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잎은 떨어져 뿌리로 돌아간다지만…조능식

1999-10-31     한국섬유신문
▼가을은 가고 남을 것만 남아서 겨울 추위를 견디는 준비의 11월이다. 낙엽귀근(落葉歸根=나무잎은 그냥 떨어져 나가는 게 아 니다. 나무뿌리로 돌아가 내년 봄의 밑거름이 된다)이 라 했지만 죽음을 생각하고 느끼는 듯 헐벗은 나무들에 게서 무언가를 배우게 되는 계절이다. “헤르만 헤세”의 「11월」이란 詩가 생각난다. 온갖 것은 이제 뒤덮이고 퇴색하려 합니다. 안개 낀 나날이 불안과 근심을 깨어 줍니다. 폭풍이 불어 제친 밤이 지나면 아침엔 얼음 소리가 납니다. 이별이 울고 세상은 죽음에 가득 차 있습니다. 그대여 죽는 법을 배우시라, 그리고 그대 몸을 맡기시라. 죽을 수 있음은 성스러운 지혜입니다. 죽음의 준비를 하시라- 그대는 보다 높은 생명에 들어서리라. ▼이백(李白)의 말이 아니더라도 옛 사람이나 현재 살 아 있는 사람이나 모두가 흐르는 <물>이요 떠도는 < 구름>인 것이다. -어떠한 인생을 누리고 어떻게 죽어가느냐가 문제될 뿐이라고 누군가는 말했다. 육체는 제아무리 <영양분>을 섭취하고 과소비와 사치 의 극치를 달린다 해도 백년 가기는 힘드는 법인 것을. 그래서만도 아니나 일상생활에서 <육체>를 키우기보다 는 <영혼>을 살찌워 쾌락보다는 <진리>를 위해 고통 을 향락할 줄 안다면 그 얼마나 멋지겠느냐고도 했다. -말하긴 쉽지만 행하기는 어려운 것이 진리(眞理)인 것 을-. -「상강(霜降)」이 진낸 어제 오늘이기에 <된서리>가 치면 모든 잎이 축 늘어지고 아파트단지내나 공원의 잡 목들까지도 갑자기 단풍이 들게 마련이다. ▼-몇일 전<실타래子>에게 귀여운 소녀의 글씨로 된 엽서 한장이 날아 왔다. 내용은 “테너 박인수”등이 노래불러 유명해진 정지용(鄭芝鎔=납북 시인)님의 「향 수(鄕愁)」란 시의 가사전문을 알고 싶다는 사연이었 다. 그러지 않아도 정지용님의 <향수>가 그리워지는 계절 이어서 소개하기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