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시리즈 ‘장수브랜드’] 한국도자기(주) ‘한국도자기’

세계시장에 조선도예 명성 드높여

2009-08-29     한국섬유신문

자체 연구통해 본 차이나 기술 확립
2005년 APEC ‘한국도자기’ 등용문
명품 성장 전략으로 글로벌 맹주 야망

39년 전 어느 봄날. 청주의 한 도자기 공장 가마 위로 불길이 붙었다. 점도가 높은 벙커C유를 연료로 쓰던 시절이었다. 벙커C유가 가득 찬 드럼통을 가마 위에 얹어 놓은 상태라 불길이 옮겨 붙으면 걷잡을 수 없는 상황이었다. 직원들이 앞 다퉈 불을 끄기 위해 가마위로 올라갔다. 그 순간 이 회사 김동수 사장은 도자기 원료인 백토를 날라 불을 껐다. 당시 불을 끄려했던 직원들은 비싼 백토가 아까워 손을 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를 전해들은 김 사장은 이때부터 직원들이 회사의 기둥이라는 신념으로 무해고 경영원칙을 세웠다. 창립 64년을 맞은 한국도자기가 부채비율 0%, 어음을 발행하지 않고 현금 결제 하는 회사가 된 원동력이다.


김사장은 71년 호주 시드니 사업시찰을 통해 큰 충격을 받았다. 국내 질 그릇 값은 1~2달러에도 못 미치는 데 도자기 제품은 20달러가 넘어도 불티나게 팔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것이 바로 젖소의 뼈가 함유된 본차이나였다. 김 사장의 머릿속에는 본차이나 생각뿐이었다. 그러던 중 육영수 여사(박정희 전 대통령 재임시절)가 “청와대에서 쓰는 식기는 모두 일제다. 우리나라에서는 만들 수 없을까”라는 말에 그때부터 한국 도자기는 세계적 도자기 업체인 영국 로열 덜튼 그룹의 기술 자문을 받아 본차이나 제품을 만들기 시작했다. 애써 만든 그릇 깨기를 수차례 반복하고 9개월만에 본 차이나 디너세트와 커피잔세트 3벌씩을 만들어 청와대에 보냈다. 이때 확립 된 기술력은 청와대와 호텔신라, 조선호텔, 인터켄티넨탈, 르네상스 호텔등 특급 호텔 레스토랑의 식기 대부분이 한국 도자기로 채워진 원동력이다. 2004년 1월 한국도자기는 ‘리빙한국’이라는 브랜드 런칭과 함께 다양한 주방용품을 개발하는 등 사업분야 확대에 나섰다. 한국도자기의 명품 브랜드 ‘프라우나(PROUNA)’는 가장 싼 찻잔 한 개의 값이 15만원에 이르는 고가품이지만 2003년 출시 이후 연간 100억원이상이 수출되는 브랜드이다. 2005년 부산에서 열린 아시아 태평양경제협력체(APEC)는 한국도자기의 명성을 세계로 확산시키는 절호의 기회였다. 각국 정상들에게 프라우나가 공식선물로 증정된 이후 전 세계 VIP를 위한 명품 선물과 소장품의 반열에 올랐다. 한국도자기 제품은 ‘프라우나’ 탄생이전 미국 제녹스, 미카사, 독일 빌레로이 앤 보흐 등 세계 50여개국에 주문자 상표 부착방식(OEM)으로 수출됐었다. 그러나 한국도자기 자체 브랜드로는 아무리 품질이 좋아도 세계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했다. ‘프라우나’ 브랜드 탄생은 한국 도자기의 자존심을 찾아 줬다는 점에서 큰 의의를 가진다. 한국도자기 김영목 부사장은 “프라우나 브랜드가 세계 최상위 고객들의 호응을 받고 있는 만큼 명품 성장전략을 유지해 나가 세계시장에서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입지를 굳히겠다”며 세계 도자기 시장 맹주 의욕을 강하게 피력했다.
강재진 기자 flykjj@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