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에 이어 키워드는 무늬와 투명감-
2013년 춘하 컬렉션 최종 무대인 파리 컬렉션이 9월 25일부터 10월 3일까지의 기간 중, 공식적인 일정으로만 100개에 가까운 브랜드가 패션쇼를 통해 신작을 발표했다. 파리 컬렉션의 제왕 샤넬의 칼 라거펠드는 “크리스챤 디올의 라프 시몬스와 이브 생 로랑의 에디 세즈윅, 내가 좋아하는 재능 넘치는 2명의 존재가 매우 자극적이다”라고 코멘트하고, 랑방의 알버 엘바즈도 “지금 시즌의 파리는 패션의 역사에 남는 순간에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코멘트했다. 2012년 추동 오뜨 꾸띄르 컬렉션에서 패셔니스타들을 흥분하게 한 ‘크리스찬 디올’의 라프 시몬즈는 이번에도 그 기대가 고조되고 있었다.
‘발렌시아가’는 전부 크로드 스타일을 넣고 있었다. 일단은 화이트의 스포티한 브래지어. 바디에 감기는 디자인으로 하이웨스트의 팬츠에 닿는 기장이었다. 이어서 등장한 블랙 원단에 화이트 드레스는 플라풍의 프릴이 몸을 감싸고 페플럼의 전혀 새로운 일면을 끌어냈다. 컬러 팔레트로는 화이트, 베이지, 에그쉘 블루, 블랙 등의 섬세하고 진중한 색의 쓰임이 컬렉션을 돋보이게 하는 캔버스로서 완벽했다.
나폴레옹이 잠들어 있는 안바리드에 하얀 사각형의 텐트를 세우고 ‘크리스챤 디올’의 라프 시몬스에 의한 첫 프레타 포르테가 발표됐다. 디올의 코드인 ‘바 자켓’을 키 아이템으로 내세우고 여기에 라프 시몬스의 감성과 시대감각을 더한 컬렉션이었다. 그 상징이라 할 수 있는 것은 테일러드 자켓에서 파생된 자켓 드레스. 턱시도 자켓 드레스의 팬츠 스타일. 시크한 블랙으로 그린 실루엣은 완벽한 웨이스트 쉐이프와 힙의 양감을 만든다. 그 바 자켓의 형태가 그대로 자켓 드레스로 이동해가는 쇼였다.
‘요지 야마모토’의 이번 시즌은 옅게 들어간 브라운 색감의 사파리톤의 실용적인 케이프 드레스부터 시작되었다. 그리고 넉넉한 반소매 자켓의 조합. 야마모토는 자신의 전형적인 레퍼토리를 전부 선보일 뿐만이 아니라 일찍이 2013년 춘하 컬렉션의 트렌드인 아이템들-크롭 자켓이나 파스텔과 메탈릭의 조합들을 롱 랩스커트와 자켓의 컴비네이션에 넣었다. 또한 이번 시즌에는 유니폼을 테마로 한 새로운 라인 ‘레귤레이션’도 발표했다. 밀리터리풍의 자켓이나 팬츠 등의 심플한 디자인으로 기존의 라인보다 저가격이고 입기 쉬운 아이템들이다. 젊은 층의 고객들을 목표로 하고 있다.
‘랑방’은 강하고 관능적인 스타일. 바디 콘셔스한 곡선과 스퀘어한 형태를 강조. 장식은 삼가고, 블랙과 화이트의 배색이 전체를 차지했다. 레드 퍼플이나 블루 그린과 같은 다채로운 색이 짧은 기장의 드레스를 시작으로 어깨에 악센트를 단 크롭 자켓, 사각 모자이크를 넣은 점프 수트, 골드나 블랙의 글래스 파편을 단 것 같은 드레스에 자켓 등, 다양한 형태로 표현됐다.
‘드리스 반 노튼’은 상반되는 스타일을 에어리하게 표현했다. 매스큘린과 페미닌, 릴렉스와 엘레강스를 가벼운 공기처럼 표현했다. 타탄 체크나 꽃무늬를 다양한 생지에 얹혀 그것을 레이어드하는 것으로 양감이나 실루엣을 바꾸어갔다. 탁한 색조의 컬러 팔레트에 실버나 블랙으로 시크함을 더했다. 꽃무늬는 루시안 프로이드의 회화에서 연상되는 것들이었다. 벨트는 굵거나 길거나, 허리를 확실하게 강조했다.
자유자재로 옷의 밸런스를 변화시켜 셔츠나 자켓의 상부를 돛과 같이 부풀리거나 딱딱한 스타일로 표현한 ‘하이더 아커만’ 네이비나 블랙, 화이트, 퍼플, 그리고 짙은 다크 블루의 색 쓰임은 쇼 회장을 멜랑콜리하게 물들였다.
‘발맹’은 자켓의 어깨 디자인으로 오랫만에 파워 숄더를 선보였다. 역삼각형이 80년대풍의 실루엣이지만 내추럴한 소재나 파우더 컬러를 넣어 엘레강스한 스타일로 완성시켰다. 웨이스트를 벨트로 마무리한 다이아 무늬의 팬츠 수트는 어깨나 사이드에 두터운 화이트의 자수를 넣었다. 미니 드레스는 블루나 엘로우 색의 코드를 곡선으로 짜서 형태를 만들었다. 클래시컬한 문장풍의 무늬로 표현된 바스켓 짜임의 탑도 딱딱한 형태이지만 과하지는 않았다.
‘이세이 미야케’의 테마는 ‘날으는 색’. 큰 프레이드의 프린트지에 코발트나 제이드, 타코이즈의 색채가 겹쳐지며 여기에 상쾌한 오렌지나 살몬 핑크, 밝은 옐로우가 더해져 마치 무지개색의 세계를 보여주었다. 소재나 프린트, 프로포션에서의 그만의 디자인 고집도 옅보였다.
지금까지 없었던 섹시한 무드로 전날의 ‘니나 리치’나 ‘랑방’과 마찬가지로 새로움으로의 도전이 느껴졌던 마틴 마르지엘라. 보다 성숙해진 나이트 아웃용의 작품들이 줄지은 이번 시즌. 튜브탑 드레스의 스커트는 다리에 타이트하게 감기고, 무릎 뒤쪽을 찝어 앞으로 끄집어낸 원단의 디자인이 돋보였다. 스퀘어한 컷트면서 머메이드풍이기도 한 의상은 모델의 워킹을 선도했다. 어깨 스트랩이 없는 스타일도 눈에 띄었다.
가슴의 곡선을 강조한 탑스나 바닥에 닿는 긴 드레스도 스트랩레스로, 딱딱함과 유연함이 동시에 표현되었다. 누드 컬러나 그레이, 블랙, 화이트 등, 다양한 뉘앙스를 나타낼 수 있는 색조가 실루엣의 매력을 더욱 더 이끌어냈다. 강조된 실루엣의 티셔츠나 스웨트 소재의 롱 드레스. 입기 편안해 보이면서도 소화하기 힘들 것 같은 실루엣은 이브닝 드레스풍으로 등장했다.
PHOTO/TEXT
YOO DUK JAE<논설위원>
world@kore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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