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경색 ‘명품브랜드’ 옥죄나
불황에 끄떡없던 명품마저…
불황에도 끄떡없던 유럽의 명품들도 금융위기 앞에서는 속수무책이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보석업체 ‘티파니’와 패션업체 ‘불가리’가 신규 매장 개설을 미루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연말 성수기를 앞두고 있지만 소비심리가 회복될 기미가 없기 때문이다.
패션업체 디오르는 최근 미국 내 일부 매장을 폐쇄했다. 프라다는 신흥 시장에 매장을 세우는 데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기 위해 추진했던 기업공개(IPO)를 최근 철회했다.
얼마 전만 해도 명품업체들은 경기침체에도 꾸준히 성장했다. 미국·유럽·일본 내 매출은 줄었지만 중국과 러시아 등 신흥 시장에서 높은 성장세를 보였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명품회사인 루이뷔통모엣헤네시(LVMH)그룹은 올 상반기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매출이 전체 매출의 21%로 늘었다. 다른 지역에서 매출 성장세가 5%에 그친 반면 아시아 지역 매출은 13%가 증가했다. 하지만 HSBC는 LVMH의 3분기 매출이 정체상태에 접어들 것으로 내다봤다. 명품을 사는 부유층도 지갑을 닫을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중국 상하이종합지수는 지난해 10월의 고점 대비 65% 하락했고, 러시아 RTS지수는 올 들어 62%나 떨어졌다.
원-달러 환율이 1400원대에 진입하면서 한국의 명품 수입업체들도 고민에 빠졌다. 올 들어 수입 명품 가격을 10~20% 올린 백화점들은 내년 봄여름 상품 구매 계약을 앞두고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환율 상승폭을 소비자에게 그대로 반영하기는 어렵다”며 “뾰족한 수가 없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병행 수입업체나 해외 구매대행 업체들도 고환율에 떨고 있다. 지난달 초 21만원이던 트루릴리전 청바지가 30만원을 넘고, 20만원대 후반이던 코치 가방이 40만원에 육박할 만큼 가격이 급등했다.
옥션 관계자는 “아직은 미리 확보해둔 물량을 낮은 가격에 버티고 있지만 앞으로가 문제”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