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ne OR Circle 박성철

2013-05-11     한국섬유신문
세계종말의 시간, 트위스트 트위드
박성철 디자이너의 ‘라인오어서클(Line OR Circle)’의 2012 F/W 컬렉션 컨셉은 ‘Doom’s Day Clock.’ 이 시계는 핵무기나 환경오염에 의해 지구멸망의 위험도를 측정하는 지표로 실존하며, 한동안 늦춰지던 지구 멸망의 시각이 최근 쓰나미와 핵 문제로 앞당겨져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러한 상징적인 불안과 위기의식에서 영감을 얻은 다양한 디자인 모티브가 쇼 연출과 컬렉션 의상 곳곳에서 발견됐다. 접어서 클러치로 활용할 수 있는 초록색 패딩 베스트, 헤드기어 등 컬렉션의 테마로부터 풀어낸 독특한 아이템에서는 창의적인 발상의 전환과 기민한 감각이 엿보였다.

소재는 겨울 트위드, 울, 코튼 코듀로이, 데님과 옥스퍼드 코튼 등 다채롭게 사용됐다. 컬러는 딥하고 다크한 브라운, 카키와 네이비, 멜란지 그레이로부터 시작돼 오렌지, 칠리퍼플, 그린 등 컬러가 점차 밝고 경쾌한 분위기를 보여줬다.

“컨템포러리 클래식, 보다 대중적으로 풀었다”
제스 라인오어서클 박성철 CD 인터뷰

그간 디자이너 감성을 중심으로 컬렉션을 준비한 경향이 있었는데, 예전보다는 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대중적인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기존에 보여줬던 컬렉션보다 적극적으로 트렌드에 입각해, 대중들의 눈높이에 맞춘 디자인을 하려고 시도했다.

‘라인오어서클’은 초기부터 항상 트위스트 트위드(Twist Tweed), 클래식 비틀기로 접근을 하고 있었다. 그러기에 옛것과 비슷하고 답습하는 것처럼 보이지 않기 위해 새로운 개념을 접목하는데 노력했다. 컬렉션의 부제는 ‘둠스데이 클락’. 1년 전만 해도 평화적인 분위기가 조성돼 늦춰졌던 지구종말 시각이 쓰나미와 같은 자연재해와 이란과 북한 핵 위기 등 사회문제로 빠르게 다가오게 됐다고 한다. 환경 문제나 자원 부족에서 의상의 디자인 모티브를 풀어내 컬렉션에 신선함을 불어넣어봤다.

런웨이를 방공호 입구처럼 꾸몄고, 쇼 시작에도 비행기 공습은 비상사태의 분위기를 만들었다. 쇼에도 처음에는 색감이 차분하게 다운된 브라운 카키 그레이 차콜에서 시작해 쇼 중간 2/3 이상 지났을 때부터 비비드한 색감을 줬다. 자원 부족으로 인한 리폼의 개념을 도입해 자켓 소매나 의상의 일부에 다른 소재나 컬러를 사용해 보기도 했다. 귀마개, 무릎보호대 등 몸을 보호하는 기능을 하는 가드 아이템도 준비했는데, 이 같은 소품들과 슈트케이스 등 잡화가 컨템포러리하고 아기자기한 느낌을 줘 의외의 호응을 얻기도 했다.

/ 김송이 기자 songe@ayza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