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플리시’ 지용구 대표 - “에너지 샘솟듯 변화무쌍하죠”
2016-06-12 이원형 기자
5년차 남성복 브랜드 ‘지플리시(ZPLISH)’는 지용구 대표만의 언어라는 뜻을 지녔다. 무슨 일이 있어도 자신의 감성과 철학을 지켜나가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그래서인지 제품에도 힘이 있다. 트렌드에 좌우되는 스타일보다는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섬세하게 풀어나간다. 시즌마다 짧지만 강렬한 슬로건을 지니고 있는 점도 특징이다. 지용구 대표는 “현재 9시즌 째 전개해 왔는데 항상 테마를 염두해 두고 패턴이나 디자인을 구성해왔다”며 “첫 시즌 테마는 구조적인 건축물의 감성을 따 왔었는데 패턴 작업도 직접 해서 의미있는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지 대표는 건축학과를 다녔다. 한 때는 신념이 있는 공학도였다. 하지만 내면에서 꿈틀대는 패션에 대한 욕망은 억누를 수 없었나 보다. 그는 곧 패션디자인학과로 편입해 새로운 길을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옷을 워낙에 좋아했어요. 결국엔 하고 싶은 일을 하자고 마음을 먹었습니다. 처음엔 무대의상으로 시작해서 화려한 소재와 부자재를 많이 다뤄봤어요. 전국체전 개회식 의상도 만들어봤죠. 선이 굵은 남성복과는 완전히 다른 분야였지만 제 인생에서 잊지 못할 순간들이었어요.”여기저기서 쌓은 그의 수완 덕분이었는지 ‘지플리시’는 지금까지 한 번도 역신장을 한 적이 없다. 아직은 작은 개인 기업에 불과해 기록적인 매출을 달성한 적은 없지만 즐겁게 브랜딩을 해 왔다. ‘지플리시’ 옷을 입은 사람들이 곳곳에서 눈에 띄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그 점이 에너지를 샘솟게 하는 원동력이 됐다. ‘지플리시’는 퀄리티가 좋기로 정평 나있다. 소재와 패드, 부자재까지 세세하게 신경 쓰기 때문이다. 사람들의 입소문을 타게 된 제품은 ‘슬랙스’ 였는데 꼼꼼한 마감과 좋은 소재로 인기를 얻었다. 가격도 바지류는 6~8만원, 상의는 5~7만원 대를 유지한다. 20만원 대 코트는 심플하고 따뜻한 소재로 겨울철 인기제품 중 하나다. 그는 “미니멀하고 직선적인 감성을 중시하지만 한 쪽을 너무 과하게 표현하는 건 금물이다”며 “자체개발한 원단과 패턴을 적재적소에 사용하는 것도 우리만의 매력이다”고 말했다. 클래식한 가을 남자와 유니크한 모던함이 콜라보레이션 된 듯한 ‘지플리시’. 이 변화무쌍한 브랜드는 현재 에이랜드, 레벨파이브 등 오프라인 편집샵 10여 곳과 온라인 스토어 10곳에 입점돼 있다. 현재는 ‘BLACK CITY’라는 슬로건을 걸고 다음 시즌 작업에 한창이다. ‘락 시크’라는 컨셉으로 남성미 넘치는 가죽 자켓과 유니크한 감성을 담은 제품을 만들었다. 이미 생산에 들어갔다. 지금까지 묵묵하게 준비해 온 만큼 서울컬렉션에 도전해볼 생각이다. 옴므적인 성향이 강한 세컨 브랜드도 계획 중에 있다. 그는 “브랜드로서 좋은 제품을 만드는 일도 중요하지만 보여지는 프로모션도 무시할 수 없다”며 “앞으로 ‘지플리시’만의 색깔을 세상에 채워나갈 예정이다”고 말했다. 5년차 브랜드 치고는 욕심이 별로 없어보인다는 말에 지 대표는 갑자기 눈빛이 바뀌었다. “제 꿈은 세계적인 브랜드가 되는 것, 그거 하나 뿐이에요. 하지만 아직은 부단히 더 노력해야 합니다. ‘지플리시’는 지금 막 시작선을 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