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이너 이신우(CINU) 14년만의 컴백 무대

2013-05-02     한국섬유신문
녹슬지 않은 한결같은 ‘정제의 힘’

“디자이너로서 오랫동안 심연에 깊게 내재됐던 것들을 이번 컬렉션에서 풀어냈습니다.”실로 14년만의 컬렉션무대였다. 그 공백이 무색할 만큼 녹슬지 않은 ‘한결같이 정제된 힘’이 컬렉션에 배어 있었다. 이번 컬렉션을 준비하면서 가장 힘들었던 점은 ‘속도 맞추기’ 였다고 한다.

“컬렉션은 디자이너의 숙성된 내면을 끌어내는 것이라 생각해요. 한 작품, 한 작품에 심혈을 기울이다 보니 제 날짜에 무대에 올릴 수 있을까 할 정도였어요. 그 보폭을 맞춰 준 것이 디자이너 박윤정입니다.” 마주보면서 웃는 모습이 꼭 닮은 모녀 디자이너는 한가지의 꿈을 향해 걸어가는 ‘동지’ 같다. 박윤정 디자이너 역시 “요즘 신진디자이너처럼 저 역시 빨리 속도를 내진 못해요. 어머니와 제가 여력이 닿는 한 최선을 다한 것이죠” 라고 답한다.

‘언덕위의 구름’테마 ‘순수 감동’ 끌어내
피날레 무대 기립박수 이어져 관객과 교감

서울컬렉션의 마지막 날인 4월7일, 그것도 토요일 오후였지만 디자이너 이신우의 컴백무대를 보기위해 많은 인파가 몰렸다. 별도의 홍보 인력없이 박윤정디자이너와 그녀의 딸이 동분서주하며 역할을 해 냈지만 역부족일 정도로 좌석이 부족했다. 이번 컬렉션의 테마는 ‘언덕위의 구름’ 이었다. 런웨이 위에는 비구름을 형상화 한 조명작품이 설치됐다. NHK 드라마 ‘소년의 국가’의 한 장면에서 소년이 언덕위에 걸린 구름만 바라보며 올라가는 장면이 뇌리에 각인되면서 컬렉션 작업이 시작된 것이다.

런웨이에서 모델들의 드레스와 자켓은 빗방울 모티브의 펀칭 레이스 디테일로 장식됐다. 이번 컬렉션은 우아하게 물결치는 사선 티어드 드레스와 페블럼 코트등을 중심으로 부드럽고 여성스런 무드로 펼쳐졌다. 또 하나의 화제는 물방울 처럼 반짝이는 시퀸으로 뒤덮인 플랫폼 슈즈들이었다. 지난 10여년 넘게 여성복, 남성복, 언더웨어, 가방, 구두등 모든 분야에서 디자인역량을 발휘해 온 내공이 느껴졌다.

마지막 피날레에서 수줍게 인사를 하고 서둘러 무대뒤로 모습을 감춘 이신우에게 계속해 박수가 쏟아졌다. 많은 이들의 기립박수가 이어지면서 다시금 무대로 나온 ‘디자이너 이신우’는 관객들과 시선을 맞추며 한 동안 감동적인 교감을 나눴다. 디자이너 이신우를 ‘거장’이라고 부르는 이유는 오랜 시간 고난의 언덕을 올라 반짝이는 구름을 바라보며 다시금 꿈을 꾸는 의연한 모습 때문일 것이다.

/ 이영희 기자 yhle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