이 아니더라. 해외에서 한국 패션이라면 특정 브랜드나 디자이너가 아닌 ‘동대문’이다. 한국의 질 좋은 중저가 아이템을 원하는 이들이 대부분이라 하이엔드 디자이너 브랜드가 어필하기 어려웠다.
싱가포르 유통도 접촉해 보았는데, 주로 B2C 판매를 연결하는 플랫폼 기능을 하려고 한다. 사이트를 통해 판매를 연결하고 해외 배송은 브랜드가 직접 하는 방식이다. 소수정예로 꾸려가는 우리로서는 번거롭고 여력만 분산될 것 같아 보류했다.
-한 사람의 디자이너에게 중압감이 큰 만큼 남다른 각오가 필요하지 않나.
오늘 공연한 밴드가 결성 이후 십수년 간 타협 않고 자기 색을 냈는데, 대중들과 소통하고 싶어서 만든 최근 앨범 성적이 좋지 않았다고 했다. 대중들과 소통을 하지 못한 점, 판매량에는 실망했지만 그들은 계속 음악을 하기 위해 또 발버둥 칠 것이라고 하더라. 나도 마찬가지다.
내 감성과 마음으로 고민하고 발버둥 쳐 만들어낸 옷들을 고객들이 즐겨주기를 바랄 뿐이다. 문득 다시 런웨이를 하게 되면 맨 앞줄은 꼭 뮤지션들로 채우고 싶다고 생각했다. 연예인이 아닌 록 음악을 하는 뮤지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