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한잔] 어반스터프 윤영준 대표 - 기능성과 디자인, 패턴까지 “브랜드 특성 모두 살렸죠”

2016-06-17     이원형 기자

LA에 사는 철없는 15세 소년이 거만한 스웨그 감성을 뿜어내고 있다. 가까이 다가가자 반항적이고 터프한 말투로 ‘뭘 봐’라고 말한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보니 누구보다 예쁜 눈을 갖고 있다. 왠지 이 소년의 감성이 진주 알처럼 반짝이는 아이디어로 인기를 얻고 있는 ‘어반스터프’를 닮았다.

도시라는 뜻을 지닌 ‘URBAN’과 직물, 옷을 뜻하는 독일어 STOFF를 합쳐 ‘어반스터프’라는 브랜드를 만든 윤영준 대표는 감동을 주는 브랜드를 꿈꾸고 있다. 그는 “어떤 옷을 샀을 때 안감이나 디테일한 부분의 소재가 좋으면 그 브랜드에 감동을 받아 애착하게 되더라”며 “진짜 사랑받는 옷은 소비자 입장에서 감동을 줄 수 있는 요소가 무엇인지 고민한 게 묻어난 옷”이라고 말했다. ‘어반스터프’는 모자로 사랑받기 시작했다. 그래픽 회사를 다니며 취미로 만들던 윤 대표의 모자가 주변 사람들에게 입소문이 나기 시작한 것이다. 평소 스케이트보드와 자전거를 취미로 타던 터라 친구들의 요청은 끊이지 않았다.

될성 부를 나무는 떡잎부터 알아본다는 말이 있듯이 윤 대표는 감각이 있었다. 자신이 전공한 그래픽 아트를 살려 차근차근 디자인을 해나가기 시작했다. ‘어반스터프’의 첫번째 장점 중 하나는 편안함이다. 직접 입어보고 몇번을 삼고초려해서 제품을 생산한다. 소비자가 입었을 때 가장 불편하게 생각하는 애로 사항을 잡기 위해 공을 많이 들였다.

두번째는 직장인 구매고객이 많을 만큼 영한 디자인이 아니라는 것. 하나의 스타일에만 국한되기 쉬운 단점을 극복하고 직장에서도 일상생활에서도 입을 수 있는 세련된 디자인을 만드는 것이 특별한 강점이다. 절대 과하지 않게 절제된 개성을 보여준다.

그는 “편한걸 입자니 디자인이 별로고 영캐주얼을 입자니 너무 어려보였다. 그 중간 점을 잘 살리려 노력한다”며 “기능성 원단과 반사 재질 등 인체공학적인 기능을 살리려고 노력한다. 입었을 때 편안한 옷이 제일 좋은 옷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어반스터프’는 모든 원단을 직접 짠다. 베이직한 기본 라인과 개성넘치는 유니크 라인을 반반씩 생산한다. 베이직한 아이템을 구매한 고객이 품질에 반해 색다른 디자인을 구매하기 때문이다. 제품 가격도 대부분 10만원을 넘지 않는다. 겨울철 아우터일 경우에만 10만원 후반을 넘어간다.

그는 “국내엔 해외 유명 브랜드보다 퀄리티가 훨씬 좋은 브랜드가 많음에도 불구 제대로 된 값어치를 못받고 있다”며 “감동을 줄 만큼 좋은 퀄리티와 디자인으로 사랑받고 싶다”는 포부를 전했다.

그의 이런 노력이 가상했던 탓인지 자체개발한 크랙 패턴으로 만든 의류 제품과 폰 케이스가 인기리에 판매 중이다. 톤 다운된 무채색 색상을 즐겨 만들던 윤 대표가 자신의 전공을 살려 새로운 영역에 도전하기 시작한 것. 그래서인지 이번 F/W는 좀 더 스포티하고 과감한 매력이 부각됐다. 브랜드 슬로건도 ‘REMEMBER US’로 전격 변경한다. 우리를 기억해달라는 당찬 슬로건을 제품 곳곳에 녹여낸다는 각오다.

매 순간이 시작이자 새로운 출발이라는 윤 대표는 ‘나태함’을 브랜드로서 경계해야 할 요소로 꼽았다. 나태해지는 순간 매출로 직결됨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말이다.

“내년엔 새로운 매장으로 이사도 가고 다른 직종의 브랜드와 재미난 콜라보레이션을 추진해서 ‘어반스터프’의 카테고리를 넓혀나갈 예정입니다. 오래 버티고 살아남는 것이 가장 중요한 세상이지만 우리 브랜드를 기다리는 고객이 단 한 분 밖에 남지 않더라도 즐겁게 옷을 만들고 싶어요. 정말로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