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클레임 치면서 경조사 챙긴다…양심은?

2016-05-06     강재진 기자

“최근 국내 섬유 생태계 자체가 너무 어렵습니다. 생존 자체가 안 되는 집도 많아 어느 정도 파렴치한 짓은 이해하지만 정도를 넘어선 행동이 지속되고 있어요.”

브랜드는 옷이 안 팔려서, 프로모션은 브랜드가 힘드니 결제가 어려워서, 소재업체는 오더량이 줄어서…. 섬유패션업계가 사상 유례없이 힘든 상황인 것도 모자라 관행을 벗어난 갑의 횡포에 업체들이 멍들고 있다.

A소재업체 국내 영업담당자는 최근 자신이 당한 일에 어이없고 황당함을 금치 못했다. 큰 거래가 없던 아동복 업체가 납품 받은 물량을 클레임 치더니 다음날에는 회사 직원이 자녀 돌잔치 참석 초대장을 보낸 것.

“이런 경조사는 통상적으로 챙기는 일이 비일비재하지만 거래량도 적고 클레임까지 걸려있는 상황에서 이러는 건 아니지 않나요?”

시장이 어려워지다보니 힘들게 오더를 받고도 클레임 사고가 나게 되면 정작 나서서 책임지는 브랜드는 없고 벤더 업체가 피해를 본다. 결국 원단업체가 고스란히 덮어쓰게 된다는 게 문제다. 거기다가 담당자들의 경조사까지 챙겨야하는 현실에 국내 영업 담당자는 분통을 터트렸다.

또 다른 원단업체는 최근 공정위에서 제제를 받은 업체에 납품을 고려했다가 놀란 가슴을 쓸어내렸다. 업체에 납품대금을 주지 않기 위해 악의적으로 클레임을 치거나 결제를 미루기가 일쑤였기 때문.

경제가 어렵다보니 업계는 통상 10%정도 디펙트는 인정한다고 한다. 그러나 합리적인 수준을 넘어, 뻥 튀겨지는 클레임에 원단업체는 점차 경쟁력을 잃는 등 환경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고 경종을 울린다.

업계 관계자들은 통상적인 업계 관행은 인정하지만 도를 넘어선 갑의 횡포에 대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든다. 모두들 힘든 현실이지만 이럴 때 일수록 동반자 의식이 있어야 고비를 벗어날 수 있지 않을까. 패션섬유업계는 유기체임을 인식하고 힘이 들면 서로 힘을 낼 수 있도록 격려하고 위로하는 의식이 절실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