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프로페셔널 서울컬렉션, 수혜자 책임 막중하다

2016-07-03     전상열 기자

서울컬렉션은 프로페셔널 행사다. 누구라도 이를 부인할 수가 없다. 서울컬렉션이 올해로 15년 차를 맞는다. 당연히 프로페셔널 경지에 있어야 했다. 불행하지만 서울컬렉션은 그렇지가 못하다. 15년 동안 자기부정에 함몰돼 왔음을 뜻하고, 국민들은 이를 의아스럽게 생각한다. 패션 강국으로 가는 길 또한 그만큼 늦춰졌음을 반증하는 셈이다. 프로의 세계는 아마추어와는 다르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사안 아닌가?

서울패션위크를 주관하는 서울디자인재단이 참가기준 변경과 참가비 인상안을 내놓자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서울컬렉션 참가를 보이콧하겠다는 으름장 사태가 벌어졌다. 집단의 힘으로 이를 무력화하겠다는 엄포와 다를 바 아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의 으름장은 기득권만 누리겠다는 아집의 결정판이자 쓴 웃음 짓게 하는 코미디다. 이제 15년 동안 받은 수혜는 그만 내려놓을 때가 됐다. 스스로 프로의 세계로 나아가라는 뜻이다.정구호 서울컬렉션 총괄 감독은 서울패션위크가 시민축제에서 벗어나 비즈니스 기반으로 글로벌 경쟁력과 자생력을 구축하려면 최소한의 의무를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극히 당연한 지적이 아닐 수 없다. 지금 세계를 지배하는 컨텐츠는 산업화도 경제력도 아니다. 바로 문화다. 한 글로벌 패션디자이너의 영향력은 세계 어느 정치지도자 못지않다. 컬렉션은 이 같은 디자이너를 키워내는 인큐베이터다. 문제는 한국패션디자이너들의 의식 수준이다. 수혜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결연한 아집만 팽배하다.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가 지난 6월30일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패션위크가 누구에 의한, 누구를 위한 행사냐고 물었다. 또 오로지 일방적인 판단과 기준설정, 통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도대체 말의 앞뒤가 맞지 않는다. 물에 빠진 놈 건져 놓으니까 내 봇짐 내라 한다는 속담을 떠올리게 한다. 그 주체는 디자이너들 아닌가? 극단적인 자기 패러독스에 빠졌음을 인정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당장 여론은 기자회견을 열지 아니한 것만 못하다는데 모아진다.

컬렉션 참가비 인상에 집단 보이콧 으름장
혈세 지원 15년…마냥 온실 육성에 기대나
컬렉션 수혜자는 바로 디자이너, 책임도 져야
세계 5대 컬렉션 패션 강국 지향점 찾으려면
이젠 수혜의 아집 버리고 스스로 길 찾을 때


국민들의 시각 또한 싸늘하기가 그지없다. 디자이너들은 언제까지 국민의 혈세를 지원받아 서울컬렉션을 치르겠다는 것인지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서울컬렉션 지향점은 세계 5대 컬렉션으로 발돋움이다. 벌써 15년 세월이 흘렀다. 그런데 현실은 시작 시점보다 크게 나아졌다는 평가가 아니다. 한국패션디자이너연합회는 이에 대한 자아성찰을 요구 받는다. 마냥 온실에서 키워지는 화초처럼만 생각한다면 지향점을 찾는 게 쉽지가 않다. 지난 15년의 세월은 이를 웅변하는데 모자람이 없다.

파리 런던 밀라노 뉴욕 컬렉션은 철저히 수혜자 중심으로 열린다. 주관은 각 지자체가 담당하지만 컬렉션 관련 경비 일체는 디자이너 스스로가 책임진다. 컬렉션 수혜자는 바로 디자이너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프로의 세계는 다름 아니다. 철저히 자기 책임을 요구한다. 서울디자인재단이 서울패션위크 참가비로 종전에 비해 1000석 규모는 150% 인상한 1000만 원, 700석 규모는 180% 인상한 700만 원으로 올렸다.

그렇지만 뉴욕패션위크의 3만5000 달러에서 6만 달러에 비하면 거의 무임승차나 다를 바 없다. 정 총괄감독이 서울패션위크가 전세계 프레스와 바이어를 대상으로 한 프로페셔널 행사라 단언한 만큼 이 정도의 참가비는 낼 수 있어야 하고 비즈니스 기반을 갖춰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렇더라도 혈세의 지원은 지대하다.

서울컬렉션의 환골탈태는 아직 멀었다. 프로페셔널 서울컬렉션으로 가려면 철저히 수혜자가 중심에 서야 한다. 불모지 패션산업을 이 만큼 키워준 힘은 국민의 혈세다. 그렇지만 프로페셔널 서울컬렉션으로 가려면 더 이상 혈세를 볼모로 해서는 안 된다. 디자이너들 스스로가 길을 찾아 나서라. 그래야 패션 강국으로 가는 빗장을 제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