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섬칼럼] 정말 ‘최선’을 다하고 있는가

2016-07-17     정기창 기자
유사한 사업 구조를 가진 A와 B 두 회사가 있다. 양사 모두 수출과 내수 시장에 진출해 있고 조직·매출의 규모면에서 업계 수위를 다툴만큼 화려한 면면을 자랑한다. 그런데 불행하게도 두 회사는 회사 성장을 저해하는 비슷한 구조적 문제를 갖고 있다는 점에서도 비교가 된다. 전체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의 차이는 있지만 수출이 주력이며 양질의 이익도 거두고 있다. 문제는 내수사업이다.A, B사는 수년째 수출에서 벌어 내수 시장에서 까먹은 적자를 보전하느라 허리가 휘고 있다. 업계와 당사자들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 회사들이 국내 시장에서 고전하는 이유가 뚜렷이 드러난다.“조직의 상층부에서 썩은 냄새가 풀풀 난다. 경영진(오너) 의사 결정에 큰 영향력을 가진 일부 임원과 고위 간부들이 고리타분한 사고에 젖어 조직에 혁신을 가져오지 못하고 있다. 과거에 자기들이 성공했던 방식대로만 일을 밀어 부치니 성과가 날 수 있나. 실력있고 유능한 직원들은 자기 뜻을 펼치지 못해 회사를 나가고 이제 남아있는 직원들은 윗사람 말에 순응하는 사람들뿐이다. 회의 때마다 변화와 혁신을 주문하고 실적을 독려하는 말 자체가 어불성설로 들린다.”이런 정도로 정리가 될 수 있겠다. 이 같은 내외부의 전언들이 현 문제의 원인을 100% 정확하게 짚어 냈다고 확정지을 수는 없다. 하지만 아무리 탐문을 해 봐도 이보다 더 설득적인 논리는 찾아내기 힘들었다. 국내외 경기 불황 같은 외부적인 요인은 배제했다.궁금해졌다. 사장급 최고경영진에게 질문을 던져봤다. 이 같은 사실을 모르는 것인지, 알면서 고치지 못하는 것인지.

수출·내수 간판급 주자들…인사 실패로 실적 악화

문제는 항상 내부에 있는 것

어려울 때 최고경영자에 대한 평가 극명히 드러나

다양한 인재, 적재적소 배치하는 조직관리 필요

조직에 변화와 혁신의 바람 불어 넣어야

“(임원이나 계열사 회의 때) 숱하게 건의됐다. 그러나 최종 의사 결정은 오너가 하는 법. 아마도 귀담아 듣지 않는 것 같다.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문제의 원인을 아는데 받아들여지지 않는게 아쉽다.”기업의 오너는 여러 방면에서 들어오는 각종 정보를 취합해 실질적인 경영적 판단을 내리는 자리다. 어느 정보를 신뢰하고 어떤 부분을 개선할지는 전적으로 최고경영자의 선택에 달려 있지만 내외부에서 들끓는 혁신과 변화의 요구가 묵살된다면 옳은 판단이라고 볼 수 없다.두 회사는 특히 올들어 대내외적인 영업환경 변화에 따라 위기의식이 고조되고 있다. 인사와 조직관리의 실패가 적자와 흑자의 경계선상에서 아슬아슬한 위기를 넘나드는 경영난을 촉발시킨 셈이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런 곳에서 유독 자주 들리는 표현이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말이다. 기실, 개인적 경험에 비추어 보자면 정말 최선을 다한 사람이 이런 말을 쓰는 경우는 그리 자주 보지 못했다. 오히려 자기 위안과 방어 또는 합리화를 위한 방편으로 여겨지기도 한다.대부분 사람의 능력은 항상 오차범위 내에 있다. 사람이 발휘할 수 있는 능력의 천장과 바닥은 개인마다 그리 크지 않다는 얘기다. ‘온 힘과 정성을 다해’ 이 범위를 넘어서는 사람만이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수 있고 그런 사람들은 간혹 ‘천재’로 불리기도 한다. 천재는 머리가 좋은 사람이 아니다. 어렸을적 소위 ‘IQ’라고 하는 숫자로 범재와 천재를 나누던, 성적과 통계로 서열을 짓던 한국사회의 인식착오에 다름 아니다.회사는 다양한 소양과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함께 일하는 곳이다. 그 많은 사람들이 모두 천재이거나 최선을 다하는 사람일 수 없다. 다만, 서로 상이한 능력을 가진 인재들을 적재적소에 배치해 조화로운 조직을 만들어 나가는 것이 최고경영자의 조직관리가 돼야 한다.

경기가 어려울수록 이런 조직관리의 차이가 극명하게 드러나는 법이다. 자기 반성이 아닌, 이래서 어렵고 저래서 어렵다는 외부 요인을 탓할 변명거리가 많기 때문에 최고경영자는 자칫 내부 단속에 소홀해 지기 쉽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 최고경영자의 최선에 대한 평가는 이런때 판가름 나는 것이다.