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됐던 살아남아야 한다”

금융위기·환율급등·원자재가 상승…

2009-10-30     전상열 기자
경제·산업·금융 긴축경영 본격화

“어찌됐건 살아남아야 한다.” 최근 미국발 금융위기,환율 급등,원자재가 상승 등으로 실물경기 위축이 가시화되면서 전산업계가 긴축경영을 본격화했다. 소위 말하는 비상경영이다. 감원·생산감축 등 구조조정 칼바람이 경제·금융·산업계를 윽박지르고 있다. 아직은 국민 개개인의 체감강도는 미약할지 모르지만 기업의 상황은 상상을 초월한다.
쌍용양회는 최근 임금동결을 포함한 비상경영 체제 가동을 발표했다. 평일 근무시간을 1시간 연장하고 주말인 토요일에도 정상 근무를 하기로 했다. 비상경영을 공식 선포한 쌍용양회뿐 아니라 다른 시멘트 업체들도 사실상 비상경영 체제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일부 업체는 가동 중단이나 인력 감원까지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비상경영

삼양그룹은 지난 18일 김윤 회장의 특별지시 아래 임원 50명이 참석한 가운데 ‘임원포럼’을 열었다. 김윤 회장은 “지금과 같은 위기상황에서는 평소보다 배 이상 노력해야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유진그룹은 최근 일요일마다 최고경영자(CEO) 회의를 열기 시작했다. 유경선 유진 회장이 직접 회의를 주재한다. 미국 금융위기 등 각종 대내외 변수에 대한 대응책을 마련하고 그룹 현안을 점검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은 임원 임금 삭감과 점포 수 동결 등 ‘비상경영’을 선언했다. 은행 중 공식적으로 비상경영을 선언한 것은 국민은행이 처음이다.

#사업조정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은 기름을 아끼기 위해 도서,승무원 휴대품 등 기내탑재품을 줄이고 있다. 대한항공은 최근 노선 구조조정까지 단행했다. 고유가 및 고환율에 따른 비용 증가와 항공 수요 감소로 인해 26일부터 12개 노선을 감편하는 등 일부 노선을 조정했다. 저가 항공사의 경우 상황은 더 심각하다. 한성항공은 아예 사업을 중단했다.
해운업계는 노선 정리에 나섰다. 중국 코스코,일본 K-라인,대만 양밍,국내 한진해운 등 4개사로 구성된 ‘CKY얼라이언스’는 이달 중순부터 아시아~지중해 항로(EMX)의 운항을 중단키로 한데 이어 아시아~터키항로(ADX)의 선복(화물적재능력)을 대폭 감축키로 했다.

식품업체들도 구조조정을 본격화했다. 국제 원자재 값 급등에다 최근 원화 값 급락까지 겹쳐 제조원가 부담이 눈덩이처럼 커진 식품업체들이 경영개선을 위해 감원, 사업부 폐쇄 등 다각적인 자구책을 강구하고 있는 것.
지난봄 경영부진을 이유로 사장을 교체한 해태음료는 자체 실사를 거쳐 이달 말께 구조조정계획안을 확정해 연내에 시행할 계획이다.

양산빵 업체 기린은 지난 15일부터 희망퇴직자를 접수해 11월께부터 구조조정에 들어갈 예정이다. 기린은 CJ제일제당과 얼마 전까지 인수협상을 진행해왔다. 그러나 CJ그룹 측에서 최종인수 결정을 미룬 데다 경기위축으로 다른 업체도 선뜻 인수에 나서지 않자 납품 등 영업에 적잖은 피해를 본 것으로 알려졌다.
#감산 대세
철강시장에도 불황의 그늘이 짙게 드리우고 있다. 현대제철은 수출 비중이 높은 H형강 등의 생산량을 4분기부터 10만t가량 줄일 방침이다.

동국제강 역시 내부적으로 감산계획을 짜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포스코는 지난 7월부터 스테인리스 제품을 20% 정도씩 줄여 생산하고 있다.
LCD(액정표시장치) 패널 업계 역시 향후 디스플레이 경기를 감안해 생산량을 10~20%씩 줄이고 있다.
반도체 시황은 최악이다. 하이닉스 반도체는 공급 과잉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막기 위해 청주와 이천, 중국 우시 등에서 운영하고 있는 8인치(웨이퍼 크기 200㎜) 반도체 생산라인 가동을 중단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