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속의 주인공되는 꿈 어때

2009-10-10     한국섬유신문

칠레의 샌디에고가 아니다. 성 야고보가 걸었던 고행의 길 스페인의 산티아고 콤포스텔라다. 프랑스 생장 피에드포르에서 시작되는 이 고행의 길은 40여 일간 길고긴 자신과의 싸움을 이겨내야만 완주를 할 수 있다. 워낙 먼 길이라 스페인과 가까운 나라에서는 구간을 정해 놓고 해마다 찾아와 지난 해 돌아왔던 지점부터 다시 걷기를 반복해 완주를 하곤 한다. 고행의 길을 확인이라도 시켜주듯이 산티아고까지 가는 길에는 순교자들의 묘비도 찾아볼 수 있다.


산티아고가 배낭여행지로 각광을 받고 있는 데는 김효선 저서 ‘산티아고 가는 길에서 유럽을 만나다’가 한몫을 했다. 50대의 여인이 건강한 청년도 걷기 힘든 산티아고 길을 걸으며 그 속에서 만난 유럽의 친구들을 소개하면서 국내에는 산티아고 붐이 일었다.
이에 각 서점마다 산티아고가 소재가 된 책들이 쏟아져 나왔다. 영풍문고도 예외가 아니다. 1992년 설립된 영풍문고는 후발주자이지만 선발업체인 교보문고와 어깨를 나란히 하며 국내 도서업계를 이끌어 왔다. 영풍문고에서도 여행서를 따로 모아 놓을 만큼 여행서의 인기는 폭발적이다.
그중 스테디셀러로 꼽히는 파울로 코엘료의 ‘순례자’는 국내 산티아고 열풍을 부추겼다.
파울로 코엘료는 1947년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 출생.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했다. 25세 때 연극연출가 겸 TV 극작가로 활동을 시작해 대중음악의 작곡·작사가로도 명성을 떨쳤다. 1987년 자아의 연금술을 신비롭게 그려낸 『연금술사』의 대성공으로 단숨에 세계적인 작가의 자리에 올랐다.
그가 고행의 길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몸을 맡겼다. 풀리지 않는 의문을 갖고 고행 길을 택했지만 중간에 해답을 얻어 완주를 하진 못한다. 산티아고 길 위에 서서 파울로 코엘료가 그러했던 것처럼 문학동네 ‘순례자’를 들고 함께 해본다면 그의 절실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산티아고 길은 100km만 완주해도 산티아고 콤포스텔라에 있는 성당에서 완주 미사를 치러준다. 세계 각국의 완주 자들이 이름을 올렸지만 아직 한국인은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렇기에 산티아고 길에 오르기를 열망하는 것이다. 이에 여행사들도 산티아고 길을 여행상품으로 개발하는데 열을 올리고 있다. 레드캡투어를 비롯 하나투어와 신발끈 여행사 등 각 여행업계에서도 산티아고에 주목했다.
도서는 이제 더 이상 단순한 책이 아니다. 한 권의 책을 넘어 트렌드를 만들고 각 업계에 영향을 끼치고 있다. 한 저자의 여행 수기를 바탕으로 여행상품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김나영기자 prayer78@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