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2/13 추동 뉴욕 컬렉션이 2월9일 개막됐다. 16일까지의 기간 중, 300개 이상의 브랜드가 쇼나 전시회를 열었다. 올해는 미국 대통령 선거의 해, 공화당 후보자들이 줄지어 선거전을 펼치고 있다. 이러한 사회적 물결 속에서 미국 패션계에도 선거 분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7일에는 저명 디자이너들이 오바마 대통령의 재선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다. 그 이름도 ‘런웨이 투 윈(승리로의 런웨이)’. 주최자 미국 패션지 ‘보그’ 편집장 안나 윈투어는 오랜 기간 오바마의 지지자였다고 한다. 참가 디자이너는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 마크 제이콥스, 알렉산더 왕 등 한국에서도 이름이 알려진 멤버들이다. 선거도 축제 분위기로 끌어가는 미국이니만큼 이벤트도 성황리에 치러질 것이다.
또한 이번 회에도 쇼를 생중계한 브랜드가 몇 군데 있었다. 그런가 하면 어느 컬렉션 운영을 하는 PR회사는 보도 관계자나 바이어를 위한 ‘디지털 패션쇼’를 기획, 전용 사이트로 작품들을 상세하게 소개했다.
최근 패션 디자인계는 디자이너의 개성보다 시장조사를 기본으로 한 ‘팔리는’ 디자인이 중시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아름다운 소재의 사용법을 구사하며 어떻게 창작하고 반영해 나아갈지, 이번 컬렉션에서는 이러한 디자이너들의 고충들이 그 작품들에서 느껴졌다.
미국과 이란 사이의 긴장이 고조된 가운데 테러 문제나 2007년도부터 시작된 너무 마른 모델들을 반대하는 ‘건강개선운동’처럼 복잡한 상황 속에서 패션계를 더욱 안타깝게 하는 사건이 있었다. 여느 때처럼 패션쇼를 관람하던 95세의 여성, 젤다 카플란(Zelda Kaplan) 씨가 15일에 있었던 조안나 마스트로이안니(Joanna Mastroianni)의 쇼를 프론트로우에서 갑자기 쓰러져 응급차에 실려 갔으나, 사망한 일이 있었던 것이다. 95세의 나이에도 인생을 최고로 만끽했었던 그녀의 갑작스러운 소식에 많은 애도의 물결이 끊이질 않았다.
그러는가 하면, 최종일 캘빈 클라인 쇼 직전에 받은 이메일 한통에는, ‘작년부터 계속되고 있는 격차정정을 위한 “Occupy Wall Street(월스트리트를 점거하라)”의 운동이 쇼회장 주변에서 열릴 예정으로 경비를 위해 쇼 입장전에는 이메일에 의한 시트 어사인먼트(좌석번호 확인서?)와 얼굴 사진이 있는 ID를 지참할 것’이라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쇼가 끝나고 회장을 나서자 어디에선가 함성이 들렸다. ‘You are 99 percent!(우리 99%는 1% 부유층의 강욕을 용납하지 않겠다!)’ 라는 것이 그들의 주장. 데모라 해도 10여명의 소인원으로 공격적인 태도가 전혀 없어 다행이었다.
-소재와 색채의 페어리테일 마크 제이콥스!-
마치 마법의 나라, 디즈니랜드와 같이 순수한 판타지의 세계에 온 듯했다. 소재나 색채를 자유자재로 레이어드함으로써, ‘마크 제이콥스(Marc Jacobs)’는 그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던 세계를 연출했다. 얼굴이 가려질 정도로 거대한 퍼 모자와 몸을 감싸는 스툴이나 코트를 레이어드. 실루엣은 허리에서 힙까지 중감을 준 실루엣으로 마무리. 바텀은 크게 부풀린 벌룬 실루엣의 스커트 또는 무릎 밑까지의 펜슬 팬츠. 동화나라를 만드는 많은 반짝임들. 자켓이나 코트에는 라메나 글리터, 홀로그램 트위드 등의 광택이 있는 소재를 사용해서 중감을 플러스했다.
마크 제이콥스의 세컨 브랜드, ‘마크 바이 마크 제이콥스(Marc by Marc Jacobs)’는 밀리터리와 스쿨 룩이 합쳐진 컬렉션이었다. 처음으로 등장한 빨간 드레스에는 보라색의 많은 아플리케를 달고, 허리에서 게더를 잡아 사랑스러움을 표현. 여유 있는 스커트와 드레스는 활동하기 편해보였다. 2가지 색을 쓴 A라인의 드레스는 플리츠를 넣어 고등학생과 같은 분위기를 연출. ‘알렉산더 왕(Aelxander Wang)’은 특유의 여유 있는 포름과 스포티한 패브릭을 스마트하게 그리고 박시한 실루엣으로 표현했다.
‘제이슨 우(Jason Wu)’는 차이니즈 스타일을 배경으로 한 컬렉션을 발표. 밀리터리 풍 다음으로 등장한 것은 차이나 드레스를 모티브로 한, 20세기 중반의 헐리웃 여배우를 연상케 했다. 화려한 분위기이면서도, 차이나 풍의 칼라를 단 벨벳의 와인레드 색의 가슴을 깊게 판 드레스는 역시 매력적이고 섹시했다. 금색으로 빛나는 자수를 단 타이트한 드레스나 수트도 좋았다. 고급스럽고 지적인 옛 여교사를 이미지한 컬렉션의 ‘데렉 램(Derek Lam)’. 꽃무늬 자수를 넣은 화이트 새틴의 재킷과 스커트로 깔끔하고 청결감 있는 라인을 표현했다.
‘마이클 코어스(Michael Kors)’는 여전히 럭셔리한 스포츠 스타일을 보였다. 포인트로써는 버펄로 체크. 레드와 블랙, 또는 화이트와 블랙의 체크무늬를 블랭킷 코트나 스커트로 표현. 캐주얼한 느낌의 버팔로 체크와 더블 페이스나 캐시미어, 앙고라 등의 고급소재를 믹스했다. ‘랙앤본(Rag & Bone)’은 링컨 센터의 주회장이 아닌 다운타운의 창고에서의 쇼를 선보였다. 전통적인 것을 비꼬면서도 옛 영국의 영광을 남겨 놓았다. 니트의 블레이저나 짧은 기장의 자켓, 모피 소매를 단 롱 코트, 소재의 믹스도 재미있었다. 쐐기 모양의 스트라이프를 넣은 드레스에서는 고리모양으로 짠 울과 레더를 매치한 것이 신선했다.
‘랄프 로렌 컬렉션(Ralph Lauren Collection)’은 영국이 제일 빛났던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누구나 승리감에 젖어있는 그리고 파리에서는 아르데코의 꽃이 피었던 시대를 재현했다. 전통적인 소재, 트위드나 헤어아일, 우스테드 울, 그리고 글랜 브래인을 충분히 사용한 스웨터나 코트가 가득 메웠다. 1920년대의 골퍼가 애용한 무릎 밑 기장의 반바지나 승마 바지도 등장했다.
2012년 춘하의 ‘두리(Doo Ri)’는 범위를 너무 넓혀 열성적인 팬들을 실망시켰으나, 이번 추동 시즌에서는 달랐다. 독자적인 넥 라인을 높이 꼬아 그대로 바디의 라인을 따라 흐르게 했다. 이번 시즌 가격대를 낮춰 만들었던 세컨 라인을 폐지한 그녀는, 엘레강스 하면서도 이지한 라인으로 드레이프를 넥 주변에서 교차시킨 하이넥의 탑이나 드레스가 많았다. 거기에 손, 발을 길게 한 무튼의 자켓을 걸쳐 화려한 기분을 더했다.
‘다이앤 본 퍼스텐버그(Diane von Furstenberg)’ 특유의 랩 드레스 프린트가 이번 시즌에는 많이 줄었다. 색채도 심플한 모노톤이나 블랙으로 보여주었다. 처음으로 등장한 것은 깊은 와인 레드의 드레스. 물결치는 듯한 실루엣이 매우 아름다웠다. 3번째 여유 있는 핑크의 점프 수트에 다크한 코트의 매치눈 현대적이면서 입기 편해보였다.
이번 시즌의 ‘안나 수이(Anna Sui)’는 60년대 후반의 컬처에 경의를 표한 컬렉션이었다. 모델들도 지금 최고 인기를 누리고 있는 에비 리 커쇼, 릴리 도널슨 등이 등장. 갈색, 황토색, 오렌지, 밝은 아쿠아블루나 라임 그린등의 색채의 꽃들이 등장했다. 부엉이 얼굴 같은 니트 모자나 몇 가지 코트에 달린 부엉이 모티브는 관객들로 하여금 ‘갖고 싶다!’ 라는 환호성을 자아냈다.
이번 여름, 런던의 올림픽을 이미지한 영국 국기 유니언잭 모티브의 페르시아 카펫을 보여준 ‘Y-3’. 남미 페루 니트의 이미지부터 중앙아시아의 전통과 기법까지 사용해 컨템포러리한 데일리 웨어를 보여줬다. 와인레드나 너무 밝지 않은 오렌지, 그린도 블랙과 같이 인상적이었다. 니트나 후리스, 무튼 등의 따뜻함을 느끼게 하는 요소들을 효과적으로 보여줬다.
PHOTO/TEXT
YOO DUK JAE<논설위원>
world@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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