꿩은 못 먹더라도 알은 먹어야지!…길영옥기자
1999-10-24 한국섬유신문
백화점 가을 정기세일이 25일을 마지막으로 끝나면서
세일기간 동안 값싼 옷을 사지 못한 소비자는 바보가
되어 버렸다.
『세일이라고 세일 브랜드를 사는 것보다는 노세일 브
랜드들 행사장이 찾기가 실속있다』
세일이 장기간 이어지는 동안 백화점은 정말이지 돗대
기 시장을 방불케 했다.
각 백화점들이 고객유치를 위해 「○○ 브랜드 L백화
점 단독전」 「H백화점에서만 만나는 기회전」을 남발
했기 때문.
말은 단독전인데 며칠후면 이웃하고 있는 他백화점에서
그 브랜드로 또 단독전이 실시되고 있고 한 번밖에 없
는 기회가 몇번이나 오는지.
브랜드도 많고 구경꾼도 많은데 행사는 더 많다.
「○○ 유명 브랜드에 가격 또한 저렴하다는데 한 번
둘러나 보지 뭐!」
세일을 마련한 사람들은 세일에 단독전에 각종 매대와
행사에, 손님들이 꿩 먹고 알먹고 할 수 있는 기회가
아니냐고 반문한다.
그러나 매일매일을 힘겹게 견뎌내고 있는 현대인들, 정
상 브랜드는 못사겠고 할 수없이 매대나 행사 브랜드를
이용할 수 밖에.
올 가을 세일은 실속없기로 소문난 가운데 행사장만은
초만원을 이뤘고 행사뒤에 떠도는 유통가와 브랜드社와
의 충돌얘기 또한 무성했다.
『사은품 마련은 기본. 행사 참여로 겨울 MD개편때 덕
좀 볼 수 있으려나, 매대장사가 훨씬 이익이라던데...』
브랜드社의 가을 정기 세일 참여는 이제까지의 사례를
보더라도 매우 부진할 수밖에 없다.
올 해도 예외는 아니어서 대형社에서는 자사 가격인하,
재가격인하의 계기로 활용할 뿐 세일을 추종하는 일부
영캐주얼 브랜드들이 참여하는 것에 그쳤다.
캐릭터캐주얼은 전반적으로 불참, 노세일을 지향하고
있는 가운데 브랜드 정리나 겨울로의 매출 탄력을 받기
위한 일부 상품 재고떨이 행사 추진에 그쳤다.
썰렁하기 그지없는 정상 매장을 뒤로 한채 복도마다 그
득한 행사 옷걸이, 꼼꼼하게 상품을 둘러보고 있는 소
비자들을 헤치고 나가다보면 다이어트가 저절로 된다.
재래시장보다 더 복잡하고 여기저기서 얼마냐를 외치며
입어보기 위한 탈의실 줄은 길고, 아예 그냥 그 자리에
서 벗고 갈아입는 세태다.
꿩은 못 먹더라도 세일이라는데 값싼 것 하나 사서 알
먹는 재미라도 보아야지하는.
올 가을 안팔린 옷들은 또 언젠가 세일 때 세일아닌 브
랜드로 행사장 옷걸이에 걸려 있을 것이다.
<길영옥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