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재청 50주년 기념으로 열린 ‘코리아 헤리티지 패션쇼’는 패션업계 뿐만 아니라 시민을 위한 대중적 행사였기에 더욱 뜻 깊었다. 4천 명으로 집계된 이날 패션쇼 관객들은 평소 경외의 대상으로만 여겨졌던 경복궁에서 옛 정취를 만끽했다. 또한 2부로 이어진 패션쇼에서는 전통 문화를 컨템포러리하게 해석하거나 스트리트 감성을 접목시킨 의상들이 차례로 등장했다.
관람객들은 “각 디자이너들의 독창성과 기발한 발상도 뛰어나지만 한 벌의 옷으로써도 매력적이어서 입어보고 싶다.” “경복궁을 무대로 이색적인 패션쇼를 보면서 패션과 전통문화에 대한 괴리감과 위화감이 없어진 것 같다”며 고궁에서 열린 패션축제를 흥미롭게 지켜봤다.
가을 밤이 깊어갈수록 경복궁 홍례문의 특설무대를 주시하는 4천 명 관객의 열기는 한층 더 높아지고 있었다. 1부에 이어 진행된 2부의 테마는 ‘전통놀이문화’. 강동준, 곽현주, 이주영, 임선옥, 하상백, 홍혜진 디자이너가 무형문화유산에서 받은 영감을 바탕으로 각 디자이너의 감성과 개성을 작품에 표현했다.
2부의 막을 연 강동준 디자이너는 모던하고 웨어러블한 룩에 우리 민족의 역동성과 담백한 컬러웨이를 접목했다. 여유가 느껴지는 낙낙한 자켓, 활동성을 배가한 슬리브와 매듭은 놀이를 즐기는 역동적이고 활기찬 움직임을 배려한 것 같았다.
고유 색상을 새롭게 표현한 프린트도 눈길을 끌었다. 록 시크 감성의 ‘레쥬렉션’ 이주영 디자이너는 고궁의 처마와 단청, 조각보의 색감을 복잡하고 다채로운 페인팅으로 표현해 의상에 덧입혔다. 곽현주 디자이너는 자켓과 팬츠, 드레스 등 기성복에 고깔과 상모꽃, 삼색끈의 입체적인 형태와 색감에서 착안한 프린트를 얹어 전통과 현대의 조화를 보여줬다.
젊은 층의 지지를 얻고 있는 하상백 디자이너는 한국의 헤리티지가 스며든 스트리트 쿠튀르를 표방했다. 건축물과 전통회화에서 볼 수 있는 반복적인 문양을 모던하게 표현하고, 원색의 소재를 컷아웃 기법으로 절개해 자유롭고 개성적인 룩을 완성했다.
홍혜진 디자이너는 고유의 놀이문화 ‘그네’의 특징적인 움직임에서 착안한 의상과 액세서리로 눈길을 끌었다. 그네의 동아줄 같은 스트랩 숄더와 액세서리 그네를 뛰며 내려다 본 기와와 담장의 모티브로, 그네를 즐기는 여인들의 우아하고 활동적인 모습과 그네가 그리는 선의 아름다움의 이미지가 현대적 실루엣과 감성으로 표현됐다.
<대장금> 무대 의상 등 다양한 문화 장르와의 협업으로 감각과 기량을 인정받고 있는 임선옥 디자이너가 마지막 무대를 장식했다. 그는 영국이나 일본처럼 입헌군주국에 이어지고 있는 왕실제도에서 착안해, 한민족을 대표하는 가상의 왕족이 공식 석상에서 입을 법한 오피셜 클래식 룩을 보여줬다. 도자기의 간결한 서정과 섬세함에서 영감을 받아 아름다운 선과 양감, 고유의 색을 바탕으로 임선옥만의 유니크한 클래식 스타일을 보여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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