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폭탄…수입 기업들 ‘악’

정유·항공·식품브랜드 ‘수입비용’ 눈덩이

2009-10-13     전상열 기자

원화값 급락이 계속되면서 원재료 수입이 많은 기업들의 경영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원·달러 환율 상승으로 수입 제품의 대금 지급액이 크게 불어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업종이 원유를 전량 수입하는 정유와 항공유 수입비용이 막대한 항공 분야다.
정유사들은 최근 환율이 올라가는 것을 보면 가히 ‘환율 폭탄’을 맞고 있다고 손을 내젓는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국내 4개 정유사들의 상반기 순외환차손(환차손-환차익)은 8844억원에 달한다. 환율 상승기조가 꺾이지 않는다면 하반기에 1조원이 넘는 사상 최대 환손실이 발생할까 우려하고 있다.
항공사들도 환율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항공유 수입에 비상이 걸렸다. 환율이 10원 오르면 국내 항공업계 비용부담은 300억원씩 늘어나는 구조다.
환율 폭등으로 식품업계도 원재료 수입 비용 부담이 커져 몸살을 앓고 있다.
밀가루 설탕 대두 등 연간 10억달러 규모 원재료를 수입하고 있는 CJ제일제당은 환율이 급등하자 난감해하는 표정이 역력하다.


CJ 관계자는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며 불안정안 모습을 보여 원재료 매입 시점을 늦추고 있다”며 “하지만 마냥 미룰 수는 없어 고환율 상황이 지속된다면 피해를 감수하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또 “연간 수입물량의 절반만 환헤지를 한 상황이기 때문에 환헤지를 하지 않은 나머지 물량은 환율이 100원 오르면 500억여 원 손실을 보게 된다”고 설명했다.
전분당, 건강식품 등을 수입하는 대상의 경우 환율이 1200원대를 넘어서면서 연간 300억원가량 비용부담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지만 1300원대까지 치솟자 망연자실한 모습이다.


거의 전적으로 수입에 의존하는 와인업계는 환율 급등의 직격탄을 맞고 있다. 연초 달러당 900원대에 수입하던 와인을 달러당 1300원 정도에 수입하게 돼 자금 압박이 심해져 일부 수입회사는 도산설마저 나돌고 있다.
종합상사 관계자는 “대부분 계약을 달러로 결제해야 하는 업계 특성상 연초 예상했던 환율과 크게 어긋나 당황스럽다”며 “환헤지를 이용해 환율 변화에 따른 위험은 없지만 내년 사업목표를 정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라고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