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erview]‘Cho hyung mam Atelier’ 조형만 대표 - 구두에 평생 바쳐 “기술이 나의 힘”

2014-05-31     한국섬유신문

후진양성·구두제작·新개발 전력

일본과 한국 제화업계서만 20여년 활약한 조형만 씨가 마포 서교동에 공방을 오픈했다. 그는 계명제화, 엘칸토 기획실을 거쳐 일본 ‘가네마쓰’, ‘찰스 주르당’ ‘아키라 오사키’를 통해 패턴과 갑피, 저부의 전 과정을 마스터했다. 개인 작업실을 열고 유명인사의 구두를 제작하는 등 이름을 알렸다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와 후진 양성에 나섰다. 구두 제작과 새로운 기술 개발에도 노력하고 있다.

- 80년대 일본에 건너가 최근 한국으로 돌아오기까지, 그동안 제화 한 길만 걸어온 경력이 궁금하다.
1979년 계명제화에 입사해 구두업계에 발을 들여 1984년부터 4년간 엘칸토 기획실에 근무했다. 1988년 일본으로 건너가 아폴로 ‘가네마쓰’, 2001년 리리의 ‘찰스 주르당’에 근무했다. 이후 독립해 패턴실을 마련하고 2007년부터 ‘아키라 오사키’의 패턴과 샘플을 하다가, 제품 제작도 맡아 고급 백화점에 구두가 판매되기도 했다. 같은 해에는 일본 히코미즈노 야간학부에서 제작 전 과정을 강의했다. 2011년 귀국해 세라제화 아카데미에서 제작을 가르치고 올 4월 홍대에 개인 아뜰리에를 마련했다.

- 이방인으로서 타국에서 기술을 인정받기까지 어려움은 없었나.
처음에는 적응을 못해 어려움이 많았다. 일본 사람들에게 쉽게 다가가지 못하고 6개월 만에 돌아왔다. 이를 악물고 두 번째 갈 때는 ‘돈을 벌겠다’, 세 번째 갈 때는 ‘일로써 인정 받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한국에서는 드레스화를 전문으로 제작했는데, 일본에 건너가 다양한 신발을 만들어 볼 수 있었다. 신선한 발상과 창의적인 디자인으로 만드는 일본의 젊은 기술자들을 보고 자극을 많이 받았다.

또한 1mm 오차도 허용하지 않을 만큼 품질 관리에 엄격한 일본 업계에서 일하다 보니 실력이 자연히 늘게 되더라. 한국에는 없는 질 좋은 소재와 부자재도 쉽게 구할 수 있어 구두를 제작도 수월했다. 윗사람이 아랫사람을 존중하고 대화로 풀어가는 일본 제화기업의 문화도 장기간 전문 기술에 집중할 수 있어 좋았다. 하지만 고향에 대한 그리움, 특히 지금도 허물없는 유년 시절의 친구들과 가족들이 그리워 한국에 돌아오게 됐다.

- 한국과 일본에서 경력을 쌓았고 구두제작을 교육하기도 했다. 양국 교육시설의 수준과 차이는 어떠한가.
한국은 어느 학원이나 불과 몇 주, 몇 개월 교육 과정을 행하고 있는데, 이래서는 학생들이 고급 기술을 충분히 습득하기가 힘들다. 일본이나 유럽의 교육기관은 보통 2년, 길게는 3년까지 가르친다. 히코미즈노의 경우 세계적으로 전문성을 인정받고 있어 페라가모, 존롭, 나이키의 산학연계가 이뤄지고, 매년 도쿄 중심가의 유명 호텔에서 열리는 졸업 작품 발표회가 굉장히 멋지다. 제대로 가르치다 보니 교육 기간도 길고 수업료도 고액인데, 3년 과정에 첫 1년 학비가 등록금까지 한화로 2천만 원 정도다.

한국에서 구두제작을 배우려는 학생들 대부분은 아직 그만한 시간과 수업료를 지불할 각오가 덜 됐다. 월 40~50만원의 수강료도 부담을 느끼는데, 물론 학원과 공방의 시설도 열악하다. 충분한 제작 실습을 할 여건이 안 되어 있다. 사람들의 인식과 제반 환경을 하루 아침에 바꿀 수는 없겠지만, 학생들이 제대로 배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실력있는 기술자를 양성하기 위해 오랜 시간 노력해야 할 것이다.

- 조형만 아뜰리에는 어떤 공간이며, 앞으로 어떻게 운영될 방침인가.
서교동 공방은 50평 면적에 일본과 이탈리아, 독일 등 기계 설비를 마련해 뒀고, 집에서도 만들 수 있는 신발 제작에 관한 책을 발간할 예정이다. 실습을 위한 가죽도 보유하고 있어 마진 없이 판매해 성수동까지 가지 않아도 실습할 수 있도록 준비해 뒀다.

배우러 찾아오는 이들 대부분이 성인인 만큼 기술을 지도하는 한편 시행착오도 겪으며 스스로 배워갈 수 있도록 가르치고 싶다. 남성화, 여성화, 아동화와 운동화도 함께 다루며, 라스트부터 구두 완성까지 모든 과정을 배울 수있다. 가방 제작을 할 수 있는 전문가를 파트너로 구해 구두 제작과 함께 교육할 예정이다.

- 학생들을 가르치는 동시에 새로운 라스트 제작과 기술도 개발하고 있다. 꾸준히 기술을 갈고 닦는 원동력이 무엇인가.
일본 구두학원에서 한국 학생들이 잘한다는 칭찬을 많이 하는데, 회사에서 월급을 받는 순간 노력을 안 한다. 1년, 2년 흐르면서 입사 후에도 노력한 일본 사람들에게 뒤처지는 걸 자주 봤다. 학교는 잠깐 기초만 배우는 것이고, 사회에 나와 봐야 진짜 배움을 얻을 수 있다.

전문 기술자들이 어느 정도의 기술을 갖게 된 다음에는 공연한 아집이 생겨 귀와 마음을 닫는다. 내 기술이 최고라는 생각에 남의 충고와 비판을 받아들이는 유연성을 잃어버리면 안 된다.
기술자는 평생 배우고 진보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