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석붕 칼럼] 알기 쉬운 패션소재 - 부직포와 펠트(2)

2016-06-12     편집부



부직포와 펠트(2)

모르기는 하지만 태고적 유목민들도 야생 양에서 주워 모은 흐트러진 양모를 평평한 돌이나 나무 판자 위에 늘어놓고 두드리던가 눌러서 평평한 시트(sheet)를 만들어 필요한 곳에 사용했으리라고 상상되며 이런 것이 양을 사육하게 된 또 다른 이유가 됐는지도 모른다.

중앙 아시아의 유목민들은 일찍이 이들 펠트제품을 천막이나 의류용으로 사용하고 있었다는 기록이 있으며 인도에서는 B.C. 320~330년에 이미 일반화 돼 있었다고 하며 몽고지방에서는 13세기경 훌륭한 원형 텐트를 이 펠트 제품으로 만들었고 또한 검은색 펠트를 방수포로 만들어 운반되는 화물을 덮어 씨웠다고 한다.

또한 오늘날에도 몽고인이나 북 아프리카의 버버리인 등 사막에 살고 있는 유목민들은 펠트를 옷이나 천막용으로 사용하고 있으며 만드는 법은 그 옛날 조상들의 제조법과 별 변화가 없는 원시적인 방법으로 양모에다 말의 털이나 낙타 털 등을 섞어서 펠트를 만들고 있다.

양모를 신발 속에 깔거나 발 뒤꿈치에 넣고 간다고 해서 그것이 울 펠트가 된다는 이론을 설명할 필요가 있다. 양모는 수축한다. 이것은 양모 섬유 자체가 수축하는 것이 아니라 양모 섬유가 서로 얽히게 되는데 여기에 수분, 열, 외력을 가해 주면 줄어든다.

양모제품이 줄어드는 이유는 양모자체가 갖고 있는 스케일(scale) 때문이다. 이 스케일은 마치 생선 비늘과 같이 배열이 돼서 물고기가 앞으로는 자유롭게 움직이지만 뒤로 후진을 못하는 원리처럼 그런 구조로 돼 있다.

그래서 모사방적이나 제직을 할 때는 이 스케일을 잘 간추리기 위해 긴 제조 공정을 거치게 되는데 제품이 된 다음 수분, 열과 외력이 가해지면 이 간추려진 구조가 무너진다. 가령 세탁할 때 제품을 비벼주는 것이 그 전형이다. 이 때 헝크러진 스케일의 배열은 건조가 다 돼도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지 않고 줄어든 상태 그대로 남아 있다. 헝크러짐으로 줄어든 양모 제품을 펠팅(felting) 됐다고 하고 이렇게 만들어진 것을 울 펠트(wool felt)라고 한다. 이런 양모제품의 약점을 이용한 제법이 울 펠트 제법이다.

펠트 제품을 분류하는 방법은 압축(press), 제직(weave) 니들 펀치법(needle punch)의 세가지가 있는데 니들 펀치는 다른 섬유를 갖고도 만들 수 있지만 압축과 제직방식은 양모 아니면 만들 수가 없다.

펠트제품의 용도는 근래에는 주로 산업용으로서 인쇄업계의 엔드리스 펠트, 제지업계의 칼렌더 펠트, 기타 전기의 절연용 펠트, 방온, 방습 및 충격 완충용 벅킹 용으로서의 펠트, 피아노의 햄머 등 부지기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