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짠돌이 경영’ 확산

프린터 컬러대신 흑백으로

2009-12-01     전상열 기자

지방 출장땐 셔틀버스 타라
인터넷 전화로 통신비 절감


미국발 금융위기가 실물경제로 확산되면서 국내 대기업들이 강도 높은 ‘허리띠 졸라매기’에 나서고 있다. 경기 침체로 실적까지 급속도로 악화되면서 크든 작든 불필요한 비용과 물자를 과감히 줄이는가 하면, 인건비 절감을 위해 인력 운용 조정도 마다하지 않는 등 철저한 ‘내핍 경영’을 펼치고 있다.


SK그룹은 매년 말 계열사 임원들이 참석하는 홍보위원회를 올해에는 국내에서 조촐하게 치르기로 결정했다. 홍보위원회 연말 행사는 매년 SK 계열사 국외 사업장을 돌면서 공장 견학 등 글로벌 프로그램으로 진행했으나 올해는 환율 상승 압박과 비용 절감 차원에서 국내 개최로 의견을 모은 것이다.
권오용 SK 브랜드관리실장은 “당초 중국에서 하기로 했으나 어려운 경영 환경에 굳이 외국으로 나가지 말자는 의견이 압도적”이라고 말했다. SK는 10월 말 CEO 세미나도 경기도 이천 그룹연수원에서 열었다. 당초 네덜란드에서 열기로 했지만 비용을 절약하자는 취지에서 급하게 국내로 장소를 옮겼다.


현대·기아차는 2만여 건에 달하는 임직원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원가 절감에 매진하고 있다.
시험차에 쓰이는 엔진과 미션 등 일부 부품을 버리지 않고 충돌 시험차에 재활용해 연간 6억원 규모 개발비를 절약하거나, 반제품조립수출(CKD) 포장에 쓰이던 소나무 목재를 인도네시아산 알바지아로 바꿔 연간 10억원 절감 효과를 거둔 것이 모두 이 같은 아이디어 덕분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설계 단계부터 협력업체들이 참여하는 ‘게스트 엔지니어링’ 제도와 임직원들이 현장에서 업무 관련 문제점을 찾아 개선하는 분임조 활동 등으로 올해에만 8000억원 정도 비용을 줄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사업장별로 인건비 절감과 생산량 조절을 위해 올해 말에 열흘가량 장기휴가를 주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이닉스반도체는 최근 분기당 2000억원가량 영업비용을 줄이기로 방침을 정했다. 2년째 계속되고 있는 반도체 업계 불황을 이겨내기 위해선 대대적인 긴축 경영이 불가피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하이닉스 IR팀장인 김정수 상무는 “요즘과 같은 상황에서 살아남으려면 생산·자재비 등 불필요한 비용을 최대한 줄일 수밖에 없다”며 “기존에 인건비를 포함한 분기당 비용이 2조원인데, 이 중 10%를 줄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체계적인 원가 절감과 별도로 자투리 비용 줄이기에 나선 기업들도 많다.


LG이노텍은 국내외 사업장 간 통화시 인터넷 전화를 적극 활용하고 있다. 인터넷전화는 같은 LG데이콤 가입자 사이에 무료로 통화할 수 있기 때문에 잦은 업무 협의나 장시간 통화에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LG CNS는 직원들에게 컬러 인쇄 대신 흑백 인쇄를 해줄 것을 주문하고 있다. 한 관계자는 “컬러 출력이 흑백보다 16배나 비용이 더 든다”며 “사내 보고 자료는 흑백 출력을 기본으로 하고, 임직원 개인 PC 프린터 기본 설정도 흑백으로 하도록 권장하고 있다”고 말했다.


현대제철은 출장비 단속에 나섰다. 서울과 당진공장을 오가는 비용을 절감하기 위해 셔틀버스 이용을 권장하고 있다. 또 꼭 필요한 것이 아니라면 외국 출장 대신 영상회의를 하는 방향으로 유도하고 있다.

삼성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은 자체적으로 물자 절약 운동에 한창이다.
삼성중공업은 올해 하반기부터 자원을 30% 절약하고 업무 효율을 30% 높이는 ‘자원절약 3030 운동’을 실시하고 있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물자 Down 20% 운동’을 시행하고 있다. 물자 절감 항목을 생산, 자재, 에너지 등 6개 항목으로 나눠 집중관리하는가 하면, 폐전선 볼트 등 재활용과 ‘도로반납’ 시스템을 개발해 낭비를 근본적으로 차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