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세지는 브랜드 리뉴얼바람
아파트·이동통신·패션의류 등
소비자 욕구충족에
과잉공급 해소차원
기업들 ‘CI·BI’ 재정립
브랜드 전문가들은 “시대감각에 맞게 브랜드에 변화를 주지 않으면 진부해질 우려를 안고 있지만 전혀 새로운 브랜드로 완전 교체하는 것은 누적된 브랜드 자산을 표기하는 결과를 초래한다”며 “진부한 브랜드가 되기 전 적절한 조화를 통해 새로움을 전달하기 위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아파트의 경우 최근 프랜차이즈형태의 아파트브랜드가 전국으로 확산되면서 소비자의 관심 역시 덩달아 높아지고 있다. 소위 ‘아파트의 브랜드화’란 용어까지 생겨날 정도다. 현재 살고 있는 아파트의 브랜드만으로 그 사람의 자산규모를 판단 할 수 있는 기준이 됐기 때문이다.
단적으로 자이, 더샵, 어울림과 같이 기호를 포함한 독특한 형태의 브랜드는 세련된 이미지를 부각시켜 한발 앞선 사람들이 선택하는 첨단, 고급아파트라는 이미지를 강조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식별기능의 차원에 벗어나 독특한 아이덴티티를 부여해 수요자들의 변화에 반응하는 유행 브랜드 만들기의 대표적인 사례다.
스테디셀러인 버버리나 루이비통, 샤넬 등과 같은 명품 브랜드도 유행의 흐름에 거스를 수 없는 상황이다. 버버리의 경우 비용절감을 위해 비교적 인건비가 싼 중국현지공장으로 이전을 검토중이라고 밝혀 이슈가 되고 있다.
업계전문가들은 “유행을 선도하는 기업들이 다양화 된 소비자들의 욕구충족을 위해 유행상품에만 치중하면서 자사 브랜드의 충성도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며 변형된 피그말리온효과의 전형이라고 강조했다.
피그말리온효과란 ‘타인이 나를 존중하고 나에게 기대하는 것이 있으면, 기대에 부응하는 쪽으로 변하려고 노력하여 그렇게 된다’지만 버버리의 경우는 오히려 브랜드 가치를 떨어뜨리는 케이스가 된다는 것.
업계 관계자는 “브랜드는 재화보다 소비자들과 먼저 만나기 때문에 기호에 따라 변화하지 않으면 좋은 제품을 갖고도 시장에서 살아남기가 쉽지 않다”며 버버리의 결정에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업체간 경쟁이 치열한 이통통신사들도 마찬가지다. 나이별로 나눈 요금제와 지원서비스별로 소비군을 나눠 브랜딩하는 대표적인 케이스. KTF는 bigi, na, show를, SK텔레콤은 TTL, Tlive로, LG텔레콤은 OZ와 ez-i로 나눠 고객 소비 욕구에 맞춘 새로운 브랜드로 소비자공략에 나서고 있다.
기업브랜드 리뉴얼 작업이나 단기간에 매출 중심의 드라이브 정책으로 탄생한 스타브랜드들도 많지만 역시 전략부재로 사라지는 브랜드로 많다. 대표적인 예가 패션브랜드다.
대량생산과 광고를 통해 단기간에 브랜드 인지도를 높이고 매출을 끌어올렸지만 결국 지속적인 브랜드 관리가 뒷받침 되지 않아 고객의 이탈을 낳았다.
패션 관계자들은 “최근 패스트셀러에 그치고 마는 패션 브랜드에 대해 ‘롱런(long-run)브랜드로 가기 위한 브랜드라이프사이클(Brand Life Cycle)에 대한 개념이 미흡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또 “명품은 누구나 가질 수 없기 때문에 명품이지만 GDP 증가로 국내에서 더 이상 버버리나 루이비통, 샤넬 등은 일반인들이 감히 가질 수 없는 명품이 아니라 대중화된 명품이 됐다”며 “국내·외 브랜드 모두 롱런하기 위해서는 스스로 브랜드 가치를 돌아보고 앞으로의 포지셔닝이 중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김나영 기자 prayer78@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