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12 F/W SFAA 정기컬렉션 (2)

2012-04-19     한국섬유신문
작품으로 ‘소통’하고 ‘호흡’한다
대한민국 패션 위상 제고 ‘트렌드 발신’역할 수행

한국을 대표하는 디자이너 그룹 SFAA(회장 신장경)의 11/12 F/W 정기컬렉션은 관객과 디자이너가 작품으로 ‘호흡’하고 ‘소통’하는 진정한 살롱쇼의 의미를 각인시켰다. 지난 12일부터 14일까지 패션 1세대로 통하는 거장들의 컬렉션은 대한민국 ‘트렌드 발신지’로서 완성도와 작품성, 관객이 공감하는 예술적 컨셉과 감성의 터치로 매회 갈채가 쏟아졌다. 120~130석의 협소한 공간이었지만 백화점 바이어와 디자이너별 VIP, 패션업계 인사, 문화, 예술계 초청인사, 프레스들이 자리했다. 모델의 워킹과 의상의 사각거림, 숨소리까지 들리는 공간에서 소재와 실루엣, 디테일까지 세밀히 감상하고 느낄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디자이너마다의 강점과 고품격, 완성도를 실감할 수 있었다.

신임회장인 신장경 디자이너를 비롯 11명의 그룹 선후배가 참가한 이번 정기컬렉션은 매회 피날레가 끝나고 무대조명이 꺼진 뒤에도 박수갈채가 계속됐다. 덕분에 패션쇼 진행 장소로는 무리가 있는 플럭서스 건물에서의 불편함도 묻힐 수 있었다. 더불어 오은환 디자이너의 딸인 유혜진의 데뷔쇼도 치러져 리프레시와 세대교체의 물꼬를 트는 계기로 기대를 모았다.

참가한 패션 관계자들은 “역시 작품성과 열의로 대변하는 ‘SFAA컬렉션’의 위상은 계속되는 것 같다”며 “최고의 작품으로 ‘트렌드 발신’의 역할과 ‘한국 패션의 위상’을 대변해 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컬렉션이 시작되는 12일은 SFAA소속 고(故)이규례 디자이너의 발인이었다. 10일 타계한 이후 대전에서 발인을 지킨 디자이너들은 12일 귀성해 묵묵히 개막준비를 했다. 숙연한 분위기로 개막됐지만 매회마다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작품을 무대에 올렸다.

■ 박항치 ‘Wild Bunny’
SFAA컬렉션 마지막 날인 14일 오후에 펼쳐진 박항치 디자이너의 패션쇼에는 평소 공연의상 제작으로 공연예술 문화에 큰 기여를 해 온 만큼 유명 배우들과 문화계 인사들, VIP들의 참석이 두드러졌다. 종전에 활기차면서도 여성스러운 디테일과 소재패턴, 컬러들을 접목해 온 박항치 디자이너는 다가올 추동에는 ‘와일드 버니’를 테마로 남녀 구별보다는 내면의 마인드변화와 한계를 벗어난 여성들의 모습을 재해석함으로써 독특한 감각을 주입시켰다.
과거 한국적 여성상인 겉모양의 여성스러움과 아름다움은 달라진 게 없으나 내면적 마인드로서 남녀의 한계는 없어졌다는 전제아래 테마를 설정하고 작품화했다. 겉으로 보기엔 암수의 구별이 어렵고 성정을 알 수 없는 온순한 토끼 같은 여인들의 모습을 70년대의 패션에서 미니멀하게 재해석한 것. 시즌에 얽매이지 않는 다양한 실루엣과 대칭과 비대칭의 라인으로 전체 작품을 디자인했고 독특함을 선사했다.

■ 설윤형 ‘Grace Retro’
설윤형 디자이너는 ‘그레이스 레트로(Grace Retro)’란 테마로 트렌드를 리드하고 있는 ‘레트로’에 대한 새로운 이해를 시도했다. 모던하게 사용되는 로맨틱 감성의 컬러 조합과 아날로그적으로 세련된 수공예의 놀랍도록 정교하고 섬세한 디자인으로부터 영감을 받았다고 한다. 복잡함과 단순함의 세련된 대비를 통해 ‘설윤형’만의 스타일을 재해석해 모던하게 완성했다.

■ 김철웅 ‘Re Combination’
컬렉션의 마지막을 장식한 전임 SFAA 회장 김철웅 디자이너는 ‘재조합’을 테마로 작품을 풀어냈다. 70년대와 미래적 라인에 영감을 얻어 구조주의적인 접근을 통해 절제된 여성미와 에너지 넘치는 역동성을 결합했다. 김철웅디자이너는 평소 아방가르드함 속에서 독특하고 시크한 여성미를 이끌어 내 왔는데 이번 시즌 역시 블랙을 주 테마로 입체적인 패턴과 독특한 실루엣의 유연한 요소가 공존할 수 있도록 디자인했다. 이중지 울과 캐시미어, 실크, 비스코스면, 저지, 부르텔, 양가죽에 블랙과 네이비, 그레이, 브라운, 베이지로 자유분방하면서도 아티스틱한 터치를 접목해 시선을 집중시켰다.

/ 이영희 기자 yhlee@ayzau.com
박항치 설윤형
김철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