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正喜의 브랜드와 동양학]아프리카서 만난 김우중 前대우회장
43일간 ‘KOREAN IN AFRICA’ 취재
여름은 모기의 전성시절 그시절 생각나
여름, 모기가 귀찮고 날씨는 참 무더워서 짜증이라도 날 땐 한번쯤 떠오르는 곳이 있다.
바로 아프리카다.
너무 뜨거워서 옷 입는 것이 싫어지고 먹는 것조차 성가실 때가 많다. 발가벗고 알몸으로 다니는 게 이해될 정도로 덥다. 자동차 위에 올리브기름 붓고 달걀 깨 놓으면 반숙 정도는 쉽게 된다. 멀쩡한 사람도 그곳에서 일주일만 지내면 건망증이 심해진다. 그런 아프리카를 43일간 다녀온 적이 있다. 1981년 전두환 전 대통령의 아프리카 순방 이후 「KOREAN IN AFRICA」를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서울에서 「옐로페버」(황열병) 예방주사 맞고 말라리아 모기약 먹고 출발한지 37시간 넘게 걸려 처음 도착한 아프리카 나이지리아의 수도 라고스 공항. 생각했던 것 보단 훨씬 북적댔다. 그곳에는 국제상사의 1인 지시장 安과장이 마중 나와 있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엔 누런 강물을 가로질러 빗질하듯 서 있는 다리가 있었는데 무척 막혔다. 다리의 별명이 「트래픽 잼 브릿지」였다.
건너는 동안 安과장은 라고스에 대해, 나이지리아의 한국인과 그 삶에 대해 얘기해줬다.
[얼마 전 독일대사가 공항에서 눈뜨고 10만弗이 넘는 돈을 강탈당했다. 가져온 짐을 풀어헤쳐서 검사하는 동안 다른 세관직원이 돈가방을 들고 따라오라며 사무실로 들어갔다. 대사는 풀어 헤쳐 놓은 짐을 챙겨 급히 뒤따라갔다. 금방 들어간 세관원과 가방이 보이지 않았다. 덩그러니 책상만 놓여 있었다. 곧 오겠거니 하고 한참을 기다린 끝엔 뭔가 이상하다고 여겨 한쪽 벽을 밀었더니 문이었고 그 문을 열고 보니 휑하니 길이 나왔다.]
[지금 우리가 지나는 이 다리에서도 종종 무장괴한이 나타나 강도행각이 벌어진다. 강도들은 돈, 귀중품을 털고는 강에 대기한 보트를 이용, 사라져 버린다.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는 경우가 많다.]
[얼마 전 한국대사관에 근무하는 동남아계 타이피스트가 강도들에게 끌려가 당했다. 돈도, 몸도, 정신도 다 뺐기고 병원에 멍하니 얼 빠져 1주일째 누워있다.]
[상사 주재원 부인들은 재래시장에 함부로 못 간다. 끌려가면 가정파탄이고 인생 끝난다.]
[여기서는 서툰 영어가 잘 통한다. 택시를 타라고 할 때‘엔터’라고 하고 저 아래쪽으로 가자고 할 땐 ‘다운다운’이라고 한다]
[나이지리아 전력청을 네파라고 한다. National Electric Power Association의 머리글자다. 그런데 실제로는 네셔널 대신 Never를 쓴다. 전기를 공급하고 관리하는 관청이 기술이 없어 전기를 제대로 가동을 못한다.]
세계적 체인망을 가진 특급 호텔인데도 엘리베이터 가동이 안 돼 7층의 방까지 낑낑대며 여행용 가방을 옮겨야 했다. 방에는 에어컨이 작동을 멈춘지 오랜 듯 보였다. [이런 빌어먹을…]
정작 불평은 참고 모아 두었다가 밤에 하는게 옳았다. 더워서 도무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숨조차 어떻게 쉬었는지 모를 지경이었다. 헉헉대다가 호텔 내 수영장을 찾았다. 물속에 있으니 살 것 같았다. 그런데 이마고 콧등이고 얼굴 여기저기가 따끔거리기 시작했다. 모기떼들의 습격이었다. 성한 곳이 없을 만큼 뜯긴 얼굴에는 팥알들이 솟아나 우둘투둘 했다.
[말라리아 약을 챙겨먹길 정말 잘했다.]
뿌옇게 날이 밝아올 무렵이 돼서야 눈을 붙였다. 피곤에 떠밀려 어쩌지 못해 잠을 자다가 전화벨 소리에 눈을 떴다.
[여보세요, 뭐라고요? 아니 회장님께서… 네, 알겠습니다.]
라고스에서 김우중 회장(前大宇그룹회장)을 만나게 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