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소재 모피 디자인 절실하다

모피協, 디자이너 워크샵 ‘ROAD TRIP’ 성료

2016-06-17     이원형 기자

이 옷이 저 옷이라는 지적을 면치 못하고 있는 국내 모피 디자인 업계는 지금까지 제대로 된 교류가 이뤄지지 않았다. 서로의 지식 공유가 부족했던 탓도 있었지만 새로운 디자인에 대해선 둔감한 국내 모피업계의 폐쇄성도 한 몫했다. 모피 디자이너가 디자인에만 집중할 수 없는 점도 문제라면 문제다.

지난 12일 섬유센터에서 열린 ‘디자이너 워크샵 2015’가 이런 모피 업계 문제점을 인지하고 해법을 제시하는 장으로 거듭났다. 이날 국내외 모피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다양한 소재와 테크닉으로 개발한 신개념 모피 디자인과 전반적인 지식을 공유했다는 평가가 나왔다.

영국에서 트렌디한 모피 제품으로 명성이 높은 디자이너 레베카 브래들리와 네덜란드의 모피 전문 교육 기관 ‘FUR lab’에서 근무 중인 장고 스틴베커, 국제모피협회 아시아 디렉터 켈리 쑤가 모피 트렌드에 대해 다양한 주제 강연을 펼쳤다.

켈리 쑤 디렉터는 “국제모피협회는 매년 이뤄지는 행사를 통해 모피 기술을 교류하고 나누는 장을 마련하고 있다”며 “날이 갈 수록 화려해지고 다양해지는 모피 패션을 젊은 디자이너 인력을 통해 빠르게 흡수해 나가길 바란다”고 말했다.

국제모피협회는 멸종 위기에 있는 동물에 대한 교육을 일체 금하고 법적인 사항을 준수하며 산업적 측면에서 국가에 이바지 할 수 있는 모피산업 육성을 위해 힘쓰고 있다. 국제모피협회 PR 전문가 고라나 스토자노비크는 인류 역사에서 가장 오래된 의복 역사를 가지고 있는 모피산업의 향후 방향성에 대해 강조했다.

그는 “인테리어와 다양한 산업 군에서 모피가 하이브리드 신소재로 활약할 것”이라며 “젊은 디자이너에게 많은 지원을 해 주고 있는 ‘fur futures’ 프로그램에 많은 이들이 참여해주길 바란다”고 전했다. 칸예웨스트, 비요크 등 유명 디자이너, 셀러브리티들과 함께 작업해 유명세를 탄 디자이너 레베카 브래들리는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모피 디자인을 선보였다.

조개껍질을 형상화한 모피 디자인부터, 시폰과 레이스 소재에 접목한 밍크까지, 적은 양의 모피를 사용해도 풍부한 텍스처를 끌어낼 수 있는 방법을 브리핑했다. 그는 “종류가 다른 모피를 기술적으로 많이 다뤄봐야 마감처리에 대한 감각도 자연스레 생긴다”며 “소비여력을 잘 따져 타겟 고객에 맞는 모피 제품을 겨냥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모피 신기술에 대해 강연을 펼친 장고 스틴베커는 텍스처와 컬러까지 모두 다른 소재를 조합시켜 만든 자신의 컬렉션을 직접 소개했다. 그는 “모피 자체에 자연적인 볼륨감이 있기 때문에 다양한 소재와 접목시켜 새로운 디자인의 제품을 만들어야 한다”고 피력했다.

또한 ‘FUR lab’이라는 모피 전문 인력 양성 기관에 날이 갈수록 학생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모피 교육 관련 기관이 전무한 국내에서 벤치마킹 할 수 있는 새로운 패러다임이 제시된 것이라 볼 수 있다.

진도모피 이보람 디자인 실장은 “한국 모피 디자이너들은 모피에만 오롯이 집중할 수가 없다. 마케팅부터 상품 기획까지 멀티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디자이너들간의 교류가 전혀 없는 것도 아쉬웠다. 이번 자리를 계기로 모피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함께 나눌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워크샵 참석자들은 국내에선 볼 수 없는 새로운 모피 디자인을 직접 보고 앞으로의 발전 방향에 대해 파악할 수 있었다는 평가다. 국내 모피 디자인력이 유럽국가에 비해 매우 한정적이었다는 점도 시급하게 해결해야 할 과제로 자리잡았다.

강연이 끝난 후엔 3대 모피 옥션인 코펜하겐퍼(Kopenhagen Fur), 나파(NAFA), 사가퍼(Saga Furs)와 퍼랩 네덜란드(Fur Lab Netherland)에서 제공한 모피 원단 샘플을 직접 만져보고 질의응답 할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