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현장에서는…] 디자이너도 숙성이 필요하다

2016-06-19     김예지 기자

패션업계에 ‘디자이너 브랜드’라는 수식어를 걸고 운영하는 브랜드가 태반이다. 그러나 과연 자신이 연구하고 개발한 디자인을 가지고 있으며 한 분야의 전문가로서 충분한 지식을 갖추고 있는 디자이너는 얼마나 될까? 패션 디자이너는 패션 디자인을 창조하는 사람이다. 지금 업계는 ‘창조’가 아닌 ‘판매’를 하기 위해 디자인하는 상업적인 포지션이 커져있다. 이런 포지션에 속한 브랜드 대부분은 런칭 5년 미만의 신진들이다. 취업이 어렵다보니 자신의 브랜드를 런칭하거나 몇몇 디자이너들이 모여 온라인 쇼핑몰을 통해 시작하는 경우가 많다.

한 시즌 판매량이 좋지 않아 다음 시즌을 준비할 여력이 없는 디자이너 중 돈을 벌기 위해 핸드폰 판매를 하는 모습도 봤다. 자본이 없는 디자이너들은 자신의 철학이 담긴 새로운 것을 연구하고 개발하기엔 돈도 시간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디자이너라는 타이틀 때문인지 가격은 터무니없이 비싸다. 또한, 세컨 라인, 캡슐 컬렉션 등 합리적인 가격을 앞세운 제품들을 선보이지만 조금 끄적인 듯한 그림을 프린트한 스웨트 셔츠, 브랜드 로고를 박은 티셔츠 등이 대부분이다. 창조가 없다면, 다르고 새로운 것이 없다면 디자이너 브랜드가 아니다. 그저 제조, 유통업을 할 뿐이다.


모 브랜드 디자이너는 “자신이 창조한 본인 고유의 것으로 흐름에 맞는 ‘유행’을 일으키고자 하는 사람이 패션 디자이너다”라고 정의를 내렸다. 덧붙여 “디자이너들은 대중이 좋아하는 것, 곧 국내에서 유행할 외국 이미지에 조준해 작업하는데 그치지 않고, 창조를 하는 사람으로서 일단 달라야 한다. 디자이너 개인의 통찰력 있는 세계관과 브랜드를 통해 대중에게 시사하고 선도하고자 하는 내용이 제품에 담기고 드러나야 한다”고 말했다.

20년 이상 업계에 몸담은 중견 디자이너는 “매 시즌 브랜드 컨셉이 있고 아이덴티티가 있다고 하지만 그건 단지 개인의 취향일 뿐이다. 브랜드 아이덴티티는 최소 5년간 몇 번의 시즌을 거치면서 다양한 디자인을 시도하고 고민해 정리해야 완성된다”고 말했다. 외국 바이어, 프레스들도 ‘한국 디자이너들은 스트리트 혹은 컨템포러리 같이 시장성있는 디자인만해서 아쉽다’는 말을 많이 한다.

디자이너들은 다양한 패션을 위해 창의적인 디자인은 물론이며, 기존의 디자인을 재해석해 응용할 수 있으며 디자인 전반적인 내용을 컨트롤할 수 있어야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끊임없는 연구, 개발을 통한 브랜드 숙성이 필요하다. 숙성기간을 버텨줄 자본 또한 중요하다. 시작부터 자본을 충당하기 위한 철저한 계획을 세워야 한다. 쉽게 사랑받고 만큼 쉽게 잊혀지는 것이 패션 시장이다. 오래가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색다르고 뚜렷한 디자이너 브랜드만의 색깔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