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Interview] ■ 진영식 충남섬유 대표 - “트렌드에 맞는 원단·옷 만이 살아남는다”

‘잘 먹고, 잘 살자’…100년 충남섬유로 가는 오너의 투명 경영철학 매출 15% 연구개발비 과감투자 후가공 기술 확립 수출 도약 발판

2016-04-30     정정숙 기자

동대문은 3만5000여개 상점에 15만 여명의 상인들이 일하는 곳이다. 하루 이 지역을 오가는 인구만 100만명이 넘는다. 쇼핑몰, 원단, 부자재 등 패션을 이루는 모든 요소가 밀집한 그야말로 패션의 허브다. 이곳에서 ‘패션이 나를 버릴 지언정, 나는 패션을 버리지 않겠다’는 신념으로 즐겁게 일하는 사람. 그가 진영식 충남섬유 대표다. 패션 원단시장에서 31년의 잔뼈가 굵은 회사다.

충남섬유는 1984년 설립됐다. 스물아홉 청년 진영식은 500만원과 직원 1명으로 시작했다. 충남방적 대리점 원단을 갖다 팔면서 충남섬유라는 간판을 걸었다. 지금은 24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중견 브랜드로 성장한 ‘충남섬유’는 올해 창립 31주년을 맞았다.

2013년에는 해외수출 별도 법인 ‘CNGlobal Trading’을 설립해 작년에는 400만불 매출을 올렸다. 충남섬유는 환편물 전문 기업이다. 현재 동대문종합상가내 5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노멀(NORMAL), 기능성(FUNCTION), 라미네이팅(LAMINATING), 데님라이크(DENIMLIKE) 등을 취급한다.

충남섬유는 자라, 한섬, 바나나 리퍼블릭 등에 남녀의류, 아동복, 기능성 원단을 팔고 있다. 매장에는 하루 3000명의 사람들이 방문하고 스와치(샘플원단) 픽업 수량만 1500개에 달한다. 진영식 대표는 서울 강남구 역삼동의 CNGlobal Trading 사무실에서 “지금 입고 있는 옷이 라미네이팅 가공 처리한 저희 제품이다. 우리 회사 옷을 입고 소비자 마음으로 꼼꼼하게 평가한다”며 자신의 자켓을 펼쳐 보였다. ‘CNGlobal Trading’은 올해 2000만불 수출이 목표다. 원단과 옷을 유럽, 미국 등 해외에 수출한다.

진 대표는 동대문 시장의 점원으로 3년 동안 일했다. 군 제대 후 일찍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해 집안을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결심의 실천이었다. 진 대표는 “대하소설 ‘대망’의 주인공 도쿠가와 이에야스처럼 자신의 운명을 실험해보는 수 밖에 길이 없었다”고 그 당시 심정을 말했다.

충남섬유(CNG 포함)는 매출의 15%를 개발비로 투자한다. 전체 종업원 78명의 20%가 넘는 18명이 개발팀 소속이다. 모든 제품은 얀(원사) 개발로 시작한다. 한 시즌에 60개 아이템을 출시하는 등 연구개발 투자에 돈을 아끼지 않는다.

진 대표는 “충남섬유는 특허를 사거나 얀 개발을 통해 온리(only) 아이템을 찾는다”며 “라미네이팅과 본딩 등 후가공 기술은 국내시장에서 강자로 자리잡았다”고 자신감을 피력했다. 그는 “동대문종합시장을 찾는 고객들은 대기업 제품들을 둘러본 후 충남섬유 매장에 꼭 온다”며 “차별화된 제품은 비싸도 메이드인 코리아 이기 때문에 꼭 산다”고 전했다.

진 대표는 “패션 전체 흐름과 그 시점 그때의 트렌드에 맞는 원단과 옷을 만들어야 패션업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온라인 마켓을 늘리고 플랫폼 서비스시장을 장악할 것입니다. 몇 년이 걸릴 지 모르지만 온라인으로 개개인의 체형이 전송돼 아바타 환경처럼 각자 체형에 맞는 옷이 만들어집니다. 완전히 별개의 유통망이 우리 앞에 다가 올 것입니다.”

진 대표가 내다보는 패션계의 또 다른 모습이다. 그는 패션산업이 처해있는 어려움 속에서 100년 충남섬유로 나아가기 위해 밑그림을 이미 그렸다. 그는 “기존 질서를 깨뜨릴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고 말했다.

‘잘먹고, 잘살자’ 는 경영이념 아래 100년 충남섬유를 위해 천천히 나아가고 있다는 진 대표는 투명한 기업을 표방한다. 충남섬유에는 2주에 한번 이마트에서 냉장고를 채울 음식들이 배달돼 온다. 직원들이 먹고싶은 것을 미리 요청한다. 박해석 충남섬유 차장은 “직원들이 풍족하게 먹다보니 살이 찐다”며 “늦게까지 일을 하다보면 삼시 세끼를 챙겨먹게 된다”고 말했다.

“직원들을 잘 먹고 잘 살게 해주는 것이 내 역할입니다. 저는 종합 디렉터로 진두지휘하는 사람입니다. 아울러 세금을 제대로 내는 투명한 기업으로 충남섬유를 키우겠습니다.” 충남섬유에는 진영식 대표가 시대 흐름을 알 수 있는 칼럼을 올리는 ‘지식경영’ 게시판이 있다. 월요일 마다 팀장급 직원들이 칼럼으로 주간회의를 한다. 팀장들은 직원들과 다시 공유하고 서로 댓글을 달면서 임원과 일반직원들이 소통한다.

“중소업체가 직원들을 키우기는 쉽지 않습니다. ‘지식경영’ 게시판은 직원들 리더십을 키우는 장입니다. 매년 회사가 커지면서 일반 직원들이 몇 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일정 직급으로 올라 가는데 그 역할을 배울 수 있는 곳입니다.”

직원 개개인의 능률을 올리기 위한 교육에도 힘을 쏟는다. 여기에는 잘먹고 잘 살게 하기 위한 진 대표의 경영철학이 담겨있다. 충남섬유의 성공이 순조롭기만 한 것은 아니다. 1990년 중반에 ‘오감만족’ 편집매장을 부평과 안양에 냈다가 실패했다. 충남섬유는 살려냈지만 일본을 시작으로 로컬로 미국 등 해외 무역을 시작했다가 또 큰 손해를 봤다.

진 대표는 “사업을 키우고 싶다는 욕심으로 돈을 쫓다보니 여러 차례 어려움을 겪었다”고 말했다. 그는 실수를 딛고 일어나 2004년 원단 연구 개발과 함께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처럼 도소매업에 열중했다.

진영식 대표는 “돈을 많이 벌었느냐고 물으면 대답하기 힘들지만 패션에 대한 꿈과 열정은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다”며 “29살 처음 사업을 시작할 때의 초심을 간직하며 일한다”고 강조했다.진 대표는 책상에 ‘자기보다 현명한 인재를 모아들이고자 노력했던 사나이 여기 잠들다’라는 삼성그룹 창업주 고(故) 이병철 전 회장의 묘비명을 적어놓았다. 인재제일로 사람을 중시하는 이병철 회장이 자신의 멘토이기 때문이다.

“충남섬유 직원들 모두 나보다 더 일을 잘합니다. 그들과 소통하며 즐겁게 일하기 위해 뛰어난 사람을 찾고 있습니다. 회사의 경쟁력을 높이는 일이기도 합니다.” 충남섬유는 올해 온라인 시장과 글로벌 시장 진출을 확대할 계획이다. 해외를 타겟으로 온라인 브랜드를 런칭해 알리바바와 G마켓, 11번가에 마켓을 열 계획이다. 내년 초 포천에 1만909㎡(3300평) 규모 통합 물류기지가 문을 열 예정이다.

그는 패션에 대한 가치와 더 큰 꿈과 열정을 쏟기 위해 올해 서울대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에 입학했다. ‘패션을 버리지 않을 것’이라는 그의 열정을 본 원우들이 패션산업 최고경영자 과정 15기 회장으로 뽑았다. 진 대표는 “원우들이 소통하고 협력해 실리 위주로 운영되는 15기가 되길 바란다”며 “김시중 한국섬유신문 회장께는 고문 역할을 부탁했다”고 말했다. 15기에는 유통컨설팅, 소재개발, 패션산업, 해외무역, 연구개발 등 부문별 간사단이 구성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