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MF이후 우리업체들 구체적 브라질 교역 피해 속출

1999-11-28     한국섬유신문
얼마전 S社 H 사장은 무거운 마음을 안고 브라질 상파 울로 국제 공항에 내렸다. 작년까지만 해도 연 7∼8백 만 달러씩 수출하던 중견 섬유류 수출업체의 사장으로 일하던 때가 떠올라 마음은 더욱 착잡하기만 했다. 지금 H 사장은 팔자에도 없던 브라질 영주권을 받아 브라질 땅을 처음으로 밟는 중이다. 200만 달러에 달하 는 원단을 브라질 바이어에게 수출했으나 바이어는 대 금을 지불할 수 있는 정상적인 업체가 아니었다. 결국 H 사장은 수출한 물건이라도 되돌려 받아 현지에 서 물건을 처리할 생각으로 한국의 자기 업체도 정리하 고 영주권까지 받아 브라질 땅에 첫 발을 내디뎠다. 브라질이 지난달 28일 IMF 구제 금융을 신청한 이후 국내 업체들의 구체적인 피해 상황이 속속 밝혀지고 있 어 충격을 주고 있다. 밝혀진 사례만 해도 언급된 S사 외에 또다른 S사와 Y 양행, I무역 등 굵직굵직한 섬유류 수출 업체들이 브라 질 무역에서 사기나 대금 회수 불능 사태를 맞아 무더 기로 도산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중 특히 I무역은 라셀 레이스 생산으로 작년 무역의 날에 대통령 표창 및 천만불 수출탑을 수상한 업체여서 충격을 더해 주고 있다. 이 업체는 120만 달러 규모의 가짜 브라질 수입상 L/C 와 80만 달러에 달하는 D/A 대금 결재를 받지 못해 도 산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또 S사와 Y양행도 비슷한 수법의 브라질 바이어에게 사기를 당해 부도라는 최악 의 상황을 맞았다. ‘97년 對 브라질 의류 수출은 총 1억4,243만 달러. 여 기에 직물류까지 포함하면 그 규모는 엄청나게 늘어난 다. 그러나 규모에 걸맞지 않게 브라질 시장은 악덕 바이어 가 판을 치는 대표적 요주의 지역으로 지목돼 많은 업 체들이 피해를 당해 왔다. 그러나 이같은 피해는 날로 교묘해지는 브라질 바이어 들의 사기 수법 보다는 국내 업체들의 주의가 부족해 발생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관계자들은 보고 있다. 이미 국내에도 잘 알려진 브라질 수입상 하무쉬 (Hamuche)는 작년에 섬유 업체인 I무역을 상대로 사기 행각을 벌였으나 이 수입상은 이미 95년에도 비슷한 방 법으로 유산스 L/C에 대한 지불을 거부, 국내 업체에게 큰 피해를 끼친 상습범인 것으로 확인됐다. 따라서 이제 이 문제는 업체 개별의 문제가 아닌 정부 차원의 통상 대책 현안으로 대두돼야 한다는 의견이 서 서히 수면위로 떠오르고 있다. 브라질 정부는 최근 섬유류를 중점 규제 대상 품목으로 선정하고 우회적 무역 장벽을 크게 강화했다. 관세를 부과하는 대신 통관 기준 미니멈 프라이스를 대폭 상향 조정, 사실상 관세 인상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도비직물의 경우 현재 거래되는 가격을 무시하고 미니 멈 프라이스를 5년전 가격으로 환원시킴으로써 약 4배 의 가격 상승 효과를 일으켜 사실상 수출길이 막히는 상황을 초래한 것이 대표적 사례. 따라서 현지 수입상들은 공공연히 밀수를 자행, 브라질 세관이 압수한 한국産 섬유류 물품만 지난 두달간 200 컨테이너 분량에 달하는 것으로 관계자들은 추산하고 있다. 평균 단가로만 계산해도 무려 2천만 달러에 달하는 천 문학적 액수이다. 대금 결제도 되지 않은 이 물건들은 곧 경매로 넘어가 우리 업체들이 회수할 방법은 없다. 결국 2천만 달러라는 거액의 외화가 고스란히 공중에 떠버린 격이다. 정부 차원의 통상 협상이 전무한 상태에서 브라질 교역 에 정통한 관계자들은 브라질 교역시 KOTRA가 제시 하는 가이드 라인보다 더 면밀한 주의가 요구된다고 밝 히고 있다. KOTRA는 對 브라질 수출시 ▲현금 거래 유도 ▲불가피한 경우 선수금을 받돼 만기일을 최대한 단축할 것 ▲미국계 은행이 발행했거나 보증을 선 L/C 를 받도록 할 것 ▲모든 거래에 수출 보험을 100% 활 용할 것을 권장하고 있다. 그러나 관계자는 이에 덧붙 여 현지 수입상이 어떤 통관사를 이용하고 있는지까지 세밀하게 확인해야 한다고 말한다. 아무리 적법한 절차 를 밟더라도 현지 수입상이 밀수를 하는 통관사와 거래 할 경우 과감하게 관계를 끊어야 한다고 충고했다. 결국 브라질 업체와 교역시에는 타지역에서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세밀한 부분까지 우리 업체가 확인절차를 거쳐야 하는 셈. 한편 정부는 뒤늦게 수습에 나서 지난 10월 산자부에서 인사를 파견, 현지 실태 조사에 나선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그러나 이들이 현 브라질 교역 상태를 얼마나 제대로 파악하고 왔는지는 미지수다. <정기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