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中古 섬유기계도 수요가 없다

2016-05-15     김동률 기자

‘중고섬유기계(염색, 코팅, 세탁) 매입/매매 합니다’ 취재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에 무심코 쳐다본 간판에 써있는 문구였다. 한국 섬유산업이 끝을 알 수 없는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요즘. 공장 문을 닫았다는 소식이 심심치 않게 들려오고 있어 매물로 내놓는 섬유기계가 많은지 확인하기 위해 직접 공장을 들어가 봤다.

공장문을 들어서자 작업장으로 보이는 문은 닫혀있고 썰렁한 분위기였다. 섬유기계경력 40년에 매매업을 한지 10년째라는 사장에게 매매 경기가 어떤지 묻자 돌아온 첫 마디는 “섬유산업은 다 죽었어”라는 직설적인 대답이었다.

“요즘은 기계 매입하냐는 문의가 한달 평균 6~7통씩 와요. 그런데 팔리질 않는데 어떻게 매입을 합니까. 공장 보세요. 저렇게 텅텅 놀고 있는데.” 그나마 자기 공장에서 나온 기계를 판다고 하는 사람은 사정이 나은 편이라고 했다. 보통은 공장이 경매에 통째로 넘어가 공장을 인수한 사람이 자기가 하려는 업종과 맞지 않거나 그냥 다 없애버리고 아예 다른 일을 하려고 판다는 것이다. 그는 “얼마 전 대구의 한 대기업 섬유연구소가 50억 원 정도 들였던 설비를 연구소를 폐쇄하면서 경매에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고 귀띔했다.

그는 전부터 매매 경기가 좋진 않았지만 재작년부터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고 했다. 오히려 IMF 시절엔 이정도 까지는 아니었다며 한숨을 내쉬었다.

“몇 년 전만해도 일꾼들 사서 기계 수리하고 팔고 사고 했어요. 그런데 지금은 거래가 안돼요. 창고에 꽉 찬 기계가 보이죠? 팔리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안고 있는 거에요.” 매매가 안되니 저렴한 기계는 팔지도 못하고, 가지고 있을 바에야 그냥 분해해서 고철로 팔아버리는 실정이라고 한다.이런 현상은 비단 이곳 업체뿐 아니라 경기지역 전반에 걸쳐 비슷한 수준이라고 했다.

“나 말고도 이 장사 하는 사람들 대부분이 이래요. 오죽하면 나도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서 공장 내놨습니다. 월세도 못 내는 상황인데 먹고 살 수가 없잖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