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장수브랜드’] 동아제약 ‘박카스’ -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감성호소 광고마케팅 펼쳐
잊혀지지 않는 브랜드로
신약개발·해외수출 앞장
“봄비다”
얼핏 보면 화장품광고 같지만 동아제약 박카스 브랜드의 ‘잘나가는’ 광고카피다.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하는 일반약의 광고가 증가될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보수적인 제약업계도 고유 컨셉을 유지한 채 기업이미지 중심으로 탈바꿈하고 있다. 지난 4월 29일 정부가 신약개발지원규모를 지난해 227억 원에서 올해 2배가 넘는 510억 원을대폭 확대할 예정이라고 발표하자 제약사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박카스는 1961년 간장보호에 초점을 맞춘 종합강장영양제로 출시돼 3년 만에 의약품시장 정상에 올랐다. 기존상식을 깬 ‘맛 있는 약’으로 2007년까지 약159억 3000만병으로 팔린 박카스 병을 이으면 지구를 47바퀴 돌 수 있다. 박카스의 매출액은 일반 중견 제약사의 총 매출액과도 맞먹는다. 천안공장 박카스 생산라인에서는 1분당 2400개가 생산되며 이 속도는 보통 기관총 발사 속도의 4배에 달한다.
박상훈 광고홍보 이사는 “박카스가 사랑을 받는 가장 큰 비결은 지난 40여 동안 검증 받은 약효” 라고 말한다. 1970년까지 박카스의 연간매출이 53억 원이었던데 비해 광고비가 12억 원이었을 정도로 공격적이었다.
1976년 정부가 모든 자양강장 드링크를 의약품의 대중매체 광고를 금지하면서 박카스는 출시 이후 최대의 위기를 맞게 된다. 대중광고가 약의 오남용을 부추긴다는 것. 위기는 1990년대 초 또 찾아왔다. 일양약품에서 만든 원비디(인삼)와 영비천(영지버섯)의 매출액을 합치면 박카스의 매출액이 넘어서기도 했다. 그러나 박카스는 1위 자리를 허락하지 않았다. 박카스의 매출을 끌어올린 주역은 바로 변화된 광고전략이었다. 1993년 문민정부의 출범과 더불어 광고 규제가 풀리면서 브랜드 재활성화를 맞이하게 됐다. 당시 추락하던 박카스의 매출을 끌어올렸던 1등 공신은 ‘새 한국인 시리즈’ 광고. 당시 광고과장이었던 유충식 부회장의 주도로 이루어졌던 광고에서 등장한 카피 “그날의 피로는 그날에 푼다”, “젊음은 나약하지 않다”, “지킬 것은 지킨다” 등은 사회적 유행어가 되었다. 전철 안의 노약자석 편은 우리의 전철이용 문화를 바꿔 놓을 만큼 위력이 컸다. 광고계에서는 박카스의 광고가 하나의 신화로 기록돼 있을 정도로 광고의 힘은 대단했다.
그러나 드링크시장의 퇴조는 박카스 역시 전년대비 4.5% 감한 2007년 매출 1125억 원에 그쳤다. 여기에 경쟁브랜드인 광동제약의 비타민음료 ‘비타500’은 발매 5년 만인 2005년 한 해만 5억병 가까이 팔려 45년 역사의 박카스의 매출을 앞지르기도 했다.
동아제약은 이런 점을 해외수출과 신약개발로 극복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특히 필리핀 마켓팅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다. 2007년 박카스는 필리핀에서 오스트리아의 레드불(Red-Bull), 일본의 리포비탄의 뒤를 이어 전체시장의 13%를 차지해 `빅3 제품’으로 성장했다. 필리핀에서 총 500만 캔 이상이 팔렸으며 이는 전년대비 140% 성장한 것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동남아시아 에너지 드링크 시장은 400억 원 규모로 성장하고 있어 올해 활발한 마케팅 통해 필리핀 시장에서 1위 제품으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지난해 6359억 원의 매출을 올린 동아제약의 박카스 매출은 줄었지만 병원사업분야에 속하는 품목들이 큰 폭의 성장을 보여주고 있다. 특히 발기부전 치료제인 자이데나 및 니세틸, 오팔몬, 그로트로핀 등이 기존의 발기부전제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그밖에 AIDS 치료 및 예방과 더불어 불임치료 분야의 신약도 개발중이다.
동아제약 관계자는 “정부의 약값인하정책이 큰 부담이지만, 모든 제약회사가 동일한 조건”이라며 “기업의 투명성을 높이고 특화된 중증질환 치료제를 지속개발 및 해외사업확대와 영업력의 극대화 등을 통해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황성원 기자 hahaha@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