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 터치] 이진윤 디자이너 - 한국디자이너가 세계패션 주도할 날을 고대하며…

2014-06-12     한국섬유신문

미국시장을 공략하려면 나부터 철저하게 ‘현지화’가 돼야 한다. 뉴욕에서 생활하며 그들의 문화를 내 것으로 만들고 ‘소통’하는 과정이 힘들기도 하지만 직접 현장에서 느낀 점들을 후배들에게 전해 줄 수 있어 기쁘기도 하다.

모든 해답은 현장에 있듯이 해외를 공략하려면 현지인들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단순히 보는 것에서 떠나 ‘체질화’하고 ‘느끼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처음 뉴욕에서 활동하면서 은행계좌를 개설하는 것부터 쇼룸을 열고 홍보회사와 접촉하고 현지의 패션인들과 소통을 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가 뒤따랐다. 한국에서는 소소한 일상이 뉴욕에서는 매일 매일 스트레스가 되고 무게감으로 다가온 것이다.

이 같은 과정을 거쳐 뉴요커들의 삶을 들여다 보고 인맥을 넓히면서 그들의 라이프스타일과 문화를 익혀나가다 보니 미국시장에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보이기 시작한다.

한국의 유명기업 브랜드들과 디자이너들이 뉴욕에서 패션쇼를 했다고 하고 실제로 반응이 좋았던 것으로 보도되고 있다. 대한민국의 디자이너들과 브랜드들이 옷도 잘 만들고 감성이 뛰어난 것은 사실이지만 현지에서의 마케팅능력은 부족한 점이 많다. 실제로 유력한 홍보회사와 계약을 하지 못하면 패션쇼를 할 때에도 바이어들이나 영향력있는 VIP들이 쇼장을 찾게 하기란 하늘의 별따기이다.

동일한 기간에 해외브랜드나 디자이너쇼가 열린다면 백전백패라 볼수 있다. 실질적인 바잉이 이뤄지지 않음은 물론이다. 패션쇼를 하고 나서도 의상을 전시하고 홍보함으로써 바이어들이 찾게 하는 과정이 더 중요함은 말 할 나위 없다.

그러니 현지에서 패션쇼를 했다고 해서 우리 브랜드가 효과적으로 진출할 수 있다고 믿어서는 안될 것이다. 뉴욕에서 생활하면서 느끼는 또 다른 한가지는 한국 학생들의 디자이너 감각이나 손재주가 정말 뛰어나다는 것이다. 뉴욕 파슨스의 경우 한국학생들이 대부분 상위권을 차지하고 경연대회마다 우수한 성적을 나타낼 정도로 기량이 대단하다. 또한 교육열이 뜨거워서 인지 한국학생들의 수가 날로 많아지고 있다.

완성도도 높고 감성도 뛰어나 칭찬이 자자하다. 반면 미국 학생들은 기량면에서는 현저한 차이를 보이지만 ‘창의성’이 두드러진다. 그리고 즐기면서 공부하고 일을 한다. 한국 학생들의 기량이 이처럼 뛰어나고 재학때와 졸업식,각종 그랑프리에서 수상을 휩쓸지만 정말 우수한 디자이너로 육성되지 못 한다.

이유는 실력이 우수한 반면 문화적 소통과 현지화에 있어 많이 부족하다. 공부도 중요하지만 향후 비즈니스를 위한 사교와 인맥쌓기에는 부족한 역량을 보인다. ‘어울리고 조화로운’ 체질화가 쉽지 않은듯해 걱정도 된다. 한국학생들끼리 어울리고 경쟁하는 것 또한 문제점으로 보인다.

이처럼 디자이너로서 패션디자인뿐만 아니라 다양한 문화를 이해하고 소통하는 노력과 스스로의 체질화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하고 싶다. 한국에서는 각종 경진대회가 열리고 있고 우수한 인재들도 많이 배출되고 있다. 최고의 교육을 받은 우수한 기량의 수상자들에게 주어지는 특전이 바로 ‘해외유학’이나 ‘해외연수’인데 이 또한 효과적인 육성방법인 아닌 듯싶다.

해외에 가서 현지 학부생이 돼 기초부터 공부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 차라리 선진 문화를 습득하게 하고 영감을 발달시키는것이 디자이너로서 더 나은 지원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대한민국에서도 해외유명브랜드를 좌지우지할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나 수석디자이너가 나왔으면 하는 바램이다. ‘한류’라는 문화전파국이 된 지금 대한민국에서 세계패션문화를 주도하는 세계적인 디자이너가 나오기를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