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션어드바이스] 향기나는 나무의 조건…유수연기자

1999-11-21     한국섬유신문
누구나 튀고 싶다. 「향기나는 나무는 궂이 바람부는 언덕에 서지 않는 다」 얼마전 서울 패션인상을 수상한 디자이너 배용씨는 그 를 축하하는 한 연회의 자리에서 평소 가슴속에 새겨 둔 명언을 인용, 자신의 입장을 이렇게 표명했다. 화려하게 쏟아지는 박수와 갈채를 향해 향해 자신은 이 제 나서지 않아도, 봐주길 바라지 않아도 언제나 성실 한 모습으로, 자연스럽게 알아주고 느껴지는 사람이 되 고 싶다는 이 답례의 말은, 동석한 사람들의 고개를 크 게 끄덕이게 했던 대목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말은 「사람들은 누구나 자신의 존재를 인정 받고 싶어한다. 그것도 될 수만 있다면 정가운데 서서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싶어한다」는 세상의 인지상정을 말해줌과 동시에 그러나 자신이 있다면, 「궂이 자신의 존재를 남에게 강요하지 않아도 알아준다」는 최근 패 션계의 흐름을 그대로 반영해 준 명답이였다고 생각한 다. 왜곡된 이미지의 원천 불과 몇년전까지, 패션의 선진국인 유럽에서도 패션에 관여하는 사람들이란 일반인들과는 전혀다른 세계의 별 개 부류로서 생각하는 고정관념이 있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환상과 이미지를 전면에 내세우고, 자 신의 꿈과 세계를 디자인하는 디자이너들의 세계에 있 어 설사 그런 현상이 좀더 열띤 모습으로 비쳐진다해도 별스럽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정도였다. 미국이나 유럽에서도 모델이나 디자이너들이 마약을 하 거나 나이트 클럽에서 밤을 세우거나 하는 일련의 탈선 행각을 마치 훈장처럼 그들의 화려함을 돋보여 주고 화 제를 불러모으는 원천이 되는 것으로, 오히려 방관하는 추세에 있었다. 「개성과 자유」라는 이름하에 자유분방한 사생활과 끊 임없는 애정행각 등을 연출해도 언론은 화려한 스캔들 로 포장하여 그들의 격렬한 젊음을 사람들에게 여과없 이 쏟아붓곤 했던 것이다. 패션이 만약 지금까지 다소 왜곡된 이미지로 비쳐지고 있는 것은 이런 퇴폐적이고 순간적인 미를 강조해 온 현상때문이였는지도 모른다. 건강하고 성실해진 패션계 그런데 80년대 후반부터 시대가 갑자기 바뀌었다. 사람 들은 진지해졌으며, 급작스럽게 건강붐이 일기 시작한 이후부터는 금주와 금연, 금 카페인운동등이 침투하면 서 세계 패션계의 풍토가 돌변한 것이다. 모델들은 철저한 자기 관리를 실시함과 동시에 자신들 의 장점을 기본으로 자신의 아름다움과 좋은 성격, 그 리고 성실함을 들고 있으며, 결코 제멋대로의 행동을 하지 않게 됐다. 어느 시기보다도 거품처럼 부풀어진 이미지와 환상에서 벗어나 지식과 매력을 닦지 않으면, 유지해 나갈 수 없 음을 인지하기 시작한 것이다. 즉, 모델이라는 직업을 철저한 프로의식을 갖고 수퍼모 델이라는 최고의 직업으로 승화시키는 사람들이 늘어난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직도 우리나라에서는 패션모델이란 마 네킹의 연장선상으로 설정, 그야말로 젊음과 아름다움 을 우선 조건으로 설정해서 인간으로서 다소 미숙하거 나 철저한 프로의식이 결여되어 있어도 용서해 버리는 경우가 많을지도 모른다. 물론, 패션디자이너 경우도 각자마다의 독특한 캐릭터 가 있어야 함은 당연하다. 될 수만 있다면 사람을 매료 시키는 개성도 필요할 것이다. 그러나 지금 세계의 유명 디자이너들은 그 넘치고 흐르 는 끼와 재능을 성실하고 쾌활하게 풀어내고 있다. 적 어도 일하는 장소에서는 철저하게 겸손하며 협조성이 없는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다. 이것은 고객들이 그들의 개인적인 인격에 따라 반응을 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대가 그만큼 현명해지고, 건 강해지고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 인격으로 인정받아야… 분명한 것은, 지금 사람들은 지금까지 패션에 관한 자 신들의 맹목을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그것이 무엇인지 구체적으로는 몰라도, 이제 디자인에 는 그 디자이너의 인격과 성품이 그대로 반영 되는 것 이며, 경쟁무대는 세계라는 사실을 느끼기 시작한 것이 다. 생각해 보면, 요즘같이 너도나도 튀어야 하는 세상에 「겸손」이란 바보짓에 불과하다. 게다가 뭔가를 장기간 준비하고 계획하는 것은 무능하 며 비효율적인 것처럼 보이기도 한다. 화려한 행사가 끝나면, 언제나 「준비기간이 적었다」 는 겸손도 아닌, 자랑도 아닌 의례적인 말로 시치미를 떼어버려도 침이 마른 찬사는 보장된 것이라고 생각하 는 오류와 착각이 난무하는 지금. 그러나 사람들은 이제 진실을 가려내기 시작했다. 칭찬하고 감탄하는 것은 언제나 검증안된 그들의 외적 인 조건이며, 남아있는 것은 「억울하면, 출세하라」는 구호뿐이였음을 깨달아가고 있는 것이다. 「향기나는 나무는 궂이 바람부는 언덕에 서지 않는 다」는 것... 외견과 표면적인 아름다움·그리고 카리스마적인 자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