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수록 가격저항 거세지는데 남성복 ‘포지셔닝’ 쉽지 않네

2015-06-10     이원형 기자
부인들이 옷을 골라주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다. 중년 및 젊은 남성 고객이 직접 옷을 고르고 타 브랜드와 가격을 따져보는 합리적인 소비가 이뤄지고 있는 추세다. 20~30대 초반 여성 고객들이 영 캐주얼 브랜드보다 ‘이새’, ‘플리츠플리츠’ 같은 시니어 감성 브랜드를 즐겨입는 것이 변화의 시작이다. 소비자는 더 이상 나이에 종용되고 트렌드에만 따라가지 않는다. 자신의 개성과 감각을 과시한다. 이젠 브랜드 감성을 소비자에게 요구하기 보다 소비자 전반의 감성에 맞춰 브랜딩을 해야 할 시기임에 분명하다. 현재 남성복 시장은 온라인 고객을 오프라인으로 끌고 오는 데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 하지만 문제는 따로 있다. 기존 남성복 업체의 브랜드 포지셔닝이 애매하다는 것. 한 백화점 관계자는 “온라인에선 싸게 판매하고, 오프라인에서는 높은 가격에 판매하는 전략이 소비자에게 먹혀들지 않고 있다”며 “가격 차이가 너무 나기 때문에 소비자는 매장에서 옷을 사지 않고 제품이 세일에 들어갈 때까지 기다린다”고 말했다. 가격 온도차가 심하게 날 수록 매출에도 악영향을 미친다는 말이다. 극과극 전략보다는 배수를 낮춰 소비자가 수긍할 수 있는 가격을 제품 전반에 녹여내야 한다. SPA브랜드 호황도 남성복에겐 악재로 통한다. 이번 여름, 남성복 업계는 대대적으로 ‘리넨 마케팅’을 승부로 걸었다. 편하고 가벼우면서 시원한 리넨 셔츠를 다양한 디자인으로 공급하겠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대형 SPA브랜드의 리넨셔츠보다 배가 넘는 가격이 문제가 됐다. 한 소비자는 “유니클로 리넨셔츠는 가격도 싸고 색상도 다양해서 한 번 갈때 2~3개의 제품을 구입한다. 하지만 백화점에서 파는 남성복 제품들은 분명 같은 리넨 셔츠임에도 불구 가격이 20만원 중반대다. 소비자를 바보로 아는 것 같다”고 말했다. 리넨 셔츠는 가볍고 이지한 감성이 강한 만큼 오래 입을 수 있는 제품이 아니다. 소비자가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만한 가격이 수반되야 한다. 특히 컨템포러리 조닝은 기발한 제품에 비해 가격이 비싼게 문제가 됐다. 눈에 띄는 참신한 디자인 제품이 많은 것에 비해 제대로 된 판매가 좀처럼 이뤄지지 못하고 있다. 반면 신사 정장은 다시 상승세다. 꾸준한 고가 전략과 퀄리티 있는 제품들을 추구한 브랜드인만큼 성과가 높다. 오프라인 업계에선 ‘비싸게, 아니면 싸게’라는 전략이 통하고 있는 것. 이 때문에 고가와 중가를 함께 선보여왔던 중저가 브랜드가 애매한 상황을 겪고 있다. 남성복 업계의 판세가 뒤바뀌고 있는 틈을 타 신규 브랜드를 출격하는 곳도 있다. 인디에프는 하반기 ‘에스플러스’로 남성복을 공략한다. 더베이직하우스의 중저가 남성복 ‘어반코드’도 백화점에 진출한다. 한 브랜드 관계자는 향후 남성복 시장 변화에 대해서 “더 이상 남성복은 고정된 조닝이 아니다. 딱딱함에서 벗어나야 한다. 옷에 관심없는 남성일지라도 즐거워 할 수 있을 만한 재밌고 유니크한 매장을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직장인을 위해 비즈니스 용품 및 제품을 함께 꾸민 ‘마인드브릿지’, 개성넘치는 싱글남의 집을 그대로 옮겨 놓은 듯한 코오롱 ‘에피그램’이 그 시작 선상에 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